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이 묻고 정몽준이 답하다

기사 요약글

서울 시민들에게 희망과 활기를 되찾아줄 수 있는 사람이 저라고 봅니다.

기사 내용

잠자는 서울을 깨우겠다


정몽준 후보의 출마 여부가 관심을 끌 때부터 그를 쭉 스크린하며 지켜봤다. 2010년 당대표, 2012년 대선 후보였던 정 후보가 급을 낮춰 왜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대권은 포기한 것일까. 정 후보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답했다. “평소에 공직은 죽음과 같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것이 찾아올 때 피하거나 도망갈 수 없다는 의미죠.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이 서울시장 탈환을 위해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해주길 바랐죠. 희망과 활기를 잃어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이대로 방치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죠.” 정 후보는 ‘서울시장 자리도 대통령 못지않게 중요한 자리’라며 이번 출마에 큰 의미를 뒀다.(인터뷰어 썰전 강용석)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나 즐겨 찾는 곳이 어딥니까?
‘대중목욕탕’이라고 해도 될지요. 국회의원을 사퇴하기는 했지만 제 지역구인 동작을에는 유난히 대중목욕탕이 많아요. 아마도 서울 남부권에서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중목욕탕 입구에서 시민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시민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개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어서 즐겨 찾아갑니다.

시장이 갖춰야 할 덕목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실천력이죠. 즉 경영 능력이라고 봅니다. 저를 두고 서민을 모른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는 정치적인 왜곡이에요. 의사가 꼭 아파 봐야지 병을 잘 고치는 것은 아닙니다. 아픈 사람이라야 의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박원순 후보는 경력이 대부분 시민단체 활동인데 남이 하는 일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이었죠. 큰 결심을 해본 경험이 없어 서울시에 큰 사업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쟁점을 무엇으로 봅니까?
세월호 침몰 참사가 아니더라도 서울은 안전관리가 선거의 핵심 키워드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서울은 안전에 관해선 무방비 상태라고 봐요. 이번 지하철 추돌 사고가 한 예라고 봅니다. 전례가 드문 일인데, 안전 예산을 전임 시장에 비해 1,000억원이나 줄인 결과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고가 난 후, 선거를 앞두고 안전을 위한 공동 공약을 제안하는 것은 솔직히 저로서는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지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막내아들의 페이스북 문구, 아내의 선거법 위반 논란이 개인적으로 상당한 악재인데요.
거듭 막내아들 일로 많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서 아버지로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 성인이 안 된 아들의 철없는 행동을 국민들께서 관대하게 용서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내의 경우는 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모 지구당 당원협의회에 방문했어요. 근데 거기 있는 분들이 정몽준 후보가 되면 서울시장 승리할 수 있다, 이런 격려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요. 아내가 일반적인 저에 관한 이야기를 한 다음 본선에서는 경쟁력 있는 사람이 나가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저도 확인했는데 정몽준이 나가야 한다, 이런 얘기는 안 했어요. 그걸 어떤 분이 고발했는데 선관위에서도 큰일이 아니라고 확인도 해준 사안입니다.

