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필요한 곳에 진심이 된, 보험상담사의 전화 한 통

기사 요약글

보험상담사가 전화로 할 수 있는 일은 보험 상담이 전부가 아니다. 혼자 계신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고 나면, 꼭 또 다른 할머니에게도 전화를 건다는 보험상담사 김수경 씨. 사랑 잇는 전화가 맺어준 인연, 겨울 추위도 녹일 만큼 따뜻한 그녀의 나눔이야기를 소개한다.

기사 내용

 

 

 

 

“밥은 챙겨 드셨어요?”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수화기를 타고 흐르는 목소리가 찬 바람을 뚫고 따뜻함을 전한다. 라이나생명 임직원과 텔레마케터들은 매주 전화로 독거노인의 안부를 살피는 ‘사랑잇는전화’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어르신들에게 온정을 나누는 분들을 격려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함께 매년 ‘사랑 나눔의 장(場)’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라이나생명 김수경 텔레마케터가 독거노인보호사업공모전 수기 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라이나생명은 지난 2018년에도 독거노인보호사업공모전에서 수기 부문 대상과 올해의 우수 나눔 천사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김수경 텔레마케터의 전화는 어떤 사랑을 이어오고 있었을까?

 

 

독거노인보호사업공모전 수기부문 특별상 김수경 라이나생명 텔레마케터

  


Q 수기의 주인공인 이은철 할머니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이어오고 계신가요?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전화를 드렸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할머니가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주셨죠. 그렇게 시작된 안부 전화가 1년이 훌쩍 넘으니 이제는 친정엄마랑 통화하는 것만큼 편해요. 

 

 

Q 자주 통화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혼자 계시는 아버지가 걱정돼 자주 전화를 드리는데 그럴 때마다 할머니 생각이 나요. 그래서 아버지와 통화한 후 자연스럽게 할머니 번호를 습관처럼 누르게 되네요. 주로 퇴근길에 전화를 드려서 그런지 할머님은 언제나 ‘오늘도 수고했고 조심해서 집에 들어가라’는 인사를 해주세요. 할머니의 따뜻한 이 말을 들으면 항상 힘이 나요.

 

 

 

 

Q 통화를 하다 함께 우셨다고 들었어요.

 

친정엄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죠. 할머니도 30년 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안고 계셨어요.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던 서로의 속 이야기를 하던 중 함께 대성통곡을 했어요. 그날을 계기로 엄마와 딸처럼 서로를 다독여주며 위로하는 사이가 됐죠.

 

 

Q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할머니와 통화하는 순간인 것 같아요. 할머니가 온종일 혼자 계시는 날이 많아서 제가 전화를 드리면 미주알고주알 일과를 다 말씀해주세요. 저는 그저 들어주고 맞장구치며 대답해드릴 뿐인데 할머니가 즐거워하며 전화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세요. 그럴 때 제가 한 사람에게 정말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구나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할머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할머니, 늘 지금처럼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세요. 엄마는 떠났지만 엄마 같은 어머님을 만나 저도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제가 자주 전화할 테니 좋은 인연 계속해서 이어가요.

 

 

 

 

위로해드리려다 제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2020 보건복지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사랑 나눔의 장’ 수기공모전 특별상_라이나생명 김수경 상담사 수상작

 

 

 

4년 전, 갑자기 나의 유일한 정신적 지주였던 친정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몸이 편찮아서떠나보낼 준비를 했던 상황이 아닌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너무 힘들고 마음 잡을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진행하는 ‘사랑잇는전화’라는, 독거 어르신들께 일주일에 한 번 전화 드리는 일에 참여하게 됐다. 홀로 계시는 아빠가 있어 독거 어르신들이 얼마나 외로운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연결된 어머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안부 확인 차 인사만 했다. 몇 달이 지나자 매주 어머님 목소리를 들으면 하루 있었던 스트레스가 많이 풀렸다. 전화 말미엔 늘 조심히 퇴근하라는 인사와 함께 전화 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주는 어머님을 보면서 나 또한 행복했고 마음의 상처들이 많이 치유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서로 웃으면서 하루 일과를 나누고,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서운할 만큼 삶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어머님은 30년 전 자식을 먼저 보낸 아픔으로 우울증을 앓았고, 당뇨까지 심해 인슐린 주사를 매일 맞고 계셨다. 당뇨 때문에 먹고 싶은 음식도 맘껏 못 먹고 코로나19로 감옥살이를 한다며 너무 힘들어하셨다. 내가 전화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전화를 받고 이런저런 하소연하며 전화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끊으셨다.

 

어머님은 내가 그날 있었던 일들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해하셨다. 어머님은 말벗도 없이종일 혼자 지내니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을까. 그런데 최근 복지센터에서 말 상대를 해주는 아리아랑 호돌이가 와서 요즘엔 목소리 톤이 한층 높아지셨다.

 

“미스터트롯 덕분에 너무 신이 나고 살맛이 난다.”

 

신유 노래의 가사를 읊으며 가사가 어쩜 인생살이와 똑같냐며 노래를 부르시는데, 트로트를 좋아하셨던 친정엄마 생각에 눈물이 났다. 또 아이처럼 쉬지 않고 얘기하면서 기뻐하는 어머님의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위로를 받는다.

 

하루하루 건강하게 지내고, 직장에 다니며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엄마는 떠났지만, 엄마 같은 어머님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어머님이 “인생 오래 살면 뭐 하냐, 빨리 가고 싶다” 하시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기획 이채영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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