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취미 -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

기사 요약글

1888년 코닥 1호 카메라를 만들어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사진을 대중화한 조지 이스트먼.

기사 내용

그의 발명은 확실히 사진을 ‘모든 이를 위한 예술’로 승화한 면이 있다.
시간은 흘러 흘러 2014년. 소풍, 생일, 결혼, 졸업 같은 삶의 이벤트를 찍어 4×6 사이즈로 인화했던 우리는 이제 커피숍의 찻잔이나 담벼락 고양이에게까지 렌즈를 들이미는‘사진 공화국’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일상의 ‘찰나’를 포착해 SNS에 올리는 일, DSLR 카메라를 들고 전국 곳곳으로 ‘출사’를 다니며 작품 사진을 찍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할 게 없는 일상적 풍경이 됐다. 그런데도 사진과 한 발짝 떨어진 사람들은 여전히 궁금해한다. “왜 그렇게 사진을 찍어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이 물음에 가장 ‘명확한 초점’을 가지고 대답할 사람들을 만났다.

 

 

사진 ‘초보자’ 이런 게 궁금해요


초보자가 사진을 시작하는 방법은

일단 접근하기 쉬운 사진 교실에 찾아간다. 사설 학원이 부담스럽다면 비교적 저렴한 수강료로 사진을 배울 수 있는 문화센터, 동사무소 강좌 등을 알아본다. 전문가들은 가볍게라도 기본기를 익힌 뒤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동호회를 비롯, 사진 모임의 필요성은

‘귀동냥’ 하기가 좋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정보 공유가 빠르고 신입 회원에게 형, 언니처럼 대하는 분위기가 있어 마음 편하게 사진을 배울 수 있다. 친교, 정서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참고로 웬만한 규모가 있는 사진 동호회의 남녀 비율을 살펴보면 대개 남성 60~70%, 여성 30~40%라고) 4년째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한 여성 회원은 “서로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건강한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외롭지 않게 뭉쳐 다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안전상의 이유를 들기도 했는데 고가의 장비를 소지한 채 외진 곳에 홀로 촬영을 나가는 건 절대 금물이라고.

 

장비는 다 갖춰야 하는지

처음부터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 비교적 저렴한 입문자용 카메라나 중고를 구입해도 충분하다. 그러나 취미 생활이 심화되면 삼각대, 부속 렌즈 등 추가로 구입해야 할 것이 생긴다. 그때 무턱대고 싼것만 고집했다가 결국 더 높은 수준의 제품을 또 구입하는 ‘코스’를 밟는 경우가 허다하다니 진지한 취미 생활에 접어들었다면 애초에 중급 이상의 물건을 구입해 오래 쓰는 게 낫다.

 

체력이 약한데 취미 생활로 사진 촬영이 적합할까

장비가 무겁고 활동 범위가 넓어 체력부터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데 골골거리며 들어왔다가 팔팔해진 사람이 꽤 많다고 한다. 일단 ‘사진’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전국의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니다 보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고, 산이며 들판에서 걷고 뛰고 오르내리는 일이 많다 보니 자연히 운동량이 많아진다는 것.
실제 사진 동호회에는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항암’했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고 한다.

 

사진 취미 생활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목적’을 만드는 게 좋다. 예컨대 그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 환갑 때 전시회를 열겠다는 목적을 세우면 맹목적으로 셔터를 누를 때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열성적인 자세로 사진을 찍게 될 것이다. 특정 공모전을 목표로 삼아 매진하면 잠자고 있던 성취욕과 승부욕이 되살아날지 모른다. ‘양로원 어르신들 영정 사진 찍어주기’ 같은 봉사에 나서면 공익에 도움이 된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유치원 아이들이나 단체 사진을 찍어주며 작지만 값진 제2의 월급을 받을 수도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기업 임원에서 ‘착한 사진가’가 된 나종민 씨


촬영 30분 전부터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서 ‘바라봄 사진관’을 찾는 장애인들은 한결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 그는 ‘기술’보다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 ‘착한 사진가’다.

 


80대 노모는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60대 아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았다. 기초수급자인 그들은 80여 만원의 수급비를 아껴 장애인들을 돕고 있었다. 나종민 씨에게 큰 감동을 준 모자였다.

