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달걀 소비는 일리(1, 2) 있나요?

기사 요약글

기사 내용

 

이번 주 당신의 식탁에는 달걀 요리가 몇 번이나 올라왔나요?

 

달걀만큼 호불호 없는 대중적인 식품은 없을 것입니다. 국내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달걀은 157억 개.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00개로 모든 국민이 일주일에 5~6알을 먹을 만큼 많은 양이 생산됩니다.

이 많은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산란계라고 불리는 암탉이 필요합니다. 157억 개의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 대한민국 인구보다 훨씬 많은 7,010만 마리의 산란계가 ‘배터리케이지’라고 불리는 공장식 사육 환경에서 달걀을 낳고 있습니다.

 

 

A4 용지 한 장 위의 삶, 배터리케이지

 

산란계는 달걀만 낳으면 되기에 몸집이 클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몸집이 커지지 않도록 몸집에 꼭 맞는 배터리케이지에서 사육됩니다. 배터리케이지는 좁은 면적에 많은 수의 닭을 사육하고, 닭의 움직임을 제한하여 소비 에너지와 사료 섭취량을 줄임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둔 대표적인 공장식 사육 시스템입니다.

대다수 배터리케이지의 사육 밀도는 1마리당 0.05㎡. 닭 한 마리가 평생을 A4 용지보다 작은 면적에서 살며, 달걀을 낳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배터리케이지에서 사육되는 산란계는 날개를 펴는 것은 물론 홰에 오르기, 쪼기, 모래 목욕하기 등 닭이 가진 자연스러운 행동 욕구를 전혀 충족하지 못하고 평생을 철창 위에 불편하게 서서 보내게 됩니다.

 

일반적인 배터리 케이지의 모습

 

이는 학대 수준의 사육으로 정부 또한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동물복지형 축산으로 전환하겠다며, 산란계의 사육 밀도를 1마리당 0.05㎡에서 0.075㎡로 상향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새로 진입하는 농가에 적용되며, 그 내용에 있어서도 A4 용지보다 작은 크기에서 A4 용지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의 변화를 의미할 뿐 밀집 감금형 케이지 사육이라는 점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면적뿐 아니라 모래 목욕 시설, 횃대, 사료와 물의 영양성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인증 기준에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의 동물복지형 축산은 유의미한 개선이 아닙니다.

 

비좁은 케이지에서 편히 쉴 수 조차 없는 닭들

 

동물복지가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달걀을 소비하는데 그 암탉의 사육 환경을 왜 고려해야 할까요? 이는 동물복지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밀집 감금식 사육 환경 아래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질병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2017년 전 국민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살충제 계란 파동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도 케이지 사육이 이야기됩니다.

닭은 본래 모래 목욕을 통해 진드기나 벌레를 떼어내는데, 케이지 사육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행동입니다. 케이지 사육의 특성상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오롯이 사람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케이지프리에 동참하기 시작한 기업

 

동물자유연대는 산란계를 철창에 가두지 말자는 케이지프리(CAGE FREE)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와 시민의 의식 변화만으로 오랜 시간 관행적으로 유지된 축산 방식을 변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동물자유연대는 달걀을 생산, 유통하고 대량으로 소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행동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풀무원이 이에 동참함으로써 2028년까지 풀무원이 유통∙판매하는 식용란 전체가 모두 동물복지란으로 교체됩니다. 모든 종류의 케이지 사육 방식이 퇴출되고 자유방사, 평사, 개방형 다단식 방식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케이지프리 달걀를 어떻게 구분할까?

 

2018년 8월부터 실시된 사육환경표시제에 따라 산란계의 사육 환경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달걀 껍데기에 적힌 마지막 숫자를 확인하면 됩니다. 1번이 방사 사육, 2번이 축사 내 평사 사육, 3번이 개선된 케이지(0.075㎡), 4번이 기존 케이지(0.05㎡)로 1번과 2번이 적힌 ‘일리(1, 2)있는 달걀’을 고르면 됩니다.

 

일리 있는 달걀

 

매번 사육환경번호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은 어쩌면 조금은 귀찮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생산성만을 극대화시킨 케이지 사육 방식에 비해 생산 비용이 높은 만큼 구매가 또한 높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이 수천 마리 산란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주방에 있는 달걀을 확인해 보세요. 당신의 달걀은 몇 번인가요?

 

 

기획 임소연 김수진(동물자유연대 활동가) 사진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의 수()와 종()을 줄여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생태적·윤리적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ttps://www.animals.or.kr 

댓글
댓글
김*정
예전엔 인지 못했었는데 동물건강이 곧 사람하고도 연관되는거라 이제라도 케이지프리 운동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늘어 났으면 좋겠어요.
2019.10.14
대댓글
김*실
어머 정말 유용한 정보네요. 사육환경표시에서 일리있는 달걀인지를 확인해 봐야겠어요.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달걀이나 고기가 그래도 사육환경이 괜찮은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기사를 보니 케이지 사육이란 점에서는 아직도 동물복지라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네요.
2019.10.14
대댓글
문*숙
저희집 달걀은 4번입니다. 담엔 꼭 확인하고 가능하면 1,2번 최소한 3번이라도 구입해야겠어요
2019.10.14
대댓글
박*영
케이지 닭장에 왜 고시원이 생각나는지..
2019.10.15
대댓글
Y******G
예전엔 달걀 한알도 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좁은땅에서 그많은 닭은 어디서 자라고있는지 막연히 궁금한적도 있었구... 한동안 방사유정란 먹다보니 일반달걀은 비린맛때문에 못먹게 되었습니다.
2020.01.09
대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