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아이언맨이 산다? 철인이 산다!

기사 요약글

온몸에 철을 두른 슈퍼 히어로 아이언맨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우리 옆에는 아이언맨보다 더 대단한 진짜 철인이 살고 있다.

기사 내용

 

 

 

“야 너도, 할 수 있어!”

 

 

출판 편집자로서 운동을 멀리하는 걸 당연시 여겨왔던 이영미 씨가 마라톤 풀코스를 열 번 뛰고 트라이애슬론 대회를 열다섯 번 완주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보면 시작은 지극히 평범했다.

 

“다섯 쌍의 부부가 함께 지리산으로 여행을 갔는데, 저는 지리산을 오를 엄두가 안 나서 못 올랐어요. 그런데 남자 세 명과 여자 두 명이 지리산을 오른다는 거예요. 똑같이 아이 낳고 사는데, 그들은 지리산에 올라가고 나는 못 가는 상황이 선뜻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워킹 우먼이라고 잘난 척하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그때 이렇게 살지 말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수영을 시작하게 됐어요.”

 

나이 서른아홉에 수영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집 바로 앞에 수영장이 있어서 이거라도 해보자는 심정이었다. 잘하지는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수강생 중에 꼴찌를 할 정도로 못하는 자신을 보고 있으니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러나 못하는 걸 인정하고 딱 6개월만 해보자고 다짐했다. 남들이 1년 동안 해야 하는 거라면 나는 2년 동안 해보겠다는 다짐으로 6개월을 보냈다.

 

그 후 호흡이 트이기 시작하고 점점 이동 거리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끼게 되었다. 자신감이 붙자 동네를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km를 목표로 하고 점점 늘려가니 어느새 3km를 뛸 수 있게 됐고, 10km 대회를 나가는 게 큰 무리가 되지 않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 정도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우연히 남편을 따라 놀러 간 자전거 동호회에서 자신과 같은 중년 여성이 트라이애슬론을 준비하는 걸 본 이후 또 다른 목표가 생긴 것.

 

“저는 당연히 그분이 운동선수이면서 훨씬 젊고, 결혼도 안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에다 저랑 나이도, 키도 비슷한 거예요. 거기서 또 충격을 받은 거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요.”

 

동네 시장에 갈 때 타던 바구니 자전거 대신 사이클을 타고 장을 보는 등 일상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그러나 나이 마흔에 처음 출전한 이천 설봉 트라이애슬론 대회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사이클용 클립 신발 한번 제대로 신어보지도 못하고 나갔던 터라 그 전날 폭우가 쏟아져서 경기가 열리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까지 했다.

 

무섭고 힘들었지만 아이가 보는 앞에서 포기한다면 나중에 아이가 이런 상황에 닥쳤을 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겠다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완주할 수 있었다. 꼴찌나 다름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그 기억은 지금도 무언가를 할 때, 용기를 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걸 하면서 나에게도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도 이어지고요. 제가 작고 왜소한 게 콤플렉스였는데, 운동을 시작한 후에는 내가 작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인 걸 온몸으로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젊을 때보다 더 젊고 건강하게 살고 있죠.”

 

운동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담은 도서<마녀체력>을 출간하고 꾸준히 인터뷰하는 이유 역시‘나 같은’ 사람도 했기 때문에 당신은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저질 체력으로 타고난 사람은 없어요. 일단 걷기부터 해보세요. 하루에 1만 보, 그게 힘들면 5000보씩 꾸준히 걷기만 해도 몸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때부터 인생의 반경이 훨씬 더 넓어지기 시작할 거고요.”

 

이번 여름에는 운동하다가 만난 친구들과 노르웨이 트레킹을 갈 거라는 그녀. 결국 인간의 삶이란 취향이 맞는 친구와 함께 재밌게 늙어가는 과정이며, 자신은 그 즐거움을 운동을 통해 찾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아이와 같은 해사한 미소가 번졌다.

 

 

 

 

오늘보다 더 기대되는 내일을 위해

 

 

새벽 5시 40분, 갓 해가 뜨는 이른 아침이지만 트라이애슬론 훈련을 하는 이곳만큼은 파이팅 넘치는 열기로 가득하다. 새벽부터 2시간가량 훈련 후 출근하는 진짜‘철인’이 모여 있는 곳에 그가 있다.

 

“2014년 처음으로 머리를 올렸어요.”

 

머리를 올렸다는 건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처음으로 완주한 걸 의미한다. 1년여간의 준비 끝에 2014년 통영 트라이애슬론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완주의 맛을 느꼈다. 그 어떤 것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트라이애슬론은커녕 계속 불어나는 몸무게에 스트레스를 받던 시절도 있었다.

 

“2012년 3월에 몸무게가 104kg을 찍은 거예요. 인생 최대 몸무게였어요. 그때부터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운동을 해본 적 없던 그는 일반 직장인처럼 술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구들을 만나는 게 낙이었다. 거기다 일이 워낙 바빴기 때문에 운동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그러나 망가진 몸을 보면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수영과 자전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몇 달간 꾸준히 지속하면서 변한 건 몸무게뿐만이 아니었다.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광고 회사와 IT 회사에서 일하면서 퇴근 후에도 머릿속에서 일을 지워 낼 수 없었던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운동하는 순간만큼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잡념이 사라지는 경험을 마주하면서 그 마력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운동이 몸에 익었다 싶을 때 정체기가 찾아왔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달리기였다.

 

“그 전까진 뛰어본 적도 없어요. 몸무게가 많이 나가니까 몸에 무리가 갈까 봐 등산을 먼저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엔 한강 다리를 목표로 걷다 보니 점차 거리가 늘어나고 언제부터인가 뛰게 되더라고요.”

 

얼떨결에 트라이애슬론 종목을 모두 하는 자신을 보면서 막연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동호회 활동도 하며 아는 사람도 많지만 당시에는 오로지 혼자 준비해 참가 신청을 했다. 처음에는 한 번만 하고 말 생각이었는데, 완주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원동력이 되어 그 후로 마라톤 대회에 셀 수 없이 참가했고 트라이애슬론 킹코스도 두 번 완주했다.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째,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그는 그 마음을 가장 경계한다.

 

“내가 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부상이 오기 마련이에요. 저는 철저히 제 성취감을 목표로 두고 운동하고 있어요. 작년부터 잡은 목표가 있는데 경기 코스에서 아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파이팅 외치기’와 ‘기록 측정을 위한 시계 보지 않기’예요. 사람들끼리 으쌰으쌰 하면서 용기를 북돋워주고 속도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나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부정적인 생각 없이 달리다 보니 기록이 오히려 더 좋아지더라고요.”

 

 

 

 

현재 그의 몸무게는 82kg. 무려 22kg을 감량했다. 몸무게보다 더 놀라운 건 훨씬 낮아진 체지방률이다. 달라진 옷 사이즈만큼 회사에서 하는 건강검진상의 수치도 매년 좋아지고 있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가장 큰 즐거움은 나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 그래서 그에게는 트라이애슬론은 휴가이자 삶의 쉼표와 같다.

 

당장 9월에 있을 구례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지금처럼 연습할 예정이지만 그보다 더 큰 목표는 앞으로 죽기 전까지 트라이애슬론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런 그를 별종이라며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주위에 있다. 그럴 때마다 트라이애슬론이 얼마나‘별거 아닌’ 운동인지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트라이애슬론 종목 모두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유산소운동이에요. 꾸준함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실천을 못 할 뿐이죠.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이불 킥’ 하는 겁니다. 이불을 박차고 나오면 할 수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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