 


이곳은 장애인뿐 아니라 미혼모, 이주 여성,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 저소득층, 홀몸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진관이다. 그는 종종 기부자들에게‘촬영 도우미’ 역할을 맡겨‘나눔’의 기쁨을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1분 30초당 한 명꼴로 증명, 장수 사진(영정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나종민 씨. 그가 이끄는 ‘바라봄 봉사단’에는 은퇴 후 취미로 사진을 배우다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며 ‘재능 기부’를 하는 50+가 꽤 많다.

 

왜 장애인을 위한 스튜디오가 따로 필요한가요?

착한 사진가 나종민 씨


일상적인 활동조차 꺼리는 장애인들이 환한 조명앞에서 촬영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마음먹기도 힘들뿐더러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기가 참 어렵거든요. 200~300번 셔터를 눌러 한 컷을 건질 때도 있죠. 제가 바라봄 사진관을 열게 된 것도 장애아 체육대회에서 만난 한 학부모의 하소연 때문이었습니다. 그분은 아이를 데리고 사진관에 가는 일이 참 어렵다고 털어놨는데 이유인즉슨 카메라 앞에서 어색해진 표정을 자꾸 바로잡으려다 보면 사진사도 지치고, 가족들도 민망해진다는 것이었죠.

 

가슴 따뜻한 순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집안에 장애아가 있으면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더 똘똘 뭉쳐 서로 보듬는 가족도 많았어요. 꿋꿋하게 아이를 키운 대견한 미혼모들도 있었고, 호적에 올리지 못한 채 아이를 키우는 미혼부의 사연도 접할 수 있었죠.(현행 법률은 혼외 자녀의 출생신고 의무자를 ‘친모’로 한정하고 있다) 뭔가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싶은 것들이 있으면 홈페이지나 SNS에 올려 공유하기도 하고요. 사진을 찍고 보정을 거치는 동안 몇 번이고 인물의 얼굴을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지곤 해요.
 

20여 년간 IT업계에서 활동하다 외국계 기업 CEO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왜 사진가가 됐나요?

언젠가 사진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죠. 아마 50대 중년 남자들한테 은퇴 후 뭐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다들 비슷한 대답을 할걸요(웃음). 남들은 외국계 회사의 한국지사장 자리가 부러울지 몰라도 관리자 역할이 적성에 안 맞았어요. 차라리 현장에서 열심히 뛸 때가 그리웠죠. 실적의 압박에 스트레스까지 겹쳐 결국 사표를 냈는데 이제 뭘 할까 생각하니 사진이 떠오르더라고요.

 

어떤 경로로 사진을 배웠나요?

일단 수강생을 돈으로만 보지 않는 사설 학원을 찾아갔어요(웃음). 거기서 한 6개월 사진을 배웠는데 대표님이 전시회를 권유하시더라고요. 얼떨결에 전시 공간도 빌리고 날짜도 잡고 보니 어떻게든 사진을 찍어야 겠더라고요. 숙제 하는 심경으로 가족과 풍경을 열심히 찍다 보니 사진 기술도 늘고 인화하는 재미도 느낄수 있었죠. 때론 기한을 정해둔 전시회가 사진을 배우는데 굉장한 동기부여가 되겠더라고요.

 

‘나눔’ 활동을 기획한 계기는요?

저는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어요. 그 자체가 굉장한 특혜죠. 언젠가 이걸 갚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사진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찾아봤어요. 자원봉사자를 구하는 사이트에 가보니 의외로 사진 촬영 봉사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더라고요. 그렇게 자원한 봉사 활동에서 소외 계층 전문 사진관이라는 아이디어도 얻게 됐고요. 나아가 ‘바라봄 사진 봉사단’을 조직해 큰 프로젝트의 나눔도 실천하고, 직접 아이디어도 낼 수 있었죠. 며칠 뒤엔 펜타시스템테크놀러지사의 지원을 받아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가족사진을 찍어 인화해줄 생각이에요.

 

 

 

평범한 직장인에서 스마트폰 사진작가가 된 한창민 씨


사이다의 기포에서 얼핏 지구의 모습이 엿보인다. 사진이 재미있는건 이처럼 의외의 순간에 의외의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이는 일상의 재미로 이어진다.

