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조언 - 50+의 부모봉양

기사 요약글

베이비부머 중에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지만 함께 모시고 살지 않는 가구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기사 내용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1년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여성 84.4세, 남성 77.6세로 여성은 세계 8위, 남성은 세계 26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는 현재 52~60세 정도로 부모와의 평균적인 나이 차를 25세로 보면 부모님들의 평균연령이 77~85세다.

부모님 연세가 한국인의 평균수명과 비슷하지만, 아직 건강하게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다. 2011년 통계 자료에서는 양가 부모님 중 한두 분이라도 생존해 계실 비율이 81%다. 즉,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 후 생활을 설계할 나이지만 여전히 부모님이 살아 있는 세대다. 노인들의 주거 실태를 조사한 한국보건사회 연구원(2011년) 발표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들 중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는 1994년 54.7%에서 2011년 27.3%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인 가구 4가구 중 1가구만 자녀와 함께 살며 나머지 3가구는 부모님만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3가구 중 1가구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혼자 지내는 독신 가구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지 못하는 데에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어떤 사정이든 자식은 떨어져 사는 부모님이 걱정스럽고, 늘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부모님을 모시고 살 수도 없고, 방문 횟수를 엄청나게 늘리거나 용돈을 많이 드리는 것도 쉽지 않다. 지금과 비슷한 생활을 유지하면서 부모님을 좀 더 잘 돌봐드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부모님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필자는 얼마 전 부모님이 가장 필요로 하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 조사를 한 적이 있다. 40~50대 자녀 16명은 30개의 질문을 받아 따로 떨어져 사는 부모님 집을 방문했다. 하루를 지내면서 주어진 30개의 질문을 하나하나 부모님에게 자세히 묻고 답을 받아 일주일 뒤 다시 모여서 그 답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당수의 자녀들이 그동안 부모님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으며 부모님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꿈에도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어머니도 여자다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어머니는 생물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 여자다. 여자는 언제나 예쁘게 보이고 싶고, 보호받고 싶어 하며, 질투심이 강하고 논리적이기보다 감성적이다. 모성애로 인해 그런 여성성이 가려져 있지만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한번 여자는 변함없는 여자다. 어머니를 한 명의 ‘여자’로 보게 되면 이제까지 의아스러웠던 많은 일들이 설명된다. 아들의 사랑을 놓고 며느리를 질투하면서 일어나는 고부 갈등이나, 은퇴해서 경제력이 약해진 아버지를 은근히 구박하는 것, 노인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소위 ‘홍보관’에 관심을 가지는 것 등은 모두 이런 ‘여성성’에 기인한다.
어머니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예쁜 옷에 관심이 많고, 화장품을 고르고, 누군가로부터 젊고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밝게 웃는 여자다.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이러한 여성성을 자극할 수 있는 칭찬 한마디가 좋다. ‘요즘 얼굴이 더 밝아지고 예뻐지셨다’ ‘입고 있는 옷이 잘 어울린다’ 같은 말만으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다. 아들이라면 어머니와 영화를 보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밥을 먹고, 젊은 애들이 가는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여자 친구처럼 대하고 배려해보자. 어머니는 금방 기분이 좋아지고 젊어진 것처럼 느끼실 것이다.

 

아버지도 남자다

어머니가 여자인 것처럼 아버지도 남자다. 은퇴하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남성성을 과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전히 아버지는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한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경쟁적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필요 이상으로 핏대를 세우고 비판하기도 하고, ‘독도’나 ‘야스쿠니 신사참배’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항일 투사가 되며, 요즘 젊은 세대의 세태에 대해서는 완고한 유학자가 되기도 한다. 부모 자식 간에도 그런 남성성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싶어 한다. 자녀들이 사회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어도 자녀들 직업이나 아이들 교육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조언을 하기도 하고, 그러한 조언이 지나쳐 현실성 없는 잔소리로 변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 ‘아! 또 매일 하시는 말도 안 되는 잔소리’라고 흘려듣기보다 ‘아버지가 얼마나 남성성을 과시하고 싶으면 저러실까’ 하고 진지하게 듣고 긍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아버지는 남자임을 인정받았다는 만족감에 기분이 좋아지실 수 있다.
한집에 모시고 살면서 매일 듣는 잔소리도 아닌데, 가끔 아버지를 뵐 때 그 어떤 하찮아 보이는 이야기를 하시더라도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아버님 말씀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라고 치켜세운다면 아버지는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느끼고 행복하실 수 있다.

