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꼬리가 없어 더 동그랗고 폭신해 보이는 엉덩이가 특징인 웰시코기.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웰시코기의 이 모습은 인위적으로 꼬리를 잘라낸 단미 상태다. 웰시코기는 어쩌다 꼬리를 잃었을까?
단미를 왜 하나요?
단미란 모양을 좋게 하거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동물의 꼬리를 자르는 일을 의미한다. 웰시코기는 본래 길고 풍성한 꼬리를 갖고 태어나지만 생후 일주일 이내에 단미가 된다. 그 이유는 과거 웰시코기가 소와 양을 모는 목양견으로 활동했던 때에 시작됐다. 풍성한 꼬리가 소와 양에게 밟히자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꼬리를 짧게 잘라낸 것. 그런데 이제는 소를 모는 웰시코기가 없음에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꼬리 없는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단미가 진행되고 있다.
고통스럽지 않을까?
단미가 이루어지는 시점은 생후 일주일 경이다. 그 시기에는 동물이 고통을 덜 느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수의학적 관점에서 웰시코기가 겪는 고통은 성견이 되었을 때와 같다고 한다. 결국 미용을 목적으로 강아지에게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에 미국수의사협회는 단미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캐나다, 호주 등을 포함해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단미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거세, 뿔 없애기, 꼬리 자르기 등 동물에 대한 외과적 수술을 하는 사람은 수의학적 방법에 따라야 한다.’라고 수술방법만 명시할 뿐 별다른 규정이 없이 만연하게 성행되고 있는 상태다.
의사표현을 못하게 된 웰시코기
사람 몸의 모든 부분이 제 역할이 있듯 개의 꼬리도 제 역할이 있다. 강아지에게 꼬리가 없다는
건 중요한 대화 수단을 잃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꼬리를 잃은 개들은 상실감을 느끼며 원활한 감정표현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꼬리를 곧게 새우며 ‘나
는 너를 경계하지만, 네가 무섭지는 않아!’라는 의미를 전달할 수도 없고, 꼬리를 늘어트려‘나는
지금 불안해’하는 의사도 표현할 수 없다.
뾰족한 귀를 만들기 위한 단이 수술
단미와 유사하게 미용을 위해 개의 신체를 바꾸는 행위로 단이도 있다. 사냥개로 유명한 도베르만의 경우 날렵한 얼굴, 뾰족한 귀가 특징인데 이 뾰족한 귀도 사람이 만든 모양이다. 도베르만은 생후 3개월 경 단이 수술을 통해 귀 끝을 잘라 지지대에 고정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잘 아는 뾰족한 귀로 모습이 바뀐다. 많은 보호자가 반려견의 귀 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단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세균 때문이라면 귀가 덮인 모든 개가 단이를 해야 한다는 것. 결국 단미, 단이 모두 사람이 보기에 더 예쁘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성형수술일 뿐이다.
안 할 수는 없나요?
단미 수술은 생후 일주일, 워낙 이른 시기에 진행되기 때문에 펫샵에서 3~4개월경의 강아지를 데려오는 보호자는 본인이 원치 않아도 이미 단미가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용 목적 수술의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면서 가정에서 분양하는 웰시코기는 단미를 하지 않는 보호자가 늘고 있다. 또 분양 전 미리 단미를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 표현을 하는 방법도 있다. 단이 수술 역시 보호자의 선택이지만 반려견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을 뿐 웰시코기의 풍성한 꼬리, 도베르만의 축 쳐진 귀 역시 매우 아름답다. 동물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 자체를 사랑하려는 반려인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기획 임소연 글 김수진(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의 수(數)와 종(種)을 줄여 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생태적·윤리적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ttps://www.animals.or.kr
[관련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