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냉동 삼겹살의 전설, ‘문경등심’

기사 요약글

청계천 건너 을지로3가 역과 을지로4가 역 사이에 있는 을지로 골목. 오래된 인쇄소들 사이에서 4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 '문경등심'의 맛과 세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

기사 내용

 

 

 

 

“여기는 지업소와 인쇄소가 많았어요. 월급쟁이도 바글바글했고, 보험하는 양반들도 많았고요. 기술자, 배달꾼에 오며 가며 스쳐가는 사람들로 늘 복작거렸지요.”

 

‘문경등심’ 천양순(73) 사장이 을지로의 옛 풍경을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문경등심은 이름대로 원래 등심을 팔던 가게였다. 그곳을 천 사장이 위치며 상호명이며 그대로 이어받아 지금껏 꾸려오고 있는 것이다. 도중에 ‘삼겹살 전문점’이라고 새로 간판을 달긴 했지만, 포털사이트에서는 여전히 ‘문경등심’으로 검색해야 이 집 정보가 나온다.

 

“원래 이 집은 내 가게가 아니었어요. 그냥 자리만 산 거야(웃음). 제대로 된 음식 내고 장사만 잘하면 됐지 이름을 뭘 바꿔.” 허탈한 대답에 웃음이 났다. 천 사장의 캐릭터는 독특하다. 노포를 취재하면 으레 듣는 고생담이 있는데, 그런 질문에도 천 사장은 손사래를 친다. “난 한 일이 없어요. 직원들이 다 했지. 난 김치 한 번 안 담갔어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야.” 말하는 표정에 여유가 가득하다. 분명 이제껏 가게를 일궈오면서 고생을 안 했을 리 없을 텐데도 타고난 성품이 태평하달까. 원래 이런 양반이구나 싶다.

 

 

 

 

을지로에서만 47년, 냉동 삼겹살 맛의 고전

 

 

천 사장이 남편 임진수(72) 씨와 함께 가게를 인수한 때가 1986년이니 이 자리에서 꼬박 35년째 삼겹살을 팔고 있다. 부부는 전라도 출신이다. 천 사장은 광주, 남편은 정읍이 고향이다. 1974년에 결혼한 뒤 지금 가게 근처에서 처음 연 분식집 겸 튀김집이 장사의 시작이다. 20㎡(6평)짜리 분식집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을지로에서 먹는 장사로만 업력이 47년에 달한다. 그사이 주문한 삼겹살이 나왔다. 좀 잘나간다 싶은 삼겹살집은 대부분 생삼겹살을 쓰지만 이곳은 아직 냉동 삼겹살을 쓴다.

 

“생삼겹살이 한창 유행을 했는데도 우리는 냉동이 낫더라고.”

 

간판도 갈지 않은 뚝심이 메뉴를 정할 때도 어디 가지 않았구나 싶다.

 

1970년대는 냉동 삼겹살이 한창 유행했다. 당시 냉장육 시장은 지금만큼 활발하지 않은 데다 냉동육이 작업하기에도 편해 널리 퍼진 것이다. 얇게 자를 수 있으니 빨리 구울 수 있고, 그만큼 회전율도 좋다하여 냉동 삼겹살은 얇은 것이 ‘표준’이 됐다. 한데 이 집 삼겹살은 좀 두껍다. 언뜻 보기에도 3mm 이상이다. “이 정도 두께는 돼야 육즙이 안 빠지고 맛있다”는 것이 천 사장의 설명이다. 냉동 삼겹살의 문제는 언 고기가 익기 시작하면서 육즙 손실이 많다는 점이다.

 

 

 

 

직원도, 불판도 40년 역사를 함께 하다

 

 

희한하게도 이 집 삼겹살은 두툼한 고기가 쇠 불판에서 구워지는 동안 수분이 거의 빠지지 않은 상태로 알맞게 익는다. 심지어 지금 쓰는 불판도 40년 가까이 된 물건이다. 고기 또한 오래전부터 써오던 브랜드육을 고집한다. 지금은 브랜드육이 아주 흔하지만 예전에는 드물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얹자면, 지금의 에버랜드 자리가 예전에는 삼성이 야심 차게 시작한 돼지 축산 산업의 기점이었다.

 

제일제당은 그렇게 축산업에 뛰어들었다가 지금은 사료에 주력하고 있다. 그 바람에 문경등심의 삼겹살도 제일제당에서 하이포크로 넘어갔다. 고기가 다 익었으니 이 집의 또 다른 자랑인 파무침을 얹어 쌈을 쌌다.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이 옛날식 삼겹살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저녁마다 줄을 선다.

 

고기로 배를 채우고 나면 볶음밥으로 마무리해줘야 한다. 그 맛 또한 기가 막히다. 분식집 시절부터 같이 일해온 안옥순 씨는 40년 차 직원인데, 안씨의 귀신 같은 삼겹살 볶음밥 솜씨는 놓쳐서는 안 될 맛이다. 말이 40년이지, 평생을 이들 부부와 함께한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인덕이 있어야 가능한 일. 그 속사정이 얼마나 깊을지는 짐작만 할 뿐이다. 삼겹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1인분에 180g. 후한 양이지만 금세 한 판 더 올라간다.

 

 

 

 

문경등심의 고기는 도축 후 제대로 된 삼겹살 부위만 남기고 자투리는 아낌없이 잘라낸다. 가게에서 낼 때도 품질이 떨어지는 고기는 과감히 덜어낸다. 삼겹살은 사실 비싼 부위라, 지방과 고기가 고르지 않은 부위도 함께 내기 마련인데 이 정도 양에 이런 품질이라니, 역시 오래 장사한 곳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부는 인근에서 고기만큼 인심도 후하기로 유명하다. 기부 활동과 봉사활동도 열심이고, 칠순 기념 여행을 가려고 준비한 500만원도 기부했다. 현재는 딸과 사위가 대를 잇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 한번 맛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고기 맛과 40년 손맛으로 다져진 고소한 볶음밥 그리고 훈훈한 정을 느끼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 바로 거기가 문경등심이다.

 

 

맛있게 먹는 팁

 

 

 

육즙을 그대로 머금은 삼겹살을 필살기 파무침에 얹어 쌈을 싼다. 그리고 이 집의 또 다른 별미인 삼겹살 볶음밥도 잊지 않고 먹는다.

 

기획 이인철 박찬일 사진 노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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