정몽준 후보가 내세우는 핵심 공약을 소개해주세요.
제가 만나본 시민들은 일자리와 복지, 그리고 안전을 원했어요. 투자를 유치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세 모녀 자살 사건에서 보듯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 찾아가는 복지 시스템 구축, 안전을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생각이에요. 무엇보다 저는 공간 복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와 식이 어느 수준까지는 해결이 됐다고 하면 이제는 주택의 문제, 교통의 문제, 즉 공간 복지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정부와 서울시가 힘써야 할 것이 문화적인 주거 생활, 바로 주택입니다. 그런데 주택만으로는 안 되고 교통 정책이 같이 가야 해요. 재개발 재건축의 규제 완화와 함께 교통 인프라 확충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젊은 층은 시니어에 대한 정책이나 복지 서비스 강화에 부정적입니다. 이를 어떻게 설득하실 생각입니까?
일본은 ‘노인대국’이에요. 2040년이면 10명 중 5명이 65세 이상, 그중 4명이 75세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일본의 모습은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령화의 이면에는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가 있습니다.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는 곧 납세의 감소를 말하며, 줄어든 이 인구층이 늘어나는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죠. 바로 이 지점에서 복지를 둘러싼 세대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흔히 젊은 층은 위 세대가 빨리 은퇴해야 직업 찾기가 수월할 것으로 보는데 지나고 보면 누군가 은퇴해야만 청년 실업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죠.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굽니까?
아버지죠. 커다란 열정과 담담한 마음을 배웠어요. 아버지는 ‘담담한 마음이란 정직한 상태를 말한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인간은 약해진다. 맑은 마음을 가질 때 좋은 생각이 난다’고 말씀하셨죠. 담담(淡淡)이란 글자를 보면 두 개의 불 화(火)자 옆에 물 수(水)자가 있어요. 물로 불을 다스린다는 뜻인데 열정이 많은 분이었기에 더욱 담담한 마음을 강조하셨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고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요?
아버지는 검소한 분이셨어요. 몇 번이나 뒷굽을 간 낡은 구두 같은 유품들이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죠. 신설동에 살던 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아버지가 막노동하는 현장까지 걸어 다니셨던 이야기를 들려주시기에 제가 여쭸어요. ‘그렇게 걸어 다니시면 운동화가 닳는데, 버스나 전차를 타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지 않습니까’ 하고요. 아버지는 ‘운동화가 닳으면 칼로 폐타이어를 잘라 접착제로 붙여서 신고 다녔지’ 하시더군요. 나이 들면 아버지를 닮는다는 말처럼 저 역시 구두를 한 번 사면 밑창을 갈아가며 오래 신어요. 10여 년 전에 FIFA에서 준 양복과 와이셔츠도 지금까지 즐겨 입고요.

내 모습 중에 이런 점은 바꾸고 싶다는 것이 있습니까?
하나는 좀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사랑을 전파하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다들 힘겨워하는데 어떻게 하면 사회 전체가 행복해질까 하는 고민이 많아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노력할 겁니다. 그간 국회에서 봤던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는 사랑보다는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불행한 일이죠. 분노로는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수가 없거든요. 분노는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하지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펄벅의 <대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大望)>과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감명 깊게 읽었어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최선을 다하는가, 정직한가입니다. 반면 위선적인 사람, 얌체 같은 사람은 싫어하고요.

인생의 좌우명은 무엇입니까?
‘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논어). 군자는 남들과 조화롭게 잘 어울리지만, 남들과 같아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남들과 같아지려고만 할 뿐 조화롭게 어울리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을 인생의 교훈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장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국가 개조도 필요하고, 관피아와의 전쟁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게 심각한 문제죠. 그래서 당선되면 부정부패는 물론 모든 적폐를 일소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시민들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아무 때나 시청에 있는 제 사무실로 찾아오라고 하고 싶어요. 모든 것을 이야기 듣고 돕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시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서울시 인구가 1,000만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한때는 1,100만에 육박했었잖아요. 여러 가지 지표를 보면 서울은 후퇴하고 있어요. 일자리, 미래에 대한 불안, 상대적 박탈감으로 힘든 서울 시민들에게 희망과 활기를 되찾아줄 수 있는 사람이 저라고 봅니다.

강용석이 본 정몽준 : 정몽준 후보는 일단 안정감이 있다. 그리고 그가 맡아서 성과를 내지 않은 일이 없다. 월드컵이 대표적인 것이고 30여 년간 경영한 현대중공업도 중공업 분야에서는 전 세계 조선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최고 기업이다. 이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세계 전자나 자동차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크다. 경영 능력에서도 평가받을 만하다. 월드컵을 유치하고 개최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리더십도 훌륭했다. 정치인으로서도 7선이고 그중 2선은 새누리당이 고전하는 서울에서 당선됐다. 차기 대선 지지율도 1위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 그의 진가가 드러나고 판세가 달라질 것이다.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