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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출신 50대 경단녀의 '스타트업 재정 멘토' 재취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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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딸의 방황으로 만족하던 직장 생활을 끝낼 수밖에 없었던 50대 경단녀. 딸의 대학 입학 이후 재취업에 도전했는데, 이전 직장 경험을 살려 젊은이들의 스타트업 회사 재정 멘토로 인생 2막을 열었다. .

 

 

이혜성 씨(54)는 회계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업무 만족도도 높았고, 성과도 좋아서 때맞춰 승진을 놓치지 않는,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재직 중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딸의 방황으로 직장 생활을 접게 되었고, 모든 게 제자리에 돌아온 50대에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로 2막을 준비 중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한 퇴사

 

 

사춘기 딸의 방황이라는 예상치 못한 허들과 맞닥뜨렸고, 상황은 심각했다. 아쉬움이 컸지만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딸을 위해 15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후 몇 년 간 아이에게만 전념했다. 일하는 엄마라서 보상이라도 하듯 몰아붙인 사교육을 모두 정리하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상담도 다니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아이는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아이가 대학에 입학, 신경 쓸 일이 줄어들자 혜성 씨는 그제야 한숨 돌리며 자신을 돌아봤다. 일상에 지쳤지만, 아직도 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고, 뭔가 해보고 싶은 욕구가 살아있는, 누구누구의 엄마가 아닌 ‘인간 이혜성’이 있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진짜 나를 찾아서

 

 

퇴직 후 6년이라는 공백을 메우기에는 세상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니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을 비롯해 지자체의 여러 산하 기관에서는 다양한 강좌들이 열리고 있었다. 비용은 거의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했다.

 

 

STEP 1. 50플러스재단 상담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을 찾아 상담을 받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동안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상담사와 함께 풀어가면서 깜깜하던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STEP 2. 커뮤니티 가입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혜성 씨는 도움이 될 만한 강좌도 수강하고,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인생2막을 어떻게 시작할까’라는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는 특히 도움이 되었다. 그러던 중 커뮤니티의 소식통을 통해 한 지자체에서 ‘중·장년 시니어와 청년 세대융합 창업 및 일자리 지원 사업’을 전개하면서 시니어 멘토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알게 되었다.

 

 

STEP 3. 시니어 멘토 모집 공고 지원

 

경험 많은 시니어 세대를 청년 창업자들과 연결해 시니어들의 노하우를 창업 청년들에게 나눠주는 이 프로젝트에서 매칭이 되면 업체와 멘토 모두 6개월간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이후에는 개별적으로 추가 계약을 할 수도 있었다.

 

근무 형태는 소정의 기준 시간 내에서 서로 협의하여 자유롭게 정하면 되었다. 멘토 모집 분야는 회계, 인사, 노무, 세무, 제조, 기술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할 정도로 다양했다.

 

혜성 씨는 회계, 재무 부문에 지원서를 제출, 서류심사를 통과했고, 그다음 코스인 미팅 단계까지 가게 되었다. 청년창업자들과 시니어 멘토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소개하고 서로 원하는 상대를 선택하는 단계였다.

 

혜성 씨는 마치 첫 직장에서 면접 보던 것처럼 떨리고 긴장되었다. 자신의 경력을 소개하고, 회계, 재무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성의껏 발표했다.

 

 

 

 

STEP 4. 20대 새내기 창업자와의 매칭

 

 

드디어 20대 중반 젊은 여성 셋이 동업으로 차린 한 신생업체와 매칭이 성사되었다. 그들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리사이클 소재로 반려동물 장신구, 놀잇감, 액세서리 등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하고, 이제 막 시제품들을 만들어 낸 새내기 창업자였다.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은 기술 전문가이거나 아이디어와 영업력을 가진 비즈니스모델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회계나 세무 등 재무적인 지식과 경험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혜성 씨가 멘토링 하게 된 업체의 창업자 역시 모두 디자인 전공자들이라 재무, 회계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었다.

 

 

STEP 5. 본격 재무 멘토링

 

 

혜성 씨는 일주일에 2~3회 정도 사업체를 방문해서 재무 멘토링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관련 용어를 가르쳤고, 필요한 경우 함께 기관을 방문하거나 투자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재무, 회계 분야에 집중하여 컨설팅과 코칭을 해주었다. 보수는 회당 소정의 금액을 지자체로부터 지급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재무 멘토에서 인생코치로 발전해 나갔다. 딸 또래의 젊은이들이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며 공감하게 되었고, 인생 상담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소정의 기간이 끝나고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엄마 마음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게 되었다.

 

첫 번째 재무 멘토는 한시적 프로젝트로 끝났지만, 혜성 씨에게는 자신감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었던 멋진 컴백 프로젝트였다. 자신의 경력을 살려 다음 세대에게 도움을 준다는 보람도 매우 컸다. 상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연히 도전해 볼 생각이다.

 

당시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는 스타트업과 정식 계약을 하고 입사한 경우도 있고, 재무 컨설팅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몇몇은 스타트업들의 성장기 아웃소싱 CFO 역할을 수행해 주는 인력 풀 플랫폼 만들기를 구상하고 있다. 혜성 씨 역시 어떤 기회가 오더라도 놓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공부하며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 재정 멘토로 활동하려면?

 

 

스타트업 재무관리는 기초를 잘 챙겨야 한다. 정확한 원가 산정을 바탕으로 한 가격 설정, 기업 업종에 맞는 회계 분류 기준 수립, 현금 흐름 파악 등은 스타트업 규모와 관계없이 반드시 챙겨야 할 기초 사항이다.

 

사업 초기에는 경리 회계가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일단 거래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사업 초기엔 수익이 나지 않아 납부할 세금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 초반부터 법과 제도적인 규정에 맞게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나중에 세금을 납부하거나 투자를 받을 때 큰 곤경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재무역량을 가지고 기업을 관리해 줄 수 있는 CFO를 채용하거나 외부 서비스를 통해 그 기능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훌륭한 인력을 영입하기도 어렵고, 비용 면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혜성 씨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스타트업에게나 멘토 모두에게 이로운 윈윈 정책으로 여러 지자체 웹사이트를 수시로 확인하면 발견할 수 있다.

 

 

김경화 사진 셔터스톡, 프리픽(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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