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취미 - 도심 양봉 편

기사 요약글

도심 양봉에 대해 소개합니다.

기사 내용

양봉이라고 하면 흔히 시골집이나 산 중턱에 늘어선 벌통을 생각하지만, 도시에서 양봉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시 양봉이 아직은 낯선 풍경이지만, 갈수록 참여 인구가 늘고 있다. 그야말로 남다른 도시인의 색다른 여가 활동이다. 은퇴 후 뭐 할까 고민하지 말고 베란다에 화분 대신 벌통 하나 놓아보는 것은 어떨까?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내 멸망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의 멸종이 곧 인간의 멸망이라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고 한다. 즉, 꿀벌은 생태계의 중요한 수분 매개자이자 환경지표 생물이다. 꿀벌이 세계 농업에 기여하는 가치는 2030억 달러(약 224조원)로 추정된다. 또한 세계적인 환경 단체‘어스 워치’는 대체 불가능한 생물 5종 가운데 꿀벌이 첫 번째 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꿀벌의 수가 25~40% 정도 감소했고, 우리나라의 토종벌 역시 80~90%가 사라졌다.


꿀벌, 도시를 날다
 

흔히 ‘진짜 숲이 아닌 빌딩 숲뿐인 도시에서 벌이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도시는 열섬 현상으로 고온 건조해서 원래 아프리카 출신인 벌이 살기에 나쁘지 않다. 실제로 꿀벌의 겨울 생존율은 시골(40%)보다 도시(62.5%)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도시에는 우리 생각보다 많은 꽃과 나무가 있고, 식물 종이 다양해 계절마다 벌이 먹이를 충분히 구할 수 있다. 도시의 오염이 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이미 해결되었다. 보건환경연구원과 한국양봉협회의 검사를 통해 도시에서 수확한 꿀들이 안전하다는 결과를 얻은 것. 이런 이유로 도시는 ‘양봉’에 적절하다. 실제로 도시 양봉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런던과 파리는 2000년대 초반부터 도시 양봉이 활성화되었고, 뉴욕 맨해튼에서도 베란다나 옥상에 벌통을 놓고 양봉을 취미로 하는 금융인, 법조인들이 늘고 있다. 오바마 영부인 또한 백악관에서 수년째 텃밭을 가꾸고 꿀벌을 기르며, 꿀벌 보호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시아에서도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의 긴자에서 15만 마리나 되는 꿀벌을 키워 ‘도시에서 키운 유기농 벌꿀’ 하면 긴자를 떠올릴 정도다. 홍콩의 도시 양봉 회사 ‘HK Honey’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어반비즈서울을 만나다
 

물론 아직 꿀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벌은 위험한 해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그러나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옥상에 벌통을 설치하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도시 양봉’이란 단어가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 후 ‘어반비즈서울’이라는 곳에서 민간단체로는 최초로 도시 양봉 활동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도심에서 벌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어반비즈서울은 도시 양봉의 가치를 알리고 확산시키기 위해 2013년 4월 설립되었다. 원래 귀농을 꿈꿨던 박진 대표는“왠지 꿀벌이 매력적이더라. 꿀벌을 통해 내 아이가 자라는 토대가 될 이 도시를 바꿔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우리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어반비즈서울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꿀벌을 알리기 위해 도시 양봉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지자체(강동구, 노원구 등)에서 속속 양봉학교를 개설하고 있다.

어반비즈서울의 교육은 일주일에 1번씩 총 7주 동안 진행된다. 도시 양봉에 대한 소개, 꿀벌의 생태와 습성, 질병과 실제 꿀벌을 키우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수업에서는 전문 양봉인이 되기 위한 교육이 아닌 양봉의 기초 과정을 알려준다. 실제 농촌진흥청이나 농업기술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전문 양봉인을 위한 수업이 주로 중급 과정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전문 양봉을 생각해도 들어볼 만한 수업이다. 즉, 이 수업을 통해 누구나 자신이 벌과 얼마나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테스트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이론 1시간, 실습 1시간 30분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은 화요일, 토요일 2개 반이 있고, 정원은 30명이다. 2015년도 교육과정은 3월, 5월, 8월까지 총 세 차례 예정되어 있는데, 5월 수업은 이미 신청이 마감되었다. 수업료는 25만원인데 출석률이 낮으면 중도에 탈락되므로 주의하자.

 

당신의 꿀벌을 키워보세요
 

수업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평균연령이 40세로, 수업을 들은 사람 중 최고령은 73세였고, 11세의 어린이도 있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모여 벌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다. 어반비즈서울의 도시 양봉가 교육을 수료하면 개인적으로 양봉을 할 수도 있고, 어반비즈서울의 정식 회원이 되어 공동 양봉장에서 다른 회원들과 함께 양봉을 할 수도 있다. 공동으로 양봉을 하면 회원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해 정보를 교환하는 등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공동 양봉장은 노들섬, 명동 유네스코회관, 갈현 텃밭, 서울대 공학관, 서울시청 남산별관 등 서울 도심 곳곳에 있다. 이곳에서 꿀은 1년에 1차례 채취하는데, 한 벌통이 다른 벌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같이 채취해서 사람 수만큼 균일하게 분배한다. 1년에 1인당 5kg 정도 꿀을 얻을 수 있다. 친환경적으로 벌을 키우기 때문에 도시 양봉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일종의 난센스다. 그래서 이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 양봉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취미로 생각한다. 텃밭에 상추를 키워 나눠 먹는 느낌으로 벌통 하나에 정을 붙이고, 꿀이 나오면 가족이나 아는 사람과 나눠 먹을 정도로 말이다. 심지어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에는 벌을 ‘반려봉’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check

한국의 꿀 3가지

 

1 아카시아 꿀맑은 색을 띠며 5월에 생산된다. 맛이 부드럽고 향은 은은하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꿀.
2 밤 꿀진한 암갈색을 띠며 6~7월에 채취하는 꿀. 향이 짙고 맛은 쓰다. 약꿀로 알려진 귀한 꿀이다.
3 잡화 꿀말 그대로 여러 꽃에서 채집한 꿀이다. 다양한 꽃에서 꿀을 채취해 맛이 풍부하고 영양분도 다양하다. ‘잡화’라는 어감 때문에 안 좋은 꿀로 생각하는 것은 완전 오해.

