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 내촌의 은퇴마을을 소개합니다.

기사 요약글

내촌마을 이야기는 목수 이정섭 씨에서 시작된다.

기사 내용

내촌에 한옥촌이 만들어진 이야기


서양화를 전공하고 공공미술을 하려던 청년 이정섭은 농사나 지으며 살 생각으로 시골로 내려갔다. 하지만 막상 시골에서는 생계가 되지 않았다. 궁리 끝에 농번기에는 농사를 짓고 쉴 때는 목수 일을 해보려고 집짓기를 배웠고 2002년 강원도 내촌에 땅을 사 살림집 겸 샘플 하우스를 지었다. 그런데 집은 덩치가 커서 지었다가 팔리지 않으면 손해가 컸다. 그래서 목수는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구야 하나 만들어서 안 팔려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이정섭의 가구를 보고 반해 내촌에 들어온 이들이 하나 둘 생겼고, 2006년 평생 목재 일을 했던 김민식 씨가 신문에 난 이정섭씨 관련 기사를 보고 산골짜기로 찾아온 것이다.
업계 프로가 와서 보니 청년은 고기로 치자면 최상급 등심이라 할 만한 목재를 아낌없이 잘라 가구를 만들고 있었다. 볼수록 기가 차고, 그의 기개가 감탄스러워 목재 회사의 대표는 내촌목공소의 고문이 되었다. 그리고 내촌에 오면 머물려고 목수의 집 근처에 집을 하나 지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자연도 집도 좋아 옆에 집 짓고 같이 살자고 주변 친구들을 설득했고, 친구들이 들어오면서 내촌에 집이 늘고 마을이 되었다. 그 사이 목수는 서울의 내로라하는 갤러리에서 전시도 하게 되었고, 그 전시를 보고 이정섭의 가구에 반한 이들이 내촌목공소로 구경을 왔다가 집을 보고 반해서 집을 짓다 보니 내촌마을 1, 2가 생기게 된 것이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골짜기를 끼고 있는 지골마을과 좁은 길 건너 큰골마을이 각각 내촌 1, 2이다. 현재 윗마을에는 8가구, 아랫마을에는 6가구가 있고 지금도 자기 집이 올라가길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보통 집을 지을때는 3~4개월이면 족하지만 이정섭 목수는 1년 가까이 짓는다.
건축에 있어 시간은 다 비용이지만 문고리 하나도 정성을 쏟다보니 건축주 입장에서는 평생 한 번 지을까 말까 한 집을 갖게 된다.

 

 

건강하고 튼튼한 집을 찾는 사람들이 찾아오다


내촌목공소가 만든 집의 공식 명칭은 ‘내촌목공소 한옥’이다. 한옥이라는 말을 듣고 사진의 집들을 보면 의아할 것이다. 기와 한 장 없는 집이 어찌 한옥일까? 이들이 말하는 한옥이란 한국인의 삶을 담은 집이다. 고려 시대에는 고려 한옥이 있고 조선 시대에는 조선한옥이 있고, 21세기에는 그에 맞는 집의 형태가 있다. 이는 건축가 김봉렬 교수가 말한 ‘한옥’의 개념이기도 하다.
내촌목공소 한옥에 사는 이들은 하나같이 새집에 들어가도 불쾌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나무 향기가 솔솔 난다고 말한다. 강원도 산중의 작은 목공소는 나무 이외에는 보온재로 쓰이는 그 흔한 글라스울도 전혀 쓰지 않는다. 그래서 절대 가격이 싸지 않다. 보통주택 건축비가 평당 600만원 정도인데 내촌목공소는 평당 1000만원이다. “기와 얹는 전통 한옥 짓는 이들은 우리 소나무가 최고라고 고집하지요. 그런데 좋은 나무란 무겁고 비싼 나무가 아닙니다. 용도에 맞게 써야 좋은 목재가 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가볍고 경제적인 나무도 많습니다. 내촌목공소 한옥에는 기둥, 보, 도리 등을 만드는 구조재로 소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를 쓰고, 창틀과 문틀에는 물푸레나무나 참나무, 문손잡이에는 참나무, 호두나무를 씁니다.” 세계의 목재를 다뤄본 김민식 고문은 적재적소에 맞는 나무를 쓰는 것이 내구성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합당하다고 설명한다. 소박하게 보이던 그 지붕이 프랑스산 고급재였던 것이다.

