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막고 뇌를 건강하게 하는, '감정 일기 쓰기' 훈련법

기사 요약글

치매라는 것은 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밀어닥치는 재해와 같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 생각의 둑을 쌓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 중 일상생활을 일기로 기록하는 습관은 매우 좋은 훈련법이다.

기사 내용

 

*의사가 말하는 치매 시리즈*

1편. 서울아산병원 이재홍 교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여섯 가지 습관

2편. 가천대 길병원 박기형 교수, 충분한 숙면이 치매에 도움되는 이유

3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최호진 교수, 치매에 차분히 맞서는 방법 '뇌세포 활성화하기'

4편. 분당차병원 김현숙 교수, 치매가 찾아오기 전에 지켜야 할 미리미리 치유법

5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배종빈 교수, 치매환자 보호자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

 

김현숙 교수는 분당차병원 신경과 교수로 기억력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치매를 비롯한 난치성 신경질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진료한다.

 

 

 

 

대한민국 치매 현황에 따르면 2018년 치매환자 수는 약 73만 명이고, 2019년에는 약 85만 명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급격히 늘어난 이유가 뭘까요? 

 

 

치매환자 수가 늘어난 확실한 원인은 고령화입니다. 치매는 65세부터 유병률이 높아지는데, 5년마다 두 배씩 늘어납니다. 즉,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그만큼 치매환자 수도 많아지죠. 그런데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혈압과 질병 관리가 예전보다 잘되고 교육 수준도 점점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환경적 요인보다는 고령화로 인해 치매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니 치매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2050년에는 치매환자 수가 1억 300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빨라요. 문제는 급증하는 고령화 치매환자에 대비할 수 있는 대안이 적다는 것이죠. 그래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미리 검진하고 치료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억력이 떨어지면 치매를 의심하는데요. 노화로 인한 단순 건망증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치매는 노화로 인한 건망증과는 달리 사소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을 잊고, 힌트를 줘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인지능력 저하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점차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면 노화,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우울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점차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면 반드시 치매를 의심하고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비용 때문에 치매 검사가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물론 있습니다만, 예전보다는 치매 검사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현재는 60세 이상이면 100% 보험이 됩니다. 60세 이하는 비용의 8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요. 또한 병원 문턱이 높다고 생각되면 동네 보건소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병원보다는 진단 방법이 조금 간소하지만 1차 검사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비용 말고 다른 이유로 치매 검사를 거부하는 분들은 없나요? 

 

 

비용보다는 치매에 대한 오해 때문에 검사를 안 하는 분들이 많아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심각한 치매 상태를 떠올려서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거나, 증상이 심각한 걸 알지만 치료해도 이전의 완벽한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죠.

 

그런데 치매 원인의 10%까지는 적절한 치료로 완치가 가능합니다.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약물 효과가 잘 나타나서 치료 가능성도 높아지고요. 무엇보다 치매를 미리 진단받고 치료하면 5년 후 요양 시설로 들어가는 비율이 55% 감소하고, 8년간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7900시간의 여가를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계산해보면 가족들의 환자 돌봄 시간이 매일 2시간 반 이상 줄어든다는 뜻이죠.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일상에서 지켜야 할 수칙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운동과 식사예요. 운동을 꾸준히 하면 뇌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치매를 유발하는 뇌 아밀로이드단백질이 줄어들고, 뇌신경 영양인자가 늘어나 치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노년기의 영양결핍은 신경세포의 손상을 유발해 치매 발생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며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선생님은 평소 치매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달리기를 하고, 음식은 인스턴트식품을 최대한 피하고 균형 있게 먹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뇌를 자극합니다. 의학 관련 책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사회학 책도 읽는 거죠.

 

제 스승님이 해주신 비유가 있어요. 평소에 머리를 쓰는 행동은 둑을 쌓는 것과 같다고 해요. 둑을 잘 쌓으면 물이 차도 넘치지 않죠. 물이 넘치는 건 ‘병’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둑이 낮으면 물이 조금만 넘쳐도 증상이 생기게 돼요. 둑이 높은 사람은 물이 밀고 들어와도 넘치지 않아 증상이 안 나타나는 거고요. 그러니 미리미리 둑을 쌓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둑을 쌓는 방법을 추천해주신다면? 

 

 

일단 일기를 쓰라고 해요. 오늘 하루를 천천히 돌아보면서 그때 내 감정은 어땠는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뭐였는지 확인하는 거죠. 나중에는 일기에 더 자세한 내용을 쓰고 싶어서 메모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겨요.

 

글 쓰는 게 귀찮다면 그림을 그리는 것도 추천합니다. 평생 그려본 적 없다면서 그림 그리기를 어렵게 생각하시는데, 색칠하기도 그림 그리기예요. 명화 컬러북을 하나 사서 한번 색칠해보면 머리도 많이 쓰고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죠. 요즘 인기 있는 트로트를 따라 부르는 것도 둑을 쌓는 좋은 방법입니다.

 

 

기획 우성민 사진 채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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