 

나이 든 부모님들은 직접화법에 약하다

필자의 또 다른 연구 조사 결과, 60~80대 부모 그룹 53%는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한다고 답한 반면, 40~50대 자녀들은 28%만이 부모님이 원하는 것을 솔직히 이야기한다고 대답했다. 결론적으로 부모님들은 불편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자녀들에게 분명하게 이야기하는데, 자녀들 은 부모님이 무엇이 불편하고, 필요한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애 시절 여자는 말을 아끼고 간접적으로 말하고 남자는 엉뚱하게 헛발질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특히 경제적 문제나 이성 문제 등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면서 돈 문제나 남녀 관계 문제보다 중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가. 부모님의 말 어딘가에 힌트가 있다. 중요한 내용일수록 간접화법을 사용하는 부모님의 속마음을 잘 꿰뚫어보는 자식이 효자, 효녀가 되는 거다.

 

 

 

내가 부모님과 사는 이야기

새로 발견한 취미가 삶의 의미를 주다
 


사진에 취미가 있는 최현철 씨(53세)는 떨어져 사는 70대 후반의 부모님께 카메라와 노트북을 사드렸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부모님을 모시고 도심이나 야외로 나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아버지에게도 사진을 찍어보시라고 권유했다.
사진을 찍은 뒤 아버지 집으로 가서 노트북으로 사진을 확대해보면서, 구도 설명도 해드리고, 잘 찍은 사진은 칭찬도 해드렸다. 처음에는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아버지도 나중에는 혼자 산책을 하거나 야외로 나가서 사진을 찍고, 노트북에 저장하고 포토샵까지 배워서 사진을 수정하는 수준까지 되었다. 다듬은 사진을 카톡으로 아들에게 보내 평가를 요청하기도 하고, 다음주에는 어느 곳으로 출사를 갈 거라고 들뜬 기분을 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이제는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도 사진에 취미가 생겨서 두 분이 함께 출사를 나가는 수준이 되었다.
부모님이 직접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데 보람과 만족을 느끼는 듯했다. 야외에 나가 출사를 하게 되면 많이 걷게 되어 운동도 된다. 요즘 그의 부모님은 주말이면 아들 가족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잘 담을 수 있는 풍경과 건물이 있는 곳으로 출사 나가는 것을 더 기다리고 있다.

 

‘텃밭’으로 부모님 건강과 유기농 식자재까지


중견 사업체를 운영하며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현빈 씨(59세)는 어머니의 건강과 활력 있는 삶을 위해 텃밭을 마련했다. 이현빈 씨의 아버지는 10년 전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어머니(82세)만 일산에 있는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는 성당과 아파트를 오가는 일 외에는 대부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8년 전, 어머니와 함께 일산 근교로 식사하러 가던 중 은퇴자들이 가꾼 텃밭을 구경하게 되었고 이를계기로 500평 중 50평을 분양받았다. 지금까지 8년째 고추, 호박, 가지, 토마토, 고구마 등을 심어 수확하는 재미에 어머니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1년에 150만원을 지불하면 파종, 잡초 제거 등 힘들고 전문적인 일은 분양해준 사람이 모두 하고, 어머니는 수확만 하면되니 농사가 힘들기보다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다. 사실 수확한 농산물을 모두 합해도 분양비로 지불한 150만원이 안 된다. 150만원은 수확한 농산물의 대가라기보다는 어머니의 취미와 건강 생활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다. 수확기에 어머니는 버스를 타고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텃밭에 가고,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이현빈 씨도 함께 간다. 한 번 텃밭에 가면 서너 시간 동안 분주하게 밭을 누비며 수확하느라 힘도 들지만, 어머니에게는 오히려 정기적인 운동이 되고, 무언가를 수확한다는 보람을 느낀다. 수확한 것을 아파트 이웃과 성당 교우들에게 나눠주는 기쁨도 누리고, 전에 없던 이웃도 생겼다.
이현빈 씨 부부 또한 이전에는 어머니를 뵈러 가면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TV를 보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농사나 수확 같은 공통 화제가 있어 이전보다 고부 관계도 훨씬 더 좋아졌다고 한다.

