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의사가 말하는 치매 시리즈*
1편. 서울아산병원 이재홍 교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여섯 가지 습관
2편. 가천대 길병원 박기형 교수, 충분한 숙면이 치매에 도움되는 이유
3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최호진 교수, 치매에 차분히 맞서는 방법 '뇌세포 활성화하기'
4편. 분당차병원 김현숙 교수, 치매가 찾아오기 전에 지켜야 할 미리미리 치유법
5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배종빈 교수, 치매환자 보호자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
치매 진단을 위해 다양한 검사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알츠하이머병 초로기 치매환자들 중에는 MRI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증상은 있지만 뇌 모양에는 이상이 없는 거죠. 이런 경우 뇌 기능을 보여주는 PET를 찍어보면, 특정 부위나 뇌 전반에서 활동이 떨어지는 소견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또한 내과적 질환으로 인지 기능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해서 인지검사와 함께 혈액검사로 콜레스테롤, 고지혈증, 간 수치, 갑상선 기능, 매독, 빈혈 등을 기본적으로 체크합니다. 치매 증상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단계별 검사를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치매 증상이 있어도 뇌가 정상일 수 있다면, 반대인 경우도 있나요?
고혈압을 예로 들게요. 고혈압 환자는 약을 먹고 혈압을 관리하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어요. 뇌출혈이나 심장병 같은 증상이 없다면 겉으로 봐서는 고혈압 유무를 알기 어렵죠.
알츠하이머 병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매 증상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미 병에 걸려 있지만 증상이 없어서 모르는 거예요.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있으면 위험군이라 하는데, 이는 치매가 나타나기 15~20년 전에 알 수 있어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입니다.
예전과 달리 젊은 층의 치매 환자도 점점 늘어난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정말 젊은 층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1950년대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50세 전후였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대체로 나이가 들어 생기는 병이라 그때만 해도 환자가 드물었죠.
예전에는 30~40대를 중년, 50~60대를 노년이라 했지만, 이제는 60대도 중년이라 하죠. 수명은 늘고 건강 수준도 빠르게 향상됐지만, 노인성 질환에 대한 대비는 그 속도만큼 따라가지 못했어요.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뇌에 이상 물질이 쌓입니다. 계속 그걸 가진 채로 살아야 한다면 이제 어떻게 관리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할 때죠.
노년층이 치매 예방을 위해 지켜야 할 일상 수칙이 있을까요?
뇌를 활성화시킬 학습활동을 해야 합니다. 서정주 시인은 아침마다 일어나 산 이름을 300개씩 외웠다고 해요. 분명 뇌에 도움이 되지만, 그걸 그대로 따라 하기는 쉽지 않죠.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취미와 학습거리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꾸준한 운동도 필수인데, 특히 노년층은 유산소운동과 더불어 근력운동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근력이 떨어지면 보행에 문제가 생겨 다른 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즉 자기 힘의 60~70% 정도를 사용해서 반복할 수 있는 운동이 좋습니다.
음식도 중요할 것 같아요.
올바른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식사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짜게 먹지 않아야 해요.
저는 10년간 라면을 안 먹었어요. 염분이 많은 국은 젓가락으로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먹지 않죠. 계란이나 고기도 소금 없이 먹습니다. 이렇게 먹다 보면 재료 자체의 염분이 느껴져요. 저염식으로 먹고 수분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수면의학센터를 운영하고 계신데, 치매도 수면과 연관이 있나요?
치매의 주원인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정상적인 뇌에도 존재하는데, 주로 잠을 잘 때 60% 이상 빠져나갑니다. 우리가 아주 깊은 잠을 자는 ‘서파수면’ 상태일 때 뇌를 청소하는 시스템이 활성화하는데, 이때 불필요한 찌꺼기를 내보내죠.
그래서 아밀로이드가 쌓이기 시작하는 중년층에게 잠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루 7~8시간가량 충분히 숙면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노년이 되기 전에 관리를 잘해야겠네요.
그래서 치매는 평생 관리고 평생 예방이라 하지요. 치매 소인이 있어도 긍정적 마인드로 잘 관리하면 계속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학자인 데이비드 스노든이 쓴 <우아한 노년>이라는 책이 있어요. 사후 뇌 기증을 한 수녀들을 연구한 내용이죠. 살아생전에 밝고 건강한 분이었는데, 돌아가신 뒤 뇌를 부검해 보니 치매 말기 환자의 뇌였다는 겁니다. 반대로 치매환자였지만 부검 결과 아주 정상인 뇌도 있었고요. 결국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자세로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기획 문수진 사진 채우룡
[이런 기사 어때요?]
>> [전성기TV] 50대 초로기 치매 아내, 남편이 돌본 후 이렇게 변했습니다
>> 완치가 없다는 치매, 처방되는 치료제는 어떤 약일까?
>> 졸음지수 8이면 수면장애 의심, 지금 자가진단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