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전수경의 내 악기를 더 사랑하는 법

기사 요약글

5월 어느 날, 뮤지컬 배우 전수경이 자신의 오랜 손길이 배인 기타를 기부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해왔다. 소중한 기타를 선뜻 기부하기로 한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들어봤다.

기사 내용

 

 

 

문화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음악을 선물하는 전성기 악기기부캠페인. 지금까지 다양한 악기와 따뜻한 사연이 전해지며 캠페인의 의미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 뮤지컬 배우 전수경이 자신의 기타를 기부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공연 일정이 중단됐다가 6월에 막을 올리기로 결정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연습이 한창인 그녀가 시간을 내어 기부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Q 요즘 뮤지컬 연습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다 취소되고 몇 개월 실업자로 지내다가 얼마 전부터 <브로드웨이 42번가> 연습하고 있어요. 6월 20일에 첫 공연 시작인데, 오랜만에 연습이라 그런지 저도 그렇고 같이 하는 배우들도 모두 의욕이 넘쳐서 밤낮을 잊고 열중하고 있어요. 모두들 공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달까요?

 

 

Q 바쁜 와중에도 기부를 위해 직접 방문해 주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 악기 기부를 들었을 때 ‘누가 생각했는지 되게 좋은 기부를 생각해냈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발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기부가 머리가 아닌 마음에 남더라고요. 그리고 마침 지금 쓰지는 않지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기타가 눈에 들어왔어요. 제 기타가 적재적소에 잘 쓰인다면 세상 어떤 기부보다 보람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걸음에 달려왔죠.

 

 

Q 소중한 기타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추억이 있나요? 

 

 

중학생 때 선생님께서 다른 친구들에게 기타를 가르쳐주시는 걸 보게 됐어요. 그때 저는 피아노만 칠 줄 알았었는데, 기타가 피아노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들고 다니면서 연주할 수도 있고, 친구들과 같이 음을 맞추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배울수록 기타가 너무 갖고 싶은거에요. 마침 제 오빠가 밴드를 하던 시절이라 기타가 집에 있었어요. 제 마음을 알고 오빠가 선뜻 기타를 내주었고, 그 이후로 오빠의 기타로 열심히 연습하던 추억이 담겨 있어요. 

 

 

Q 오빠에게 물려 받은 기타라면 더욱 기부 결심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뮤지컬 배우이고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선물한다’는 캠페인의 취지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음악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각자의 악기는 정말 필요하거든요. 또 악기가 선뜻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래서 소중한 추억이 담긴 제 기타가 ‘어린 친구들에게 엄청나게 아름다운 씨앗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어서 기부를 망설이기보다 빨리 기부하고 싶었어요. 

 

 

 

 

Q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하잖아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음악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홍삼보다 좋은 보약이라고 생각해요.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주기도 하거든요. 누군가에게는 악기가 마치 의자처럼, 책상처럼 일상 속 물건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사실 음악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다이아몬드와 같아요. 특히 아이들이라면 음악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우주를 만들어줄 수 있어요. 그만큼 음악인을 꿈꾸지 않더라도 아이들에게 음악은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자양분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의 힘을 발휘하니까요.  

 

 

Q 악기기부캠페인은 6월까지 진행됩니다. 아직 기부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독려의 한마디를 해주신다면?

 

 

소중한 추억이 담긴 악기를 선뜻 기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악기 입장에서 생각해봤어요. 애정은 있지만 더 이상 손길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악기가 너무 서운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절실하게 원하는 누군가에게 간다면 더 많은 손길을 받으면서 사랑받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쩌면 악기 입장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입양을 가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소중한 추억이 담긴 악기를 보낸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더 사랑받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세상에 많은 꿈나무들을 위해 얼른 보내서 더 많이 사랑받게 하자고요!

 

 

Q 그럼 이 기타를 받을 꿈나무에게도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이 기타와 함께 울고 웃고 다양한 감정을 누리면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웃는 것만 즐거운 일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던 그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더욱 소중해지고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거든요. 이 기타가, 그리고 연주할 음악이 성장하는 길에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획 서희라 사진 박충렬(스튜디오 텐) 스타일링 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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