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온천 여행의 꽃 가이세키 요리

기사 요약글

여행의 즐거움은 먹는 것이 절반입니다.

기사 내용


일본 온천 여행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료칸마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가이세키 요리는 일본 온천 여행의 꽃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맛은 물론이고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차림새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지죠. 보통 료칸 요금은 1박 2식을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그래서 방이 아니라 개인당 가격이 정해집니다. 저녁과 아침 식사비가 요금의 절반쯤 차지하는데, 저녁에 나오는 가이세키 요리가 식비의 80%를 차지한다고 보면 됩니다. 만약 개인당 30만원짜리 료칸에 묵는다면 가이세키 요리값이 12만원쯤 되는 셈이지요. 그러니 가이세키는 료칸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고, 료칸마다 가이세키 요리에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가이세키 요리를 처음 접한다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7~13가지 코스 요리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정신없이 먹다 보면 도대체 뭘 먹었는지도 모르게 배만 부르기 십상이니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요? 가이세키 요리 또한 아는 만큼 더 잘 즐길 수 있습니다.

 

 

가이세키 요리의 유래


일본 다도(茶道)의 곁들임 음식으로 시작된 가이세키 요리는 그 역사만 400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1즙3채(一汁三彩, 하나의 국물과 세 가지 요리)’를 기본으로 소박하게 시작되었는데 에도시대를 거치면서 가짓수도 늘어나고 모양도 화려해졌답니다. 지금은 식전주와 전채 요리를 시작으로 국물 요리와 생선회, 구이, 조림, 특별 요리를 거쳐 밥과 국,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특별 요리는 그 지역 특산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흑돼지로 유명한 가고시마에서는 돼지고기 샤부샤부가, 사가에서는 사가규[牛] 스테이크가 나오는 식이죠. 사람 숫자대로 놓인 독상 위에 오늘의 요리 코스를 적은 순서지가 있으니, 이걸 보면서 속도 조절(?)을 하면 좋습니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가이세키 요리


가이세키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계절감’입니다. 그 시기에 그 지역에서 가장 좋은 재료를 이용하는 것이 기본이죠. 식재료뿐 아니라 그릇과 장식까지 계절감을 한껏 살립니다. 봄에는 벚꽃이 그려진 그릇이 나오고, 여름에는 푸른 조릿대 잎을 깔고, 가을에는 순무를 국화 모양으로 썰고, 겨울에는 온천 두부가 보글보글 끓는 식입니다. 그래서 가이세키 요리를 먹는 것은 그 계절의 자연을 즐기는 일입니다. 가이세키 요리에서 계절감만큼이나 즐겨야 하는 것이 그릇입니다. 일본에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항상 부러운 것이 바로 다양한 그릇들입니다. 이름난 료칸들은 대부분 자신들만의 ‘도자기 컬렉션’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릇이 다양하고 화려할 뿐 아니라 식재료와 조리법, 계절감과도 어울립니다. 가이세키 요리의 절반은 눈으로 먹는 셈이죠. 물론 맛은 기본입니다. 흔히 가이세키 요리는 육미(六味), 오색(五色), 오방(五方)의 조화를 꾀한다고 합니다. 육미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매운맛, 감칠맛을 말하고, 오색은 흰색, 검은색, 녹색, 빨간색, 노란색을, 오방은 구이, 조림, 찜, 튀김, 회 등을 가리킵니다. 저와 일본 100대 온천 여행을 함께하고 있는 맛 칼럼니스트 박상현 씨는 가이세키 요리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3기’ 를 꼽았습니다. ‘계절감[期]’과 ‘요리 솜씨[技], ‘그릇[器]’이 그것입니다. 앞으로 일본 온천의 료칸에서 가이세키 요리를 접할 때, 이 세 가지를 기억하면 더욱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가이세키 요리도 료칸마다 개성이 있다. 오카야마 현의 가메야 료칸에서는 두부와 야채를 중심으로 약선요리를 선보인다.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