 

영양실조,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혼자 되셨지만 나름대로 독립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친정엄마(78세)가 있는 김민정 씨(56세)는 작년 이맘때 전혀 예기치 못한 경험을 했다. 명절에만 친정엄마가 사시는 대구에 가던 그녀는 다른 볼일로 불쑥 어머니 집에 들렀다가 ‘영양실조 진단’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 명절 때마다 빠지지 않고 갈비, 생선, 사골 등 비싸고 좋은 선물을 바리바리 챙겨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이 정도면 다음 명절 때까지 어느 정도 드실 수 있겠지’ 하고 흐뭇해하곤 했던 그녀다. 어머니를 위해 영양제와 매달 100만원에 가까운 용돈을 드리고 있는데, 영양실조라니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속상한 마음에 냉장고를 열어본 김민정 씨는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냉장고 안에는 김치와 식은 된장찌개, 이름 모를 나물 무침과 보리차가 전부였다. 냉동고에는 지난 명절 때 쌓아둔 갈비, 생선, 사골이 그대로 켜켜이 쌓여 있었고, 전기밥솥에는 오래된 밥이 누렇게 색이 변해 있었다.
식구나 남편이 있으면 모를까 혼자 사는 분들은 당신 혼자 먹자고 갈비 해동시켜 녹이고 사골을 끓이고 하지 않는다. 외식도 거의 하지 않는다. 자녀들이 아무리 용돈을 많이 드려도 외롭고, 음식 하기 귀찮고, 함께 먹을 사람도 없으니 대충 끼니를 때워서 만성 영양부족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작년의 방문 이후 김민정 씨는 생각을 바꿨다. 비싼 갈비나 혼자 해먹기 어려운 식품보다는 단백질 위주로 오랫동안 간편하게 드실 수 있는 것을 준비해드린다. 계란 장조림, 마른 새우무침 등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냉동실에는 1인분씩 포장된 떡과 만두 등을 넣어서 손쉽게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바로 드실 수 있도록 했다. 하루 필요한 양만큼 포장된 견과류 세트도 준비해드렸는데 석 달 후 명절 때 가보니 100봉지 견과류 세트를 거의 다 드셨다. 일주일에 한 번은 어머니 댁 근처에 있는 죽집에 전화해 배달을 시켜드리기도 하고, 사과와 같은 과일은 산지배송으로 어머니 댁으로 택배를 보내드리고 있다.

 

자식에게 기대느니 내 길은 내가 찾는다

올해 82세인 정혜영 씨. 군인이던 남편은 정년퇴직후에 세상을 떠났고, 슬하에 3형제를 두었다. 형제들 모두 병원이나 사업을 하는 등 성공했고, 정혜영씨도 남편의 유족연금 덕에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오랫동안 서 있거나 걷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하자, 그녀 자신이 적극적으로 실버타운을 물색해 고급 실버타운으로 입주했다. 일반 생활뿐 아니라 식사와 의료 시설이 집보다 훨씬 뛰어난 실버타운이 좋은 대안이 되었고, 본인이나 가족 모두 실버타운의 고급스러운 시설과 시스템에 만족하고 있다. 이전에는 손주들이 할머니 집에 가는 것을 꺼려 했지만 실버타운 단지 안에 있는 수영장과 어린이 놀이터에 마음이 끌린 손주들이 주말만 되면 찾아온다. 어머니를 봉양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며느리들 간의 대화도 이전보다 훨씬 밝아졌다.

 

걱정되는 부모님 건강, 로봇 청소기를 비상 연락 수단으로

뇌졸중으로 쓰러진 적이 있는 어머니(81세)를 둔 박정수 씨(54세)는 혼자 사는 어머니 때문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침이면 별일 없으신지 매번 전화로 확인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고민을 들은 IT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가 로봇 청소기(삼성 탱고뷰)로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이 로봇 청소기에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고, 스마트폰이나 PC로 원격 조정이 가능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화면상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원격 조정을 통해 서울에 사는 박정수 씨는 강원도 강릉에 사는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밤새 잘 주무시고 아침에 괜찮으신지, 가스 불은꺼져 있는지 다 볼 수 있다. 어머니도 언제든지 딸이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안도감에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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