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창회의 甲은 나야!

기사 요약글

사실 동창회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라는 명목 아래 벌어지는 ‘갑’과 ‘을’의 전쟁터라 할 수 있다.

기사 내용

지금 하는 말이 사실 인지 거짓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 자리에서 ‘갑’임을 인정받지 못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생색을 낸다. 그럼 도대체 동창회장을 휘젓고 다니는 동창회의 ‘갑’은 누구일까?

 

 

제1회 여고 동창회 남편의 서열이 내 서열을 결정한다

사람이 두 발로 서 있는 모습에서 따온 상형문자로 흔히 두 사람이 서로를 받쳐주면서 사이좋게 지낸다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바꿔보자.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긴 쪽이 짧은 쪽을 짓밟고 있다. 그야말로‘갑’과‘을’이 모여 사람이 되는 거다.


왜? 이민정 주연의 <앙큼한 돌싱녀>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여자의 인생엔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자신이 성공하는 것과 잘나서 성공한 남편을 만나는 것. 지극히 구시대적 발상이며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엿보이는 발언이지만 결국 그게 현실이다. 두 번째 기회를 잡은 여성들은 시간이 흘러 동창회에 가면 온몸에 명품을 두르고 등장해서 첫 번째 기회를 잡았다가 실패한 여성들에게 마치 복수라도 하듯 자신의 인생을 자랑하기 시작한다.
역전의 찬스아무리 ‘여자 팔자 두룸박 팔자’라 해도 남편의 능력에 묻어가는 여자들은 한계가 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즉, 정말 부럽지 않다면 지지 않았다는 거다. 처음 한두 번 모였을 때는 휘황찬란한 명품에 눈길이 갈 수도 있지만 결국‘ 명품’을 이기는건 ‘인품’이다. 그런 속세의 명품 따위에 좌절하지 말고 쿨하고 당당하게 행동해라. 명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명품인 사람이 진짜 ‘갑’이다.

 

 

 

제2회 여고 동창회 자녀의 성적에 따라 바뀌는 갑과 을

“자기가 타인에 대해서 우월한 것처럼 행동하는 모든 사람의 배후에는 열등감이 숨겨져 있다.” -알프레드 애들러(심리학자)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동창이라도 자식이 SKY에 갔다는 사실을 듣게 되면 뭔가 아우라가 있어 보이고,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한 수 조언이라도 듣고 싶어지죠.”
왜?나보다 가방끈 길고, 지갑이 뚱뚱한 남편을 가진 동창이라도 자식 농사는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쏟아붓는 돈이 많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사교육비가 얼마나 드느냐가 아니다. 자녀의 성적에 자녀보다 부모가 더 목을 매는기이한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내 자식이 학교에서 성적으로 ‘갑’ 이라면 나도 동창들 사이에선 ‘갑’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
역전의 찬스 ‘성적→ 대학→ 직장’으로 이어지는 자식 자랑은 결국 ‘며느리’ 자랑과 ‘사위’ 자랑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그런자식 자랑 배틀의 ‘갑’ 역시 역시 며느리와 고부 갈등이 있고, 사위와 불편함이 있기 마련이다. 자식이란 존재가 언제나 부모의 자랑거리이기만 하겠는가? 결국 자식 자랑은 ‘너’와 ‘나’ 전부 자식 앞에서는 똑 같은 ‘을’이라는 사실만 남을 뿐이다. 동창회까지 왔으면 그냥 우리 이야기나 하다 가는 게 좋다.

 

 

 

제3회 남녀공학 동창회
정글의 법칙 앞에선 우정도 없다?


“가끔은 이곳이 동창회장인지 회사 사무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자기 일에서 성공한 친구는 여기서도 직장 상사같이 굴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친구들은 그 눈치를 보고…”
왜?학창 시절에 예쁘고 잘난 친구가 결혼하고 전업주부가 되고, 어려운 환경 탓에 취직을 해야 했던 친구는 지금도 당당한 직장인이다. 누가 ‘갑’일까? 둘 중 자격지심을 느끼는 쪽이 ‘을’이고 대개는 가정주부 쪽일 거다. 남자도 마찬가지. ‘한때 날렸던’ 과거가 아니라 지금 내 명함에 박힌 ‘직위’가 동창회장의 내 ‘위치’ 를 올려주는 법이고, 회사와 집에서 기죽어 지내던 ‘을’은 동창회장에서도 역시 ‘을’의 자리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역전의 찬스지금 내 명함이 별 볼일 없다고 너무 기죽을 필요없다. 어차피 누구나 은퇴를 하게 된다. 지금 떵떵거리는 그 친구도 학창 시절엔 별 볼일 없었던 것처럼, 은퇴 이후에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지금‘을’이라고 은퇴 이후의 삶에서도 ‘을’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지금의 명함에 집착하지 말고, 은퇴 이후 가지게 될 ‘미래’에 주목해라. 50~60대에 ‘돈’을 가진 사람은 찾기 쉬워도 50~60대에 ‘꿈’ 을 가진 사람은 찾기 힘든 법이니까.

