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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도 2분 만에 잠든 비법, 해파리 수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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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을 위한 힘 빼기 기술

 

 

분야를 불문하고 고수가 초심자에게 흔히 하는 조언이 있다. 바로 “힘 빼”라는 말이다. 또한 여기에는 “힘 빼기가 제일 힘들다”는 말도 덧붙는다. 힘을 빼는 것이 가장 힘들다니, 모순적이지만 본질을 관통하는 조언임에 틀림없다.

이 조언은 잠 못 이루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잠을 자는 데 힘까지 빼야 해?” 하는 물음을 던질 수도 있지만, 우리 몸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수면에서 힘 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우리 몸은 자율신경계에 의해 움직이고 반응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속 기관이나 조직 활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율’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긴장하면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자율신경계는 크게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교감신경은 신체를 긴장시킬 때, 즉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활발히 작용한다. 반면 부교감신경은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때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두 신경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힘 빼기의 다른 이름, 이완

 

 

잠 못 이루는 사람을 보면 잠드는 게 어렵거나 깊게 잠들지 못하고 중간에 잠이 깨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개념을 적용하면 부교감신경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히포크라타 면역클리닉의 정가영 원장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현대인을 이렇게 진단한다. “극도의 긴장 상태와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현대인의 몸을 들여다보면 교감신경이 부교감신경보다 지나치게 많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몸이 여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스스로 긴장 푸는 방법을 잊게 된 거죠. 이제는 힘 빼는 것이 하나의 ‘기술’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힘 빼기 기술’을 학계에선 ‘이완’이라 부른다. 서구에서 이완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테면 독일에는 이완 요법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이완 지도자’라는 직업이 있고, 미국에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군인을 위한 ‘이완 수면법’이 있다. 서구문화권에서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이완 수면법을 소개한다.

 

 

출처 MANLINESS Magazine

 

 

힘 빼기의 기술

해파리 수면법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2년이 지났을 무렵, 미국 해군 전투기 조종사들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것은 물론 훈련 도중 치명적인 실수까지 범할 정도로 일상이 무너졌다. 전쟁 동안 전투기 조종에 대한 극심한 긴장과 높은 기압에 따른 스트레스가 누적된 탓이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잦아지자 미국 해군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운동심리학자 버드 윈터(Bud Winter)를 초빙해 조종사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할 방법을 찾게 한 것. 윈터는 ‘수면’에서 답을 찾아냈다. 그는 수면을 ‘신체적·정신적으로 편안한 상태’로 정의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2분 안에 잠들 수 있는 수면법을 개발했다. 이른바 해파리 수면법인데, 신체적 이완법과 정신적 이완법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윈터는 몸의 이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 몸을 ‘해파리’에 비유했는데, 이것이 수면법의 명칭이 되었다. 윈터는 불면증의 두 가지 경우에 주목했다. 하나는 깊이 잠들지 못하고 중간에 잠이 자주 깨는 경우,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잠들지 못하는 경우다. 그는 전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체적 이완법을, 후자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신적 이완법을 고안해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윈터의 수면법은 조종사들의 치료에 매우 효과가 있었다. 수면장애를 앓던 조종사의 96%가 2분 내에 잠들 수 있게 된 것. 잠을 잘 자니 무너졌던 일상도 회복하고 탁월한 훈련 성과까지 나타냈다. 윈터의 수면법은 이후 경쟁의 압박을 견뎌야 하는 운동선수들과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CEO들, 중대한 시험을 앞둔 일반인에게까지 널리 쓰이게 되었다.

 

 

 

 

누우면 바로 잠드는 기술

정신적 이완

 

 

신체적으로 편안해진 상태에서도 활동적인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면 금방 잠들지 못한다. 빨리 잠들기 위한 열쇠는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일련의 생각을 멈추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근육이 이완되는 상상을 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 나오는 이미지를 하나씩 떠올려보자. 이때 이미지가 서로 겹치지 않게 하면서 10초 이상 상상한다. 반드시 세 가지를 다 할 필요는 없고, 머릿속에 뚜렷이 그려져 집중이 잘되는 이미지가 있으면 거기에만 집중한다.

 

➊ 따뜻한 봄날 나는 조용한 호수에 떠 있는 카누에 누워 있다.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느릿느릿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➋ 주변이 전혀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에 나는 해먹에 누워 있다. 내가 보는 모든 것이 검은색이다.

➌ ‘생각하지 마’를 반복적으로 되뇐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이 말뿐이다.

 

 

 

 

깨지 않고 오래 자는 기술

신체적 이완

 

 

신체를 이완하려면 먼저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얼굴부터 상체, 하체 순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신체의 모든 근육을 빠짐없이 만난다는 생각으로 모든 부위에 집중한다. 이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근육을 이완하는 동안에는 ‘움직이는 상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팔을 움직이는 이미지를 상상하면 우리의 뇌는 이를 인식해서 실제로 팔을 움직이지 않아도 팔근육을 긴장 상태로 만든다. 이제 몸의 이완 상태가 깨지지 않도록 차례차례 몸의 긴장을 풀어보자.

 

➊ 무릎을 벌리고 의자에 편하게 앉는다. 손은 무릎 안쪽이나 손잡이에 힘을 빼고 축 늘어지게 놓는다.

➋ 눈을 감고 턱이 가슴에 가까이 오게 한다. 입이 살짝 벌어질 정도로 턱의 힘을 뺀다.

➌ 이마에는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눈과 입술, 혀에 남아 있는 힘을 다 빼준다.

➍ ‘의자에 걸쳐진 해파리’라고 상상하면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목 뒤쪽의 근육에서도 힘을 완전히 뺀다.

➎ 좌우 팔과 허벅지, 종아리, 발가락까지 모든 근육의 힘을 차례로 뺀다.

➏ 천천히 그리고 깊게 심호흡한다. 호흡을 내뱉을 때마다 몸속에 남아 있는 긴장감을 다 내보낸다고 생각한다.

➐ 온몸의 긴장이 완전히 풀린 상태가 되면 편안한 수면 상태로 전환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기획 서희라, 우성민 일러스트 조성흠,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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