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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이 1,000권의 책을 읽고 일어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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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계획으로 2015년 5월 20일부터 시작한 1,000권의 책 읽기를 2018년 5월 4일에 끝냈습니다. 책은 꿈을 이뤄주기도 하지만 꿈을 찾아줄 수도 있습니다.”

 

20여 년 간 옆길로 새는 일 없이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던 피지영 씨가 미술해설사라는 전혀 다른 이름표를 달고 점심, 주말 시간을 쪼개 강의를 하게 된 것은 6년 전 원내 사이버 미술 강의를 우연히 듣고서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던 중 7년 동안 복지부의 한 사업 홍보팀으로 파견을 다녀왔습니다. 복귀 후 직장에서 조금 여유가 생긴 시기가 있었는데 심심하던 차 우연히 원내의 사이버 미술 강의를 듣게 됐죠.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저 술 좋아하고, 프로야구에 빠져 살던 중년이었는데, 강의를 듣고는 나도 저렇게 멋있게 강의를 해보고 싶다. 미술사를 공부해보고 싶다. 막연한 꿈이 생긴거죠.”

 

 

하루 1권, 3년 동안 1,000권의 책 읽기

 


그가 택한 방법은 닥치는대로 책 읽기. 전문적으로 미술사를 배우기 위해 대학원을 가야 하나 고민하다 미술에 대해 전혀 모르니 일단 책부터 읽어보자고 생각했다. 책을 통해 미술 공부를 하니 자연스럽게 역사, 성경, 신앙, 철학 책으로 범위를 넓히게 됐다.

 

“인생에서 뭔가를 이루기 위한 해법을 책에서 많이 얻었습니다. 1,000권의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 강의도 하고 글도 써보면 비로소 공부한 것이 내 것이 된다 등의 내용이었죠.”

 

미술사 강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한 책 읽기가 자연스럽게 1,000권의 책 읽기, 강의 하기, 직접 유럽에 가서 작품 감상하기, 책 쓰기 등 또 다른 목표로 그를 이끌었다.

 

 

피지영 씨가 44세에 세운 인생계획표
피지영 씨가 44세에 세운 인생계획표

 

 

“책 1권을 읽는데 빠르건 느리건 6~7시간 정도가 걸려요. 읽는 시간은 누구나 비슷한데 시간을 어떻게 할애하느냐가 다릅니다. 현대인이 하루에 심심풀이로 휴대폰을 쓰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3시간 20분이더라고요. 여기에 프로야구 마니아였던 저는 4시간은 꼬박 방송을 보는데 썼죠. 이 시간을 모두 빼서 책을 읽었습니다.

출퇴근할 때는 물론 점심 시간까지 도시락을 싸와 책 읽기에 투자했어요. 물론 어떤 날에는 점심, 저녁 약속이 있을 수도 있죠. 그럼 주말 아침부터 도서관에 가 밀린 책을 읽었습니다. 1주일에 꼭 7권은 끝냈죠. 책 읽기에 빠지기 시작하니 나중에는 전투적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보기도 했어요. 책을 통해 제가 새롭게 채워져 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피곤한 줄도 몰랐습니다.”

 

그가 본업인 직장에 충실하며 3년 만에 1,000권의 책을 모두 읽은 비결이다.

 

 

 

 

미술해설사로 무작정 강의하기

 


“아인슈타인 관련 책에서 ‘남에게 가르칠 수 있을 때 비로소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는 내용을 보고 곧바로 가족, 친척, 직장동료 20여 명을 불러 미술사 강의를 해봤습니다. 강의라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했는데 모두 제 편이라 그런지 반응이 좋았고 무엇보다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더 큰 강의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술사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6개월 뒤 서울대병원 대강당에서 점심 시간 1시간 동안 미술사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병원 자유게시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알렸지만 직원을 포함해 환자, 환자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이 강의를 들으러 와주셨어요. 이제는 정기적으로 원내, 부서별 워크숍 강의를 맡게 됐죠.”

 

무작정 용기를 낸 첫 번째 강의 덕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공부한 미술사를 알려주는 것에 자신감이 붙은 그는 자주 가던 은평구 도서관에도 재능기부로 미술사 강의를 해보고 싶다고 먼저 제안하기도. 이를 시작으로 지역 도서관, 평생교육원, 식약처, 정부 종합청사, 경북대 MBA 등 다양한 곳에서 강의를 할 수 있게 됐다. 작년에만 100여 개의 강의를 했고 총 수익도 현재 연봉의 5%는 된다고 하니 좋아서 하는 일 치고 부수입이 쏠쏠하다.

 

“사실 돈은 상관 없어요. 강의를 시작하고 1년은 단 한 번도 돈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좋았어요. 물론 원내에서 하는 강의는 지금도 돈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제가 잘 아는 것을 남에게 소개하는 것만으로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에요. 답례로 커피 쿠폰을 준다 해도 기꺼이 강의를 하러 갑니다. 현재는 평생교육원, 도서관 같은 곳에서 강의할 경우 공공기관 기준의 강사별 등급에 따라 보수를 받는데, 저는 강의당 7~13만원 정도 받고 있습니다.”

