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창업 - 낭낭공방 정언랑 대표

기사 요약글

올해 마흔 일곱에 접어든 정언랑 씨는 매일 아침 자양동의 한 사무실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

기사 내용

자신의 이름을 따 '낭낭공방'이란 명칭을 붙인 이곳은 스마트폰으로 작업한 그림이나 사진을 컵이나 텀블러 등에 새겨주는 개인 공방. SK에서 진행한 시니어 창업공모전에 선발된 그녀는 지난해 9월부터 직원 2명을 둔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낭낭공방'의 묘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 그린 예쁜 '디지털 그림'에 있다. 이곳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정 씨가 그린 그림과 글, 사진을 조합해 각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창업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기계에 능숙했던 건 아니다. "뒤늦게 스마트폰이라는 걸 샀는데 붓의 두께나 질감, 색상의 농도까지 선택해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완전 신세계였죠.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그림을 그렸어요. 이를 SNS에 올릴 때마다 지인들이 한결같이 '혼자 보기 아깝다'는 반응을 보였고, 정 씨는 '내 그림으로 사업을 할 순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텔레마케터에서 공방 사장님이 되기까지

원래 그녀의 직업은 프리랜서 강사였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뒤 오랫동안 텔레마케터로 근무했고, 이후엔 대학원에서 배운 음성학을 기반으로 서비스 강의를 해왔다. 동시에 소규모로 중년들의 코칭을 진행했는데 이 코칭의 핵심은 곧 '자기 되돌아보기'로 정리할 수 있었다. "중년쯤 되면 자기 인생에 데이터가 쌓이게 마련인데 그걸 단순한 경험으로 흘려버려서는 안 되요. 그 속에 분명 은퇴 준비에 아주 유용하게 쓰일 소스들이 있거든요. 그 첫 번째가 바로 '자기 알기'예요. 의외로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 정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역할을 했어요. 수업 마지막 시간에는 그렇게 찾아낸 각자의 키워드를 직접 공장까지 찾아가 머그컵이나 텀블러에 새겨 선물했더니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들은 제가 그림을 잘 그려서가 아니라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그 말'을 선물했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때 사업의 핵심이 '결국은 콘텐츠'라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 거죠.

 

 

공모전으로 마련한 창업 비용

사업을 시작하려면 기계 구입에 최소 5백만원가량이 필요했다. "컵 한 두 개 팔아서 무슨 돈이 되겠느냐며
만류하는 사람들 때문에 선뜻 결심을 못하고 있던
차에 SK의 창업 지원 공모전 소식이 들려왔다.
'기계값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공모전에서
그녀는 '사업계획서'라는 첫 번째 난관에 부딪혔다.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을 찾아가 SOS 쳤죠. 그분과 대화를 하다 보니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하나하나 자료를 찾아가며 사업계획서를 쓰는데 뭔가 내 안에 있는 에너지를 다 토해 낸 기분이 들었어요. 되게 뿌듯하던걸요. 상금 안 받아도 좋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러나 정 씨는 최종 10팀 안에 들어 2천만원의 상금과 3천만원의 기술개발자금을 지원받았다. 무려 24대1의 경쟁률을 뚫은 셈인데 최종 10팀 안에

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ICT(정보통신기술) 업계 종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마추어에 불과했던 그녀에게 어떤 경쟁력이 있었던 걸까. "'나만의 것' '독창적인 것'을 원하는 요즘 사람들의 니즈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기도 했고, 그림과 글로 사람들의 감수성을 건드린다는 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아요. '특별한 기술 같지도 않은데 유사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심사위원의 예리한 지적에 '손쉽게 배워 나만의 직업을 가질 수 있으니 사회적으로 오히려 더 좋은 현상이 아니냐'고 반문했던 그녀의 두둑한 배포도 우승에 한몫을 했다.

 

 

두 번째 인생! 돈이 아닌 재미를 택해라

공방 사장님이 된 후 그녀는 6개월간 약 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직 사업 초기라 주문량이 많지 않은 데다 직원 월급에 각종 지출을 빼고 나면 수입은 크지 않다. 그러나 <쌉싸름한 그림 샐러드>라는 에세이집을 펴내며 작가 타이틀까지 거머쥔 그녀는 요즘 '돈 벌이'는 몰라도 일에 대한 만족감은 비할 데 없이 크다. "나이를 먹으니 성공이나 돈에 대한 욕심보단 개인적인 만족이 훨씬 더 중요하더라고요. 젊을 땐 '해야 해서' 일을 했다면 이제는 '재미있어서' 일을 할 때예요. 자신을 들여다보면 즐기면서 돈을 벌 방법이 나온답니다. 제가 확신해요.

 

 

TURNING POINT

SK 행복창업 지원센터의 '브라보 리스타트'만 45세 이상의 창업을 돕기 위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으로 공모전 형식이다. 예비 창업가나 창업한 지 3년이 안 된 사장님이라면 지원 가능하며 최종 10개 팀 안에 들면 창업 지원금과 사무실이 제공된다. 6개월간의 '인큐베이팅' 기간 동안 아이디어 발굴, 창업, 초기 정착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도와줄 전문가가 투입되는데 여기에는 심리상담까지 포함된다. 창업 이후에도 운영 상태나 애로 사항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만족도가 높다. 문의 bravorestart@sk.com(02-6100-1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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