 

 

내촌마을 사람들


내촌목공소로 올라가는 백우산 기슭의 이층집은 치과의사 조문건 원장의 집이다. 어느 월간지를 보다가 이정섭이 만든 가구가 인상적이어서 기어이 내촌에 와보게 되었다고 한다. 미술품 컬렉터였던 그는 목수가 하나하나 손으로 지은 것에 감동해 집 겸 작품을 지닌다는 마음으로 집을 샀다. 살아보니 지형에 맞게 앉혀 있어서 집에 머무는 맛이 대단했다.
“나이 50이 넘으니, 일상의 고단함을 가실 휴식처가 절실했지요.
저는 내촌 집 덕에 생활에 활력이 생겼습니다. 툇마루를 쓸고, 나무도 하고, 풀도 베고, 그 노동이 주는 즐거움이 좋습니다.” 작년 추석에 입주한 배훈식, 박정수 부부는 서양화가인 딸 덕에 이마을에 터를 잡았다. 내촌목공소와 같이 작업을 한 딸이 부모님 손을 잡고 내촌마을을 구경하러 왔다. 평소 막연히 별장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부부는 땅을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기며 결정을 했다. 개업의인 아내의 토요일 진료가 끝난 오후에 들어와 일요일 오전에 나간다는 부부의 주말 스케줄을 듣고 자칫 빡빡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단다.
내촌 집이 주는 일상과의 단절이 무척 편하다고. 방 2개짜리 23평 남짓한 호젓한 집. 서울의 아파트는 짐이 참 많은데 여기에 와보니 이것저것 갖추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다며 은퇴 후 비워 내는 삶을 미리 연습하는 중이라고 한다.
내촌마을에서 가장 작은 집은 방 하나에 거실 겸 주방이 있는 13평 집이다. 주인 박성주 씨는 내촌목공소집이 한옥을 기본으로 하되 모던한 점이 좋았고, 상업적 느낌이 아닌 진정성이 느껴져 남편과 상의하기 전에 계약부터 해버렸다고 한다. 다행히 남편이 더 좋아해서 집 둘레의 돌담도 손수 쌓았다. 중· 고등학생아이까지 네 식구지만 13평도 불편하지 않아 여름휴가도 따로 안 가고 이곳에서 지냈다. 박 소장은 13평옆에 5평짜리 집을 지을 계획이다.
“OO 선생님은 이번 주 안 들어오셨다.”
“OO 댁은 블라인드를 안 친 거 보니 잠깐 성당 가신 모양이다.” 집들이 가까이 이웃하지 않는데도 돌아가는 상황을 서로 안다. 여름에 바위를 테이블 삼아 별 보며 맥주 마신 거며 모닥불 피운 거며, 겨우 주말에 오는 입주 1년 차 사람들끼리 추억도 많다. 기자가 만나고 통화한 입주자들은 내촌마을의 묘미를 이웃에 둔다. 내촌마을 사람들뿐 아니라 내촌 토박이들과도 이웃으로 지낸다. 고구마, 단호박 철이 되면 농촌 사람들은 팔아서 좋고, 도시 사람들은 싱싱한 로컬푸드를 먹을 수 있어 좋은 그런 식이다. 내촌마을에 사는 어느 의사는 은퇴 후 내촌에 작은 병원을 열 생각도 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약사 출신 주민은 여기 약국도 없다며 그 옆에 약국을 열어볼까 운을 뗀다. 어쩌면 은퇴 후 삶이란 이웃과 지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좋은 옷을 입고 나가도 봐주는 이가 있어야 즐거운 법이니까.

 

 

Tip. 은퇴마을을 도모하려면

땅을 고르고 행정기관에 확인하라

건축 계획으로 땅을 매입하겠다면 중개인의 추천을 받더라도 반드시 관할 행정기관(면사무소나 군청)에 들러 지번(땅 주소)과 관련 건축법을 확인해야 한다. 현행법상 건축을 할 수 없는 땅을 매입해 냉가슴 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길과 물이 없으면 꽝이다

경관이 좋아도 길이 나 있지 않은 ‘맹지’는 건축이 불가능하다. 통로를 내려고 해도 절차가 무척 복잡하다.
또한 물이 없는 땅은 지하수를 쓸 수 없어 곤란하다.

집을 지으려면 건축가를 만나라

집 짓기, 시공도 반드시 건축가와 의논해서 결정해야 안전하다. 더불어 나만의 집을 장만하기를 원하면 무명의 젊은 건축가와 상의해 건축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다. 유명한 건축가가 당신의 시골 세컨드 하우스에 전념해주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

3~5가구의 이웃이 있어야 한다

어디든 3~5가구가 조를 짜서 집을 지어라. 좋은 경치에 혼자 들어가면 처음에는 좋아도 지내다 보면 분위기가 서늘해 안 가게 된다.

튼튼하고 건강한 집을 지어라

비바람 안 새는 튼튼한 집을 짓는 것은 집의 기본이지만 그 기본을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 내구성이 안 갖춰진 집 때문에 매년 수리비를 쓰면 곤란하다. 그리고 건축 단가보다, 집의 디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축 자재다. 건강 한 자재로 지은 집이 건강한 삶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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