 


순간 포착의 묘미. 불필요한 여백을 트리밍(잘라내기)하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 한창민 씨는 사진이 언어를 보완, 대체하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하는데 자신의 일상을 사진에 남기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기록이 된다고.

 


그의 전시회에서 무려 14명이 이 사진을 구입했다. 평범한 창문, 나무지만 프레임에 담고 보니 근사한 작품이 됐다. 창의적인 시각으로 일상의 재미난 요소를 찾다 보면 이처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휴대폰으로도 이런 기막힌 접사를 할 수 있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사진.

 


그는 ‘사진 위주’의 SNS,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작품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에는 몇 장의 사진에 몇 명의 팔로어가 몇 번이나 좋아요를 눌렀는지,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사진 Best 5가 무엇인지 객관적인 통계를 제공한다.

 

50+에게 어떤 내용의 스마트폰 촬영법을 들려주세요?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짚어드려요. 예컨대 그리드(격자) 기능을 이용하면 수직, 수평이 맞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화질이나 파일 사이즈는 임의 조정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명암, 색감은 터치만으로 조절할 수 있 다는 식으로 설명한 다음 직접 조작해보도록 유도하는 거죠. 그리고 그날 배운 기능을 이용해 다음 시간에 사진을 찍어 오시라고 숙제를 내주는데 여기서 포인트는 ‘남들이 다 찍을 법한 뻔한 사진 말고, 나만의 시각이 담긴 독특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잔가지를 무수히 뻗은 나무가 핏줄처럼 보일 수도 있거든요. 사진은 일상 속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게 만들어요. 강좌가 끝날 때마다 본인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사진을 인화해 드리는데,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이렇게까지 잘 나올 줄 몰랐다는 반응이에요.

 

어떻게 하면 ‘뻔하지 않은’ 사진을 찍을 수 있죠?

제가 50대 접어들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접한 책, 그림, 사진, 음악 등이 사진이란 매개체를 통해 표현되는 것 같아요. 저는 호기심 많고 늘 재미를 추구하는 스타일인데 제 사진에서 낡은 것, 오래된 것, 지저분한 것이 자주 피사체가 되거든요. 의식적으로라도 일상에 숨겨진 재미있는 장면을 찾아보는 게 신선한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이 되겠죠. 그러려면 자주 몸을 굽히거나 들이대면서 여러 눈높이에서 이 사물, 저 풍경이 어떻게 보이는지 관찰해야 하고요. 때론 동네 한 바퀴 돌아볼 정도의 노력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내 삶, 일상에 대한 애정이 싹트지 않나 싶어요.

 

왜 하필 스마트폰이에요?

게으르고 귀찮아서요. 노출, 조리갯값, 셔터 속도, 측광, 감도, 화이트 밸런스 등 전문용어가 너무 어렵잖아요. 카메라 무게나 부피도 엄청나죠. 그런데 스마트폰은 가볍고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주는 데다 사진을 즉시 공유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스마트폰이 정밀함이나 섬세함이 떨어질 순 있어도 ‘느낌’을 표현하기엔 충분해요 해상도도 그리 낮지 않고요. 가로 1미터 세로 1.25미터까지 출력한 사진도 있었죠.

 

당신의 사진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진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도 스마트폰으로 그럴듯한 사진을 찍는다는 점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 저 정도를 찍는다니 나도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잖아요. 근데 맞아요.
요즘처럼 뭔가 시도하기에 좋은 세상이 없어요. 저 같은 경우는 글보다 사진을 위주로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그 사진을 다시 트위터, 페이스북과 연동해 세 곳에서 제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죠. 사진에 짤막한 코멘트를 달아 올려놓았더니 이를 재미있게 여기는 사람도 늘어났고 그런 반응을 확인하며 재미가 더 붙은 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이 칠십에 사진작가가 된 ‘꽃할매’ 양영선 씨


사진에 빠진 그녀에게 70이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4kg쯤 되는 사진 가방을 둘러메고 올해 9월 몽골패상을 찾아가 촬영한 사진. 양영선 씨는 “그냥 눈으로 볼 때의 사계절과 카메라를 들이 댔을 때의 사계절은 확연히 다르다”며 ‘익숙한 것 다르게 보기’에 사진만 한 게 없다고 설명한다.

