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을 걷는 허영호의 안나푸르나 트레킹

기사 요약글

안나푸르나 정상 등정은 전문 산악인들도 쉽지 않지만, 베이스캠프까지 걷는 트레킹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이 길은 위대한 자연이 선물한 경이롭고 장엄한 ‘신들의 정원’을 걷는 길이다.

기사 내용

 

 

 

 

안나푸르나는 히말라야산맥 중부에 있는 세계 10번째 높이의 고봉으로 해발 8019m다. 정상 등반은 전문 산악인들도 오르기가 쉽지 않은 난코스지만, 베이스캠프까지 걷는 트레킹 코스는 누구든 도전할 만하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기점은 네팔의 포카라다. 이곳은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km쯤 떨어져 있는 제2의 도시이자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트레킹 코스를 정해야 한다. 두 갈래 길이 있는데, 북쪽 코스는 험한 코스로 도중에 4000m 고개를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주로 정상 정복에 나선 전문 등반대만 간다. 반대로 남쪽 코스는 비교적 완만해 많은 트레커들이 다녀간다.

 

남쪽 코스는 일반적으로 포카라에서 차량으로 이동해 비레탄티-고라파니-촘롱을 거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길과 포카라에서 차량으로 이동해 칸데-촘롱을 거쳐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길이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여유 있게 즐기려면 비레탄티-고라파니-촘롱-베이스캠프 코스를 추천한다.

 

 

 

 

1day 포카라 → 칸데 → 란드룩

 

 

포카라에서 도로를 따라 버스로 1시간 30분쯤 가면 칸데에 도착하고, 트레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출발부터 오스트레일리안 캠프까지 한 시간 정도 경사진 오르막길이다. 이후 포타나 마을에 도착하면 트레킹 허가증을 검사한다.

 

이 마을을 지나면 완만한 코스가 이어진다. 나무숲길을 따라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 히말라야의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에 좋다. 란드룩 로지(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숙소)에서 1일 차를 마치며 숙박하는데, 각국에서 온 트레커들과의 만남도 즐겁다.

 

 

 

 

2day 란드룩 → 촘롱 → 시누아

 

 

이튿날 트레킹은 논두렁 사이를 가로질러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들판과 계곡, 숲으로 이뤄진 코스로 모디콜라 계곡에 도착하면 폭포와 야생화 군락이 반겨준다. 이곳을 지나면 조금씩 길이 가팔라진다. 돌계단은 점점 많아지고 햇빛도 강렬해지는데, 여유를 가지고 쉬엄쉬엄 오르는 것이 좋다. 트레킹 도중 쉬는 로지마다 신라면, 닭백숙 메뉴가 보인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다 보니 한국식 음식을 준비해놓은 것. 촘롱에서 숙소가 있는 시누아까지는 내리막길이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네팔 현지인들의 삶을 먼발치에서나마 두루 살필 수 있어 흥미롭다. 부족하지만, 넉넉한 웃음으로 대하는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남은 여정을 고려해 시누아 로지에서 닭백숙으로 체력을 보강하는 것도 좋다.

 

 

 

 

3day 시누아 → 도반 → 데우랄리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눈앞에 다가와 베이스캠프까지 머지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서부터는 고산병에 주의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속도를 늦춰 적응해가는 것이 좋다. 특히 이 코스는 깊은 협곡을 걷는 길로 산세가 워낙 깊어 히말라야 설산의 얼굴도 보기 힘들 정도다.

 

그냥 산속을 걷는 코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리막길이어서 힘들지는 않지만 돌아올 때 이곳을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도반을 지나면 경사가 완만해져 평탄하다. 숙박지인 데우랄리에서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다음 날 고대하던 마지막 완주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4day 데우랄리 →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안나푸르나로 향하는 마지막 코스는 해발 4000m가 넘는 고산길이다. 고산병도 주의해야 하지만,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므로 트레킹 전에 보온장갑과 따뜻한 음료를 챙기는 것이 좋다. 2시간쯤 걸으면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도착한다. 마차푸차레는 네팔어로 ‘물고기의 꼬리’라는 뜻. 정상 부분이 두 개로 갈라져 있는 게 물고기의 꼬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곳에서 2시간가량 걸어가면 마침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한다.

 

오르는 길에 산 능선에서 헬리스키를 타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산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면 헬기가 스키장의 리프트처럼 스키어를 태워 위로 올려다준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제법 큰 로지가 여러 곳 있다. 이곳에서 신라면을 먹으며 안나푸르나의 경이로운 풍경을 감상하면 특별한 맛과 추억을 남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은 고산병만 주의하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신들의 정원을 걷는 기분은 도전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트레킹 tip

 

▶교통편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항공이나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항공은 40분, 버스는 7시간 정도 소요된다.

 

▶트레킹 비용

트레킹에 필요한 팀스(트레커 정보관리 카드)와 퍼밋(입산 허가증)은 보통 여행사를 통해 발급받으며, 1인당 50달러 정도다. 침낭과 배낭은 가져가도 되지만 네팔 현지에서도 빌릴 수 있다. 현지 등산 장비 대여점이 많이 있고, 대여료는 1일 2달러 내외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려면 시기도 중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산답게 트레킹도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트레킹하기 좋은 시기는 9월~1월, 3월 중순~4월이다.

 

 

기획 이인철 허영호(탐험가) 사진 허영호,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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