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하는 시설이 아닌,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마을로

기사 요약글

인천 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강화우리마을’은 콩나물 재배부터 커피박을 활용한 연필 생산, 주택용 분전반(두꺼비집) 단자 조립까지 다양한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공동 사업장이다. 일반 사업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발달장애인이라는 것. 이들은 단순히 금전적 지원을 받는 시설 이용자가 아닌, 어엿한 근로자로 기숙사에 머물며 월급을 받는 직업인이다. 장애인의 직업 재활에 머물지 않고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삶의 든든한 기반을 함께 만들어가는 강화우리마을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기사 내용

 

 

 

2019년에 콩나물 공장 화재로 어려움을 겪으셨다고요. 지금은 복구가 많이 되었나요?

 

 

한마디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건물부터 설비 시설까지 몽땅 전소될 정도로 큰 불이 났는데, 많은 분의 도움으로 1년 6개월 만에 복구가 되었습니다. 예전보다 면적도 더 넓어지고, 생산 공정 자동화 시스템과 화재 방지를 위한 설비도 마련했어요.

 

앞서 기적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예전보다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복구되기까지 정말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때문입니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의 ‘라이나50+어워즈’에서 사회공헌상을 수상하면서 상금으로 1억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저희의 협력 업체였던 풀무원, 베어베터, 아이쿱생협 등 기업과 단체에서 후원금과 공장 재건에 많은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강화 지역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바자회를 열어 후원금을 모아주셨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해주신 인천소방본부에서도 ‘119원의 기적 프로젝트’를 진행해 소방관들이 하루에 119원씩 모아 1000만 원의 성금을 보내주셨어요.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운 시기였는데 돼지 저금통을 보낸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부터 철물절 사장님, 국숫집 사장님들까지 3642명의 후원자가 보내주신 후원금과 응원 덕분에 무사히 복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 시설은 우리 사회에서 기피하는 곳으로 여긴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로 우리를 향한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하며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보상을 받았어요.

 

 

예전과 같은 일상을 되찾게 되어 다행입니다. 강화우리마을의 콩나물은 품질도 아주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콩나물 재배를 발달장애인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하신 지 20년이 넘었다고요.

 

 

2000년 3월에 강화우리마을을 개원하고, 그해에 상추 생산을 시작으로 느타리버섯, 닭사육에서 지금의 콩나물 재배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아무리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라고 해도 수익이 지속적으로 나려면 상품 가치가 중요하잖아요.

 

콩나물 재배는 우리 장애인들도 높은 품질의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업이었어요. 이후 한국생협연대와 풀무원에 콩나물 납품계약을 맺으면서 규모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풀무원은 자사 공장에 준하는 품질관리를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친환경 인증을 받았고, 2017년에는 농산물우수관리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공장에 불이 나기 전에는 연간 20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죠.

 

나름 콩나물 공장에 대한 강화우리마을의 자부심이 매우 큽니다. 화재가 나고 코로나19까지 확산되어 휴업이 길어지는 동안 경제적 개념이 없는 친구들까지도 빨리 일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한 언론 매체에서 우리 마을에 인터뷰를 하러 나왔을 때 언제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에 “콩나물 일할 때”라고 대답하는 친구도 있었지요.

 

 

우리 발달장애인들에게 이 일은 돈을 버는 것 그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 일이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았다는 것 자체가 삶의 큰 의미니까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적장애인 특수학교인 성베드로학교의 초대 교장으로 10년간 일했습니다. 그런데 졸업식날 졸업장을 주기 위해 아이들 이름을 호명했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요. 졸업장을 받으면 다음 날부터 학교에 오지 못한다는 것, 결국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아이들도, 가족들도 두려웠던 겁니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직업을 가지듯, 교육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할일을 끝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도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일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고향에 아버지가 물려주신 땅이 있었고, 그 땅에 지금의 강화우리마을을 만들게 되었지요.

 

 

장애인들 역시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이 생애 주기마다 고민과 숙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맞아요. 교육을 받는 시기가 끝나면 취업할 준비가 필요하듯이, 현역에서 열심히 일하는 시기가 끝나면 은퇴 이후 어떻게 살 것인지 준비가 필요하지요. 장애인들도마찬가지입니다.

 

강화우리마을에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만 60세 이상 정년 퇴임자가 나왔습니다. 정년 퇴임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60대의 발달장애인을 80대의 노부모가 케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장애인 시설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가기 어렵고, 그렇다고 일반 노인 요양 시설에 가기에도 부담스러우니까요.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의 노년을 위한 요양원을 만드는 것이 강화우리마을의 꿈이자 남은 과제입니다.

 

노화와 장애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발달장애인들이 노후에도 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낙오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니까요. 허가부터 시설 건립까지 많은 과정이 남아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 우리 사회의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꼭 완성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강화우리마을

- 전화번호 : 032-937-8691

- 홈페이지 : www.urimaul.net

 

 

[이런 기사 어때요?]

 

>> [전성기TV] 제3회 라이나 50+ 어워즈,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 복지국가 스웨덴의 요양원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 김용직 변호사, 봉사란 그저 나눔의 도구가 되는 것일 뿐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