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내 잘못? 자책은 금물! 치매 가족을 위한 처방

기사 요약글

치매환자를 돌보는 사람을 '숨겨진 환자'라고 할 정도로, 보호자들은 말 못 할 고통을 품고 있다. 배종빈 교수는 치매환자를 돌보려면 보호자도 건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사 내용

 

*의사가 말하는 치매 시리즈*

1편. 서울아산병원 이재홍 교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여섯 가지 습관

2편. 가천대 길병원 박기형 교수, 충분한 숙면이 치매에 도움되는 이유

3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최호진 교수, 치매에 차분히 맞서는 방법 '뇌세포 활성화하기'

4편. 분당차병원 김현숙 교수, 치매가 찾아오기 전에 지켜야 할 미리미리 치유법

5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배종빈 교수, 치매환자 보호자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

 

배종빈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로 치매를 포함한 인지장애, 노인 정신의학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환자들이 처음 치매를 진단받았을 때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많은 사람이 치매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죠. 치매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고, 몸을 가누지 못해 누워 있어야 하고, 가족도 못 알아본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막상 자신은 그렇지 않으니까 치매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치매 진료를 거부하는 사람도 많아요.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치매환자에 대한 인식이 먼저 개선되어야겠군요. 

 

 

그렇죠. 치매라고 하면 상태가 심각한 중증 치매환자를 떠올리니 거부감부터 생기는 거예요. 사실 치매 증상이 덜한 경도 치매환자의 수가 훨씬 더 많아요. 나도 치매일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상태가 심해지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치매환자 보호자의 입장도 궁금합니다. 어떤 점을 가장 힘들어하나요? 

 

 

보통 치매환자의 배우자가 보호자인 경우가 많은데, 예전 같지 않은 아내 또는 남편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에요. 사랑하는 배우자가 시간이 갈수록 몸의 기능을 상실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부정적인 경험이죠. 안타까운 점은 이 상황에서 많은 보호자가 자책감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내가 젊었을 때 좀 더 잘해줬더라면 치매에 안 걸렸을 텐데’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죠.

 

 

치매환자 보호자의 정신 건강도 중요한 부분이네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해드려요.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니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통해 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합니다. 많은 분이 모르시는데, 중앙치매센터에서 치매 상담 콜센터(1899-9988)를 24시간, 365일 운영 중입니다. 전문 상담가들에게 치매환자를 어떻게 돌보면 좋은지,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은지 상담하고 개인적인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은 방법입니다.

 

 

 

 

치매환자를 매일 돌본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힘든 일 같습니다. 

 

 

그럼요. 24시간, 주 7일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부담이 큽니다. 이때 중요한 건 절대 혼자서 모두 감당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당장 체력을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을 두 개로 나눌 수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분담을 해야 해요. 돌봄을 분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사회제도입니다. 주간보호센터나 방문요양서비스를 적극 활용해서 육체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사회적 서비스를 치매환자가 거부하면요? 

 

 

사실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치매가 생기면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낯선 환경, 낯선 사람을 피하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래서 주간보호센터에 가거나 방문요양사가 오면 일단 거부하죠. 이때 환자가 싫어하니 어쩔 수 없다고 내버려두는 보호자가 많은데, 치매환자는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점점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환자의 경우도 처음엔 주간보호센터를 안 가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억지로 두 달을 꾸준히 다니다 보니 오히려 안 가는 날을 힘들어하세요. 주간보호센터에 가면 요양사들이 챙겨주고 프로그램도 다양하니 집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거죠. 돌봄서비스는 보호자의 부담도 덜어주지만 치매환자의 치매 치료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모두가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걸까요? 선생님은 어떤 대비를 하고 계신가요? 

 

 

80세 이상의 치매 유병률이 1/3이라는 얘기는 세 명 중 한 명은 치매라는 뜻입니다. 만약 제 부모님 두 분과 아내의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살아 계시다면, 네 분 중 한 분은 치매라는 얘기죠. 결국 저뿐만 아니라 결혼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족 한 사람을 치매환자로 돌보고 있을 거예요.

 

제가 치매환자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치매환자의 가족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거죠. 그렇기 때문에 치매환자를 어떻게 돌보는 게 좋은지 미리 알아두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해서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치매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사람의 뇌는 쓰면 쓸수록 튼튼해지는 특성이 있어요. 연구 결과를 보면 뇌에 독성물질이 쌓이더라도 뇌 구조가 튼튼한 사람은 치매가 늦게 옵니다. 그래서 저는 뇌를 열심히 자극해 뇌 구조를 튼튼히 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외국어를 꾸준히 공부합니다. 여러 가지 외국어를 구사할수록 뇌가 튼튼해져 뇌의 병리가 있더라도 치매를 늦출 수 있거든요. 또 독서를 많이 합니다. 특히 소설을 즐겨 읽어요.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야만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기억력 증진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깊은 잠을 자려고 노력합니다. 베타아밀로이드처럼 뇌 독성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깊은 수면을 할 때 뇌에서 배출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 몸이 가장 깊이 잠들 수 있는 밤 12시에서 2시 사이를 지키기 위해 11시가 넘으면 침대에 눕는 편입니다.

 

 

기획 우성민 사진 채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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