 

 

 

제4회 남고 동창회
내가 타는 차의 클래스가 내 클래스다


“동창회 장소의 주차장에 가면 각종 외제차들이 늘어서 있어요. 그 사이에 내 국산 차를 주차하고 있으면 왠지 동창회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지고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왜?기본적으로 남자란 생물은 무언가 타는 것에 환장한다. 그 대표적인 게 바로 차다. 그만큼 내가 타는 차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차에 그 정도 애정이 없다 해도 남자란 내 회사, 내 여자, 내 집 등 나와 관련된 무언가가 다른 사람의 것보다 못하다는 사실 자체를 싫어하는 ‘경쟁심’이 유전자에 새겨진 존재다. 즉,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질문에 적어도 ‘아우디’ 정도는 대답할 수 있어야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는 게 남자다.
역전의 찬스동창회에 벤츠 ‘S 클래스’를 타고 갈 수 없어서 부끄럽다고? 비싼 차가 없다면 차에 대한 좋은 식견을 가지면 된다. 비싸지 않아도 충분히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차는 많다. ‘오프로드에 강한 SUV를 선호한다’거나 ‘세단은 나이 들어 보인다’처럼 내 주관을 찾아서 적절한 가격으로 ‘나만의 드림카’를 찾아보자. 최고급 세단보다 친구들 사이에서 더 화제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웬만하면 경차를 나만의 드림카라고 소개하진 말자. 허세도 웬만해야 사람들이 믿는 거다.

 

 

 

제5회 남고 동창회(부부동반)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가 갑이지


“아무리 학벌 좋고 직장 좋고 돈을 잘 벌어도 어리고 톡톡 튀는 여자 앞에선 장사가 없죠. 친구 와이프가 젊고 예쁘면 왠지 내 아내와 비교하는 게 남자의 본능 아닐까요?”
왜?물론 정상적인 남자라면 친구의 여자를 탐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창의 부인이 내 부인보다 젊고 예쁘다면 왠지 모르게 패배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젊고 예쁜 여자를 차지할 수 있다는 건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남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 같은 거니까. 당연히 나이가 들수록, 내 부인이 무서우면 무서울수록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겠지만 질투가 섞인 부러운 시선은 감출 순 없다.
역전의 찬스친구의 젊고 예쁜 부인이 부럽다고 20년 넘게 살아온 조강지처를 버리고 재혼할 수는 없지않은가? 그럴 용기가 있다면 그 방법을 추천한다. 그러나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그녀 스스로 동창회장을 박차고 일어서게 만들어라. 어렵지 않다. 그냥 평소에 잘하는 정치, 군대, 축구 얘기 중 취향에 맞는 것으로 화제를 삼아라. 참석자들 평균 나이보다 훨씬 어린 그녀는 결코 버틸 수 없을 거다.

 

 

 

제6회 여고 동창회
외모 지상주의는 젊을 때만 쓰는 말인가?

“요즘엔 동창회를 가려면 준비할 게 많아요. 머리도 새로 하고, 피부 관리와 보톡스는 기본이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늙어 보인다는 말은 절대 듣고 싶지 않거든요.”
왜?여전히 젊은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저씨가 ‘남자’이듯이 아줌마도 여전히 자신의 외모를 신경 쓰는 ‘여자’다. 당연히 동창회에서 서로의 패션에 대한 품평회는 빠질 수 없다. 그래서 부족한 미모와 스타일은 돈의 도움을 받아서 스킨 케어와 명품으로 완성한다. 아무리 우리 남편이 부자이고, 내 아들이 의사, 변호사 며느리를 가졌어도 친구들은 50대처럼 보이는데, 나만 60대처럼 보인다면 ‘을’의 신세를 벗어나긴 힘들다.
역전의 찬스타고난 피부와 꾸준한 관리, 그리고 돈. 이 세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미모 ‘갑’의 자리를 차지하긴 어차피 어렵다. 그러나 아무리 외모가 휘황찬란해도 결국은 그 미모를 봐줄 사람이 있어야 빛이 나는 법. 내 주름과 똥배도 사랑스럽다고 해줄 남편이…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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