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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최고의 재테크는 ‘금’이었다. 주식처럼 출렁거리지도 않고 꾸준히 올랐다. 5월 28일 금 시장에서 금 1g당 가격은 68,521원으로 마감됐다. 올해 1월초에 56,860원에서 시작해서 5개월 만에 20% 가량 올랐다. 5월 18일 59,840원보다는 조금 떨어진 가격이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고 2014년 3월 한국거래소에서 금 시장을 개설된 이후 가장 높은 가격대에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5월 2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8월물 금 가격은 1.726.80달러에 마감됐다. 4월 장중 1775.0달러로 2012년 10월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불확실성을 먹고 사는 금, 오를 수밖에 없는 조건을 다 갖춰
금은 경제나 정치 상황에 안개가 자욱하고 불안감이 더해지면 더욱 반짝반짝 빛을 낸다. 지금이 딱 그럴 때다. 경제적으로 지금은 코로나19로 191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누구든지 안전자산을 찾으려고 한다. 믿을 건 ‘금’뿐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리를 내리는 것도 금값 상승을 부채질한다. 금리와 금은 역의 관계에 있다. 금리가 낮으면 돈의 가치가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금의 매력이 커진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고 있다는 점도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유동성이 늘어나면 화폐 가치가 떨어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현금보다 실물(금, 부동산,주식 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미국간 갈등으로 대표되는 국제정치도 설상가상이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5월 2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제13기 3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 보안법 초안을 통과시켰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에 정보기관을 세워 반(反)중국 행위를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이 강행되면 “아주 강력하게 제재를 내놓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해 관세, 비자 등 각종 혜택을 없애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료와 기업들의 금융거래와 자산에 동결 조치를 취하는 강도 높은 방안도 나올 수 있다고 봤다. 강(强) 대 강(强) 충돌 직전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무역 마찰과 중국 정보통신기업 화웨이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대만 문제에 이어 홍콩보안법으로 갈등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지금 돌아가는 형국은 금값이 마냥 올라가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말 그대로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먹고 사는 금에게 더 없는 토양이 제공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딱 이랬다.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제로(0)’로 낮췄고, 금값은 온스당 800달러 정도 하던 것이 2011년 1800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미국의 양적 완화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공격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미국이 최소 2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달러화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는 것도 금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일단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만큼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 기준금리는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상승,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져도 금값은 오른다. 금은 물가가 올라 돈의 가치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는 긴축 정책을 하기 전까지 금 상승은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4월 말 ‘Fed는 금을 찍어내지 못한다’는 보고서를 통해 2020년 말까지 금값 전망을 온스당 2000달러에서 3000달러로 상향하기도 했다. UBS는 금이 현재 수준에서 5%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은 어떻게 투자할까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직접 투자방식으로는 실물 자산인 골드바를 매입하거나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 은행에서 골드뱅킹에 가입할 수도 있다. 간접방식으로는 금과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 및 상장지수증권(ETN)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골드바는 은행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만 매수•매도 시 매매기준율의 5%가량을 수수료로 물어야 한다. 골드바를 살 땐 부가세도 10%를 내야 한다. 금값이 20%가량 뛰어야만 수익을 보는 구조다. 하지만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에서도 살 수 있다. 계좌 개설 후 주식처럼 금을 사고팔 수 있다. 매매차익에 세금이 없고, 모인 금이 100g을 넘으면 현물로 받을 수 있다. 현물 출금 시 부가세 10%가 붙고, 한국예탁결제원 및 증권회사에 수수료도 내야 한다.
골드뱅크도 있다. 이는 금 통장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통장 개설 후 통장에 돈을 넣으면, 국제 금 시세 및 환율에 맞춰 통장에 금을 적립하는 방식이다. 최소 투자 단위가 0.01g이다.
이렇게 직접 금을 사는 방식이 부담스럽다면 간접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을 사는 방법이다. 올들어 이들 상품의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 현물보다 저렴하고 거래가 쉬워 현물투자의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 5월 중순을 기준으로 국내 6개 금 ETF•ETN 수익률은 20% 내외다. 많이 오른 것 중에는 상승과 하락 시 두 배로 적용되는 '신한 레버리지 금 선물 ETN'은 수익률이 30%를 넘어섰다. '삼성 레버리지 금 선물 ETN(H)' 'KINDEX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 '신한 금 선물 ETN(H)', 'TIGER 골드선물(H)', 'KODEX 골드선물(H)'의 상품도 있다.
이들 상품은 개별 주식처럼 거래가 돼 현물투자보다 부담이 적다. 다만, ETN은 증권거래세가 없는 대신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한다. ETF도 증권거래세가 없지만 연 0.2~1% 수준의 보수를 ETF 운용사가 가져간다.
세상에 영원히 오르는 건 없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무조건 금을 사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세상엔 영원한 건 없다. 금값이 영원히 올라갈 리 없고, 영원히 수익을 보장해주는 상품은 없다.
이 역시 역사가 말해 준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금융 위기를 전후해 투자자들은 금을 향해 돌진했다. 당시 2007년 중반부터 2008년 초까지 30% 정도 금값이 올랐지만, 2008년 봄과 여름 내내 약 25% 하락했고 2009년 후반에서 2011년 까지는 18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다시 말해 현재의 금값은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이나 유동성 잔치가 사그라들 때쯤 언제든지 떨어지고 출렁거릴 수 있다는 말이다.
크레이튼 대학 하이더 경영대학의 로버트 R. 존슨 금융학 교수는 "금과 은은 ‘엄청난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에 근거한 투기적 투자"라고 정의했다. 그는 "금 가격은 본질적인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미래에 누군가에게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인용해, "9조6000억 달러에 전 세계의 모든 금을 살 수 있는데, 그 돈이면 미국의 모든 농작물을 사고, 16개의 엑손 모빌을 구입하고도 약 1조 달러를 남길 수 있다”고 비꼬았다.
코로나 대유행이 가라앉으면 투자자들은 금 보유고 일부를 매각할 것이고 금 투자에 매달리는 ‘금벌레’들이 있지만, 일단 (코로나) 두려움이 가라앉으면 금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고평가는 언젠가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지금은 불안감에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언젠가 제자리를 찾기 시작할 땐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기획 이인철 글 장광익(mbn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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