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행 - 료칸의 방, 와시츠

기사 요약글

료칸의 방, 와시츠를 소개합니다.

기사 내용


와시츠의 구조


료칸의 기본은 방입니다. 료칸도 결국은 숙박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전통 료칸들은 일본의 전통 방인 ‘와시츠’에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에 와(和) 자를 붙이기 좋아합니다. 그래서 일본 소는 와규(和牛), 일본 종이는 와시(和紙), 일본의 전통 방은 와시츠(和室)라고 부르죠.
와시츠의 출입문은 ‘쇼지(미닫이)’입니다. 쇼지란 격자 모양으로 조립한 나무 틀에 와시를 바른 것으로, 우리네 전통 창호와 비슷합니다. 남의 시선은 가려주지만 햇빛은 부드럽게 통과해서 방 안을 은은하게 만들어주죠. 쇼지를 열고 들어가면 작은 마루 뒤로 또 다른 문이 나옵니다. 같은 미닫이문이지만 나무판에 두꺼운 종이를 바른 것이 쇼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이 문의 이름은 ‘후스마(맹장지)’. 와시츠 안의 문들은 대부분 후스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소에는 후스마로 방을 나누어 쓰다가, 필요하면 떼어 내어 넓은 방 하나로 쓰기도 한답니다. 일본 사극을 보면 몇 개의 문이 열리면서 쇼군이 앉은 자리까지 들어가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이때 열리는 문들이 바로 후스마입니다. 후스마에는 옅은 무늬를 넣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이름난 료칸에는 일본 천황이 묵었다는 방이 있는데, 이들 방 안의 후스마에는 금색으로 그림이 그려진 경우가 많습니다.

 

 


료칸의 방에는 손님에게 대접할 차와 과자가 준비되어 있다.

 

 


때로는 손님의 이름과 함께 간단한 기념품을 준비하기도 한다.

 

 

킁킁. 풀냄새가 안나니까 가짜!


료칸의 수준을 보여주는 방의 꾸밈
 

료칸 방에 들어갔을 때 풍기는 은은한 풀 냄새의 진원지는 바로 다다미입니다. 볏짚으로 속을 채워 넣고 골풀로 겉을 감싼 바닥재인 다다미는 5cm 정도의 볏짚이 습기를 조절하고 바닥의 냉기를 막아서 쾌적한 느낌을 주지만 청소가 어렵고 곰팡이나 벌레가 생기기 쉬운 단점도 있지요. 요즘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볏짚 대신 스티로폼을 넣기도 하지만 이런 다다미에서는 특유의 풀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다다미는 보통 ‘조’라는 단위로 세는데, 6조가 기본 크기의 방입니다. ‘4조반’이라고 하면 아주 작은 방이죠.

다다미 위에는 ‘자이스’라 불리는 다리 없는 의자에 ‘자부통’이라는 두툼한 방석이 깔려 있습니다. 이곳에 앉으면 뒤따라온 나카이상이 따뜻한 차 한 잔을 대접합니다. 차를 마시면서 방을 둘러보면 별다른 가구나 장식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와시츠에서는 필요한 물건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수납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방 한쪽에 움푹 들어간 벽감을 두고 그 안에 그림 족자와 화병을 둔 것이 보입니다. ‘도코노마’라 불리는 이 공간은 와시츠에서 거의 유일한 장식 공간입니다. 이곳을 어떤 나무로 꾸미고, 어떤 그림이나 글씨를 걸고, 어떤 화병에 어떤 꽃을 심느냐에 따라 그 집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료칸의 도코노마는 오카미상의 취향과 품격을 드러내는 공간입니다. 보통은 방 안에서도 그 지역의 계절감을 느낄 수 있게 꾸민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이 좋은 방일까요? 우선 방의 크기입니다. 료칸도 숙박 시설인지라 큰 방이 좋기 마련이지요. 다음으로 개별 노천 온천탕이 있느냐, 개별 정원이 있느냐가 방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코노마를 어떻게 장식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햇살이 은은하게 비치는 다다미 위에서 쉬다가, 개별 온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방 안에서 가이세키를 맛보다 보면 료칸을 왜 일본식 리조트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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