 


작년 12월에 울산 강양항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선의 꿈을 가지고 바다에 나갔다 다시 돌아오는 ‘멸치잡이 배’를 포착했다. 2013년 인천 공모전 입선작이기도 하다.

 


2014년 창원 공모전 입선작. 양영선 씨는 객관적인 자신의 실력 확인을 위해서라도 각종 공모전에 작품을 내보라고 조언한다. 학교 다닐 때처럼 상 받고 싶은 ‘두근두근’한 마음마저 든다고.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나이 칠십에 사진작가가 된‘꽃할매’ 양영선 씨


원래 출장 요리와 요리 수업을 진행했던 터라 음식 사진을 찍기 위해 똑딱이 카메라를 구입했어요. 웬만한 요리 사진은 다 찍을 수 있었지만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이나 재료 특유의 반질반질한 질감을 살릴 수 없어 아쉬웠는데 2011년 방배동 복지관에서 사진 교실이 열린다기에 아들이 사놓은 DSLR 카메라를 들고 찾아갔죠. 나처럼 집 안에 굴러다니던 카메라를 들고 나온 사람이 많더라고요(웃음).
이후 동작문화원, 개별 사진 모임 등으로 옮겨 다니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죠.

 

어떻게 사진 촬영법을 터득했나요?

예를 들어 선생님과 일출을 찍으러 나가면 노출값은 얼마, 화이트 밸런스는 얼마로 잡아보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 내용을 꼼꼼히 노트에 적어뒀어요. 나중에 혼자 찍으면서 조절값에 따라 사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크하면 확실히 감이 생기더라고요. 기본기를 익힌 뒤에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출사를 나가기도 하고, 찍은 작품을 슬라이드 화면에 띄워 어떤 부분을 어떻게 처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는 식으로 회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았죠. 그 과정에서 사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깊어졌어요.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는 것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던대요.

물론이죠. 한국사진작가협회 사이트(www.pask.net)에 들어가면 월별로 공모전 소식이 많이 올라오는데, 지정한 규격이나 형태에 맞춰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자연히 실력도 늘고 학교 다닐 때처럼 상을 타고 싶은 욕심도 생기죠. 객관적으로 자신의 사진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는 금상 4점, 은상 3점 등의 차등을 둬 수상할 때마다 점수를 부여하는데 총점이 50점이 넘으면 정회원, 즉 작가로 인정하고 있어요. 저도 올해 그 기준을 넘겨 작가가 됐지요.

 

사진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빛의 변화에 따라 사물, 풍경의 모습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그걸 포착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기막힌 장관을 조금이라도 멋지게 담으려는 욕심, 집에 와서 그 장관이 모니터에 펼쳐졌을 때의 기쁨, 또 SNS에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즐거움도 굉장하죠. 저는 비공개 블로그를 만들어 그때그때 찍은 사진들을 올려놓는데 그 자체가 삶의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참 좋아요.

 

사진으로 일어난 삶의 변화가 무엇이에요?

저는 원래 사람도 가려 만나고 바깥 외출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내성적인 사람이었어요. 60세에 요리 일을 그만두고부터는 집에서 수놓고 바느질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사진을 하면서 뒤늦게 낯선 사람과 장소가 주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어요. 어깨에 카메라 가방을 메고 덕수궁으로 경복궁으로 찾아다니다 보면 그냥 맨눈으로 볼 때는 몰랐던 계절의 세세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그 자체가 힐링이 되기도 하고요. 함께 있는 동료보다 더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늘어난 활동량에 자연히 몸도 건강해진답니다. 자식들도 “우리 엄마 잘 놀고 있다”며 좋아하니 이보다 더 좋은 취미가 있을까 싶어요. 사진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우울증에 시달렸겠죠.

 

전시회를 앞둔 심경이 어떠세요?

4년간 촬영한 작품을 모아 11월 말 홍대 부근의 커피숍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요. 유명 작가도 아닌데 무슨 전시회까지 여느냐고 남들이 흉을 보진 않을지 걱정이지만, 사실 미국에 사는 큰아들이 거실을 갤러리 삼아 내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어준 적이 있었죠. 총 21점 중 6점이 팔렸는데 황당하고 민망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이 나이에도 뭔가 의미 있는 일에 뛰어들 수 있다니,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앞으로 체력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작품을 찍어 남길 작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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