 

 

도시 양봉,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5년 - 여왕벌은 5년 정도 살고, 일벌들은 50일 정도 산다. 14.02kg - 우리나라 벌통 1통당 꿀 생산량.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에 비해 꿀벌의 밀도가 높은 편이나 밀원식물이 부족해서 벌통당 꿀 생산량이 낮다. 5g - 일벌이 평생 모아오는 꿀의 양으로 찻숟가락 절반 정도. 20% - 꿀은 수분함유량이 20% 이하일 때만 꿀이다. 그 이상이 되면 팔 수 없다. 어반비즈서울에서 채취한 꿀은 수분함유량이 16~18% 정도. 6조원 - 국내 꿀벌이‘가루받이’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

Q1개인이 베란다나 옥상에서 도시 양봉을 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나요?

양봉에 대한 법적 조항은 없다. 그러나 이웃의 민원은 어쩔 수 없다. 특히 관리 부족으로 분봉(꿀벌의 개체 수가 많아져 새 여왕벌과 꿀벌들이 다른 벌집으로 이사 가는 것)이 발생하면 이웃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이웃에게 꿀을 수확하면 나눠주겠다고 약속을 하는 건 어떨까?

 

Q2벌이 사람을 쏘지 않나요?

벌이 쫓는 건 꽃이지, 사람이 아니다. 벌에게 직접 위협만 가하지 마라. 벌이 오면 놀라서 팔을 휘졌고 몸부림을 치는데 그럼 더 위험하다. 그냥 가만히 있어라. 그리고 벌통은 벌들이 드나드는 작은 문이 있는 앞쪽보다 뒤쪽에서 검사한다.

 

Q3벌통을 분양받아 오면 특별히 해줘야 할 것이 있나요?

시기별로 해줘야 할 것이 다른데, 보통 벌통 안을 검사하는 ‘내검’ 활동을 1주에 한 번씩 한다. 내검을 하며 여왕벌이 산란을 잘 하고 있는지, 애벌레가 잘 자라고 있는지, 먹이는 충분한지, 벌의 수가 갑자기 늘거나 줄지 않았는지 등을 꼼꼼히 살피고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물론 벌들이 꿀을 열심히 모았는지도 확인한다. 시기별로 보자면 3~4월에는 벌통 설치, 5~6월은 분봉 시기, 7~8월은 말벌과 더위에 대비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 9월에는 벌꿀 채취, 10~11월에는 월동 준비, 먹이 부족분 확인, 12~2월은 휴식기로 구분된다. 물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주면 된다.

 

Q4벌통과 양봉 도구는 어디서 살 수 있나요?

2만여 마리의 벌이 들어 있는 벌 1통과 양봉용 옷, 양봉 도구까지 포함해 60만원 정도 든다. 가까운 양봉원이나 한국양봉협회(www.korapis.or.kr)를 이용하거나 온라인 소매 사이트(메인양봉원,www.mainbee.co.kr)에서 구입할 수 있다.

 

Q5꽃은 얼마나 있어야 하나요?

축구장 넓이에 꽃이 가득하면 벌통 3.5개 속 벌들이 풍족하게 먹고 산다. 꿀벌의 활동 반경은 2~4km이므로 해당 구간 내 밀원식물(벌의 먹이가 되는 식물)의 분포를 확인하자. 지자체의 푸른도시과에 문의하거나 서울도시계획포털(urban.seoul.go.kr)에서 도시생태 현황도를 확인하자.

 

Q6벌통은 어디에 놓을까요?

고온 건조하며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을 막아주는 장애물이 있는 곳이 좋다. 벌통은 남서쪽 220도 방향에 놓는 것이 가장 좋다. 습도가 높은 곳은 질병이 발생하기 쉽고, 큰 도로변은 진동이 많아 벌에게 좋지 않다.

 

 

 

interview


'벌' 받는 사람들


김미현(가명, 44세, 女)
“귀농에 관심을 두고 양봉을 배운 지 1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무섭기만 했던 벌들이 이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신경 써줘야 할 게 많지만 내 손으로 채취한 꿀이라 다른 어떤 좋은 꿀맛보다 짜릿하다. 그리고 깨끗한 환경을 지켜나가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은 덤.”

 

이성호(가명, 58세, 男)
“요즘 가짜 꿀이 많아서 내가 먹을 꿀은 내가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도시 양봉을 해보니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을 만큼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도시에서 자연을 접할 수도 있고, 같이 양봉하는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

 

장인모(가명, 62세, 男)
“어린 시절 시골에서 아버지께서 부업으로 벌을 키우셨다. 과거 아버지가 주시던 꿀맛이 기억에 남아 벌을 키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도시 양봉을 알게 되었고, 여러 곡절을 거쳐 이제는 제법 괜찮은 꿀을 채취하고 있다.”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