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서랍 속 안경이 선물한 캄보디아의 밝은 빛

기사 요약글

코로나19로 해외이동이 요원해진 올해에도 캄보디아에 밝은 빛을 선물하는 전성기 안경기부캠페인은 계속 되었다. 사람은 못 가지만, 안경과 그에 담은 따뜻한 마음은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어 새 주인을 만났다는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기사 내용

  

 

 

멈춰버린 공장, 삶이 막막한 캄보디아의 노동자들 

 

  

코로나19로 세계가 멈추자 캄보디아의 경제도 멈췄다. 하늘길이 막히고 관광객의 발길이 끊김에 따라 관광으로 벌어들였던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어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었다. 캄보디아의 주요 수출산업인 섬유·봉제 업계도 영향을 받았다.

 

공장의 30%가량이 멈췄고 1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바이어가 있는 북미와 유럽의 판매량 감소로 주문이 취소되고, 주문량 인수를 미루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해 공장 운영이 어려워진 것. 이렇게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대부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다.

 

 

 

 

서랍 속 안경, 봉제 공장 노동자에게 향하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외곽에 봉제 공장이 모인 공단이 있다. 이번 전성기 안경기부캠페인에서 모인 안경들이 전해진 곳은 이 공단에 있는 ‘인수아 어패럴’로 수영복과 니트 등을 만드는 의류 공장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부모와 떨어져 혼자 사는 여성들이다. 이들이 한 달을 꼬박 일해 받는 월급은 약 180달러.

하지만 월급의 절반 이상을 집으로 보내기 때문에 정작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것은 식비가 전부다. 요즘은 코로나19로 공장 상황이 어려워져 이마저도 쉽지 않다. 노동자 대다수는 오랜 시간 재봉틀 앞에 앉아 일하면서 시력이 저하됐지만, 제대로 시력검사를 받기도 어려워 흐린 눈으로 살아간다.

 

 

 

 

 

1,010명에게 전해진 새로운 빛

 

 

지난 10월 17일, 한국에서부터 날아온 만 여개의 안경테와 검안장비를 가지고 캄보디아 프놈펜 Seoul Optics의 안경사들이 인수아 공장을 찾았다. 작년에는 라이나전성기재단과 휴먼비전의 담당자들이 직접 캄보디아 이웃들을 찾아가 안경을 전달했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올해에는 기부 안경들만 비행기를 태워 보내고, 현지 전문가와 봉사자들을 통해 나눔행사가 진행되었다.  

이 날 시력검사를 받은 노동자는 1,010명. 태어나 처음 받아보는 시력검사를 어색해하는 사람부터 눈에 맞는 안경을 쓸 생각에 들뜬 사람까지 마스크 뒤로 상기된 기운이 가득했다.

 

 

  

 

시력검사 후, 만리 너머 새 주인을 만나러 온 각양각색의 안경 앞에서 각자 얼굴에 맞는 안경테를 고르며 또 다시 상기된 얼굴들. 그 가운데 본인 대신 시골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낼 안경테를 고르는 이들을 위해 개별 시력검사 없이도 쓸 수 있는 돋보기와 백내장, 익상편 방지를 위한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도 함께 전달되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멈추고 또 멀어졌지만, 서로의 인생이 지금보다 조금 더 밝아지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만큼은 멈추지도 멀어지지도 않았음을. 2020 안경기부캠페인의 여정 속에서 선명하게 보여준 희망의 빛이었다. 

 

 

안경 새 주인, 상소반 타니(43세)가 전한 감사 인사
 "5남매 중 첫째로 태어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교도 그만두고 지금까지 일해왔어요. 한 번도 시력검사를 받은 적이 없어서 시력이 안 좋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어려서부터 잘 안 보여서 그냥 그런 줄로만 알았거든요. 안경을 쓰니 세상이 밝게 보여요. 앞으로의 인생도 이렇게 밝아지면 좋겠습니다. 깨끗한 세상을 볼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기획 문수진 사진 윤상운(캄보디아 프놈펜 Seoul Op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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