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결혼과 인간관계의 공통점

기사 요약글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마음 다스리기.

기사 내용

 

 

 

언젠가 부동산투자로 큰돈을 번 남성을 만났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무력감 때문에 상담을 원했다. 그는 인간관계가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사회적 관계도 부동산 쪽 사람들과 알고 지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땅을 보러 다니는 데 썼다. 땅을 사고 사무실에 와서 내 땅이 얼마나 되는지 지도를 펼쳐놓고 살펴보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밥도 혼자 먹고 술도 혼자 마셨으며 취미 생활도 없었다. 게다가 형제들과 연을 끊고 지낸 지 오래였다. 가난한 형제들이 돈 때문에 자신에게 비굴하게 행동하는 것이 보기 싫었다고.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돈을 그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억울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친밀한 사람들이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친한 척하지만(그의 표현이다) 곧 뭔가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그는 아내를 집에서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 존재 정도로 여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이는 없었다. 그는 아내에게도 기본적인 생활비 외에는 주지 않았다. 무던한 아내는 남편의 수입이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집에서 부동산투자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와 정서적 이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우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 날 지방에 갔다가 여느 때처럼 혼자 밥을 먹다가 알 수 없는 지독한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그런 일이 서너 번 되풀이되자 그는 입원까지 해가며 건강검진을 받았다. 하지만 신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의사의 권유로 상담을 받으러 왔다.

 

 

 

 

많은 사람이 인생에서 돈을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둔다. 그런데 종종 큰 부를 가진 사람들이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호소하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우리의 마지막 가치가 돈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인간관계에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왜 돈을 벌고 싶어 하는가? 이 질문에 사람마다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인 대답은 하나로 모아진다. 그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의 사례는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면 엄청난 부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물론 누구에게나 인간관계는 쉽지 않다. 상처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러한 상처를 치유하는 길 또한 인간관계 안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과 인정과 존중을 받을 때, 그로 인해 기쁨과 희망을 느낄 때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정작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를 때가 더 많다.

 

 

 

 

우리가 인생에서 그 실체를 잘 모르고 엄벙덤벙 시작하는 세 가지가 있다. 결혼, 주식 투자 그리고 인간관계다. 실패하고 나서야 비로소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도 이 세 가지가 아닌가 싶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고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사실 또한 공통점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투자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나 훈련 없이 주위 사람들의 말 한두 마디에 주식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뛰어든다. 내가 정신과의사라는 사실을 알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내가 어떤 사람인 거 같은가?”라는 질문을 쉽게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것처럼 우리는 증권이나 금융에 관여하는 사람을 만나면 쉽게 “요즘 어디에 투자해야 돼요? 좋은 주식 있으면 추천해주세요”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주식도 언제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수익이 판이하게 달라지는데도 말이다.

 

 

 

 

주식 전문가들은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로 자기 신뢰, 참을성, 냉정함, 유연성, 자기통제 능력을 꼽는다. 이 요소는 모두 우리의 심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주식 투자를 심리 게임이라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자질과 심리적 요소는 결혼과 인간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세 분야 모두 그것을 갖추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결국 이 역시 셋 사이의 공통점인 셈이다.

 

앞서 사례로 든 부동산투자 전문가의 경우 자신의 일에서만큼은 그 요소들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는 결혼과 인간관계, 그중에서도 정서적 이해라는 측면에서 거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이런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나머지 단번에 무너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실금이 간 항아리가 마지막 물 한 방울에 마침내 산산조각이 나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도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인정한 뒤부터는 아내와도 조금씩 마음을 나누는 등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결과적으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 분야 모두 꾸준한 노력과 자기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 걸음씩 옮기다 보면 어느 순간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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