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부부는 요즘 손주 2명을 돌보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혼한 딸과 아들이 ‘조부모찬스’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참다 못한 A씨 부부는 오늘 딸과 아들 부부를 소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회식과 모임이 줄어든 대신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가족이 화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한편으로는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각자의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일정 시간 떨어져 있던 배우자, 자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이 쌓인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집콕이 불러온 가족의 가치와 변화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시점이다.
아들과 딸을 모두 결혼시킨 후 오붓하게 노후를 즐기고 있던 A씨 부부는 코로나19로 계획에 없던 황혼 육아를 하고 있다. 손주들이 다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기약없는 휴원에 들어가면서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딸이 SOS를 청했기 때문. 그러나 대책없이 길어지는 황혼 육아 탓에 몸은 말이 아니고, 이제 ‘당연히 부모님이 돌봐주시겠지’ 하는 태도가 영 마뜩찮다.
CASE 애들 언제까지 우리한테 맡겨놓을거니?
위 대화를 보면 고충이 깊어지고 가족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편과 아내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 시누이와 올케 사이에서 드러나는 감정마찰이 불안불안하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아내의 건강을 생각해서 아이를 더 이상 맡을 수 없다고 했고, 자녀 입장에서는 ‘그럼 어쩌란 말이냐’고 말하고 싶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한 채 부모님의 의견이 서운하기만 하다. 타협점을 찾기 힘든 문제를 두고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 바로 이때 필요한 것이 가족회의다.
가족회의를 거창하게 생각하고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가족회의는 가족구성원의 생각이나 의견을 잘 들어보는 일이다. 단순히 모여서 하는 대화와는 달리 가족이 다 함께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족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면 미리 준비하고 유념해야할 것이 있다.
첫째, 사전 공지다. 논의할 안건을 사전에 공지해 가족들이 회의 전에 생각해보고 올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원활하게 회의를 할 수 있다.
둘째, 가족회의가 심판의 장이 되면 오히려 불만이 생겨 갈등관계로 번질 수 있으므로 가족구성원을 몰아붙이는 지적이나 비난 섞인 대화는 피한다.
셋째, 각자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자기 생각과 의견을 말하되, 들을 때는 상대 말을 듣고 반박하지 않고 공감하거나 서로 감사함과 미안함 등을 전한다.
Solution 서로 의견을 들어보자
학교에는 학급회의, 회사에는 부서회의 등 여러 종류의 회의가 있듯이 어떤 조직이든 회의는 필수적이다. 가정에서도 가족 구성원 간의 원만한 이해와 타협을 위해 가족회의가 필요하다. 가족회의는 완벽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문제로 인해 생겨난 가족간 감정의 균열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과 표현, 친밀성과 자율성의 균형이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 간의 분리와 연결성이 조화로울 때 건강한 가족으로서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는 요즘, 가족 내 미묘한 갈등이 있다면 가족회의를 열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회의를 열기로 했다면 다음을 기억하자.
첫째,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거나 강요하지 말 것.
둘째, 다른 사람 말을 끊거나 비판하지 말 것.
셋째, 발언권은 골고루, 가족 구성원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게 할 것.
기획 서희라 글 김숙기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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