고혈압자 천만시대, 치료법과 예방법은 어디까지 왔을까?

기사 요약글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관리 수준도 높아졌다. 고혈압 약이 환자라는 꼬리표가 아닌, 더 편하고 건강한 생활을 위한 관리 수단이 된 것처럼 말이다. 서울대학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는 고혈압 관리에 있어서 체중 관리와 식습관, 운동을 통한 생활습관 변화를 우선 순위로 꼽는다.

기사 내용

 

*명의가 말하는 고혈압 시리즈*

 

1편.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 "고혈압 예방은 바른 생활 습관에 있습니다"
2편. WE클리닉 조애경 원장 "폐경 후 커지는 고혈압의 위험성"
3편.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의학과 심봉석 교수 "발기부전이라면 고혈압을 의심할 때"
4편. 경희한성한방병원 장현진 원장 "중풍 환자 10명 중 7명은 고혈압 환자"
5편. H+양지병원 순환기내과 최규영 과장 "평소 꾸준한 혈압 체크가 중요합니다"
6편. 건국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황흥곤 교수 "혈압만 낮춰도 심부전을 예방합니다"

 

 

 

이해영 교수는 대한고혈압학회 국제교류이사이자 대한내과학회 대외협력이사로 활동하며 젊은연구자상(2010), 우수연구상(Best research award, 2009) 등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정받은 고혈압 명의다. 저항성 고혈압, 심부전, 심장이식, 대사증후군 등을 진료한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2020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성인 인구의 약 30%가 고혈압 환자라고 합니다. 숫자로 1000만 명가량인 셈인데, 이런 증가세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앞으로 더 많아질 겁니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고혈압 환자의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진료를 보면 여전히 많은 환자가 고혈압을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생각해요. 고혈압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인데, 저는 고혈압약을 안경으로 생각하라고 말씀드려요. 눈이 잘 안 보이면 안경을 써서 일상의 불편함을 줄이듯 고혈압약도 일상이 잘 유지되게 도와주는 거니까요.

 

 

 

현재 개발 중인 신약 또는 약이 아닌 다른 치료법이 존재하나요?

 

 

고혈압 치료를 위한 시술이 있습니다. ‘전극도자절제술’이라고 몸에 관을 넣어 콩팥 쪽을 50℃ 정도의 열로 지지는 방식인데, 약으로도 조절이 잘 안 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시력 회복을 위해 라식 수술을 하듯 이 시술도 점점 보편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약제는 고혈압보다 중증질환인 심부전에서 연구가 많이 이뤄지는데, 일부 심부전 치료제들은 혈압 조절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제 아버지가 82세 고령이라 쓸 수 있는 고혈압약이 별로 없다 보니 심부전은 아니지만 심부전 치료제인 엔트레스토를 복용하시거든요. 현재는 비보험이라 약값이나 보험 등에서 제약을 받아 제도권 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지만, 고혈압을 치료할 무기는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합니다. 미국은 2017년 고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낮추었는데, 이처럼 측정 기준이 다를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혈압은 심혈관질환의 전단계이기 때문에 고혈압 관리는 병의 예방과 같습니다. 진단 기준이 낮아지면 더 많은 사람이 생활 습관에 신경 쓸 테니 발병률을 줄일 수 있겠죠. 또 기대수명이 길어진 것도 한 원인입니다. 이를테면 140mmHg로 80세까지 버틸 수 있지만, 100세 시대를 살려면 관리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하니 수치가 더 낮아지는 거죠. 그런데 왜 우리는 130mmHg로 낮추지 않느냐? 많은 사회적 문제를 같이 따져봐야 합니다. 130mmHg를 기준으로 삼으면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이 고혈압 환자가 돼요. 그럼 실손 보험도 영향을 받을 테고, 조종사나 승무원처럼 혈압에 민감한 직업군의 관리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러니 무작정 낮출 수는 없는 문제죠.

 

 

 

가정에서 혈압을 잴 때 유의할 사항이 있을까요?

 

 

최대한 안정적일 때 측정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본 뒤 편안하게 앉은 자세에서 재는 것이 좋습니다. 가방을 메거나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로 재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가끔 심하게 화를 내서 혈압이 180mmHg까지 올랐다고 응급실을 찾아오는 환자도 있는데, 일시적으로 높아진 수치로는 고혈압 진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고혈압이 몸에 장애를 만드는 것은 수치의 높낮이 곱하기 시간의 적분 값입니다. 5분 동안 180mmHg인 사람과 1년 동안 140mmHg인 사람이 있으면 후자가 훨씬 위험한 상태죠. 참고로 고혈압 응급의 정의는 혈압 수치보다 심근경색처럼 몸에 이상이 있을 때로 판단합니다.

 

 

 

 

가족력이 있으면 고혈압의 고위험군으로 봐야 하나요?

 

 

부모 중 한 명이 고혈압이면 자녀가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40%입니다. 생활 습관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부모가 짜게 먹으면 자녀들도 짜게 먹는 식으로 가족끼리 성향과 패턴이 비슷해지기 때문입니다. 집에 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일반 음식보다 50%가량 더 싱겁게 먹는 것을 목표로 하고 운동량을 늘리는 등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또 고혈압은 고지혈증과 당뇨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 고혈압 단계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들이 듣기 싫어해도 운동하고 살을 빼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약만 먹어서는 안 되고, 결국 바른 생활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중년에게는 근력운동이 중요한데, 근력운동이 혈압에 무리를 주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저는 근력운동도 하라고 권합니다. 스트레칭과 유산소운동으로 먼저 몸을 충분히 풀고 예열시킨 상태에서 근력운동을 하면 됩니다. 하루 1만 보 이상 걷고, 주말에 등산을 하는 것도 좋고요.

 

 

교수님은 고혈압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체중 관리와 염분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보통 자기 키에서 100을 뺀 수치가 표준보다 좀 상향된 몸무게인데, 그 수치를 기준으로 내 몸이 더 가볍고 단단한 느낌이 들게 관리하고 있어요.

 

 

기획 문수진 사진 박충열, 이준형(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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