 

미술해설사가 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미술이나 사학과 전공자를 우대하고 전시장 근무 경력이 있으면 좋다. 또 학예사나 준학예사 자격증을 우대한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도슨트 양성과정을 수료하는 것으로 해설사로 활동하거나 강의를 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슨트 양성과정은 무료부터 비용이 많이 드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니 지자체, 미술관 등에 올라오는 정보를 수시로 확인할 것. 그러나 꼭 자격증이 없어도 관심과 노력만 기울이면 미술해설사로 활동하는데 무리가 없다.

 

 

피지영 씨가 44세에 세운 인생계획표

 

 

3달의 무급휴가와 바꾼 유럽행 그리고 혼자 힘으로 낸 책

 


2018년 5월 29일, 피지영 씨는 1,000권의 책을 읽은 그 달 말 직장에 3개월 무급 휴가를 신청하고 아내와 유럽으로 떠났다. 관광비자로 머물 수 있는 최대 기간이 3개월이었기 때문이다. 3년 간 책에서 본 미술관, 박물관 속 작품들을 눈과 마음에 충분히 담기에는 다소 짧은 시간이다. 그랬기에 그는 어느 때보다 구체적으로 여행 계획을 짰다. 90일 간의 숙박, 교통, 미술관, 박물관 입장권 등을 모두 미리 예매했고 일정대로 움직였다.

 

“3개월 치 월급과 여행 경비를 모두 합해 4,000만 원은 썼습니다. 함께 한 아내가 밥솥까지 들고가 직접 아침, 저녁을 해줬고 낮에는 미술관에 살았습니다. 저녁에는 숙소에 돌아와 글을 썼죠. 3년 간 좋아하던 술도 줄이고 프로야구를 끊은 채 책만 보던 저의 모습을 봐왔던 아내인지라 무급으로 떠난 이 여행을 흔쾌히 허락해준 것 같아요.”

 

사실 그가 유럽 여행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쓰기 위해서였다. 돌아와서 쉽게 책을 엮기 위해 여행하는 90일 간 매일 밤 글을 썼고 느슨해지지 않으려고 페이스북을 통해 자체 마감을 했다. 총 72개의 글을 완성했고, 돌아와서는 50개로 내용을 줄였다. 홍보일을 오래도록 해와서 글을 쓰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전문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교정교열, 사진 작업, 편집까지 장장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출간은 수익의 목적이 아닌, 강의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기에 부수 판매가 중요하지 않았다.

 

무료로 책을 내고 싶다면?

완성도 높은 책을 내고 싶다면 출판사에서 하는 도서공모전 등에 응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자신의 글을 책으로 엮고 싶은 이유라면 자가출판플랫폼의 도움을 받아보자. 대표 자가출판플랫폼으로 부크크를 꼽을 수 있다. 부크크를 통해 책을 만들면 초기 투자비용이 안 드는 것은 물론 판매에 따라 수익금까지 생긴다. 다만 출판사의 도움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작가 스스로 인쇄 바로 직전의 원고 편집까지 완료한 책을 구성해야 한다. 표지 디자인은 물론 가격 선정까지 끝낸 PDF, 워드, 한글 파일을 사이트 내 <책 만들기> 메뉴에 등록 하면 끝. 이제 주문을 기다리면 된다. 등록된 모든 책은 주문이 들어온 수량만큼 낱권 제작되어 배송된다. 부크크의 경우 진행 가능한 도서 크기를 4가지로 제한하고 있는데 사이트에서 규격에 맞춘 서식 파일을 다운로드 해 글과 사진을 얹으면 보다 수월하게 책을 만들 수 있다.

수익은?

책은 부크크 사이트의 서점에서 판매될 경우 흑백도서(표지컬러, 내지흑백)는 정가의 35%, 컬러도서(표지, 내지컬러)는 정가의 15% 수익금이 발생한다. 외부유통의 경우 교보문고, Yes24, 알라딘과 제휴되어 해당 유통사 온라인 서점에서 함께 판매된다. 이 경우 흑백도서는 정가의 15%, 컬러도서는 정가의 10% 수익금이 발생한다.

부크크(www.bookk.co.kr)

 

 

 

 

앞으로 3년 다시 1,000권의 책 읽기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미술해설사는 남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 만큼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재미있지 않으면 못할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길을 가려고 마음 먹은 분이라면 스스로 재미를 느낄 일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라도 간접 경험을 먼저 하면 좋은데, 가장 쉬운 것이 책 읽기라고 생각합니다. 3년 간 의지를 갖고, 온전히 시간을 내 1,000권의 책만 읽으면 모든 될 수 있다고 확신해요.”

 

이제 그는 두 번째 책을 쓰겠다는 다음 인생 계획을 실천 중이다. 그리고 앞으로 3년 간 다시 1,000권의 책을 읽고 새로운 강의에 도전해 볼 예정이라고.

 

 

기획 임소연 사진 박충열(텐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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