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토론 - 김영란법 편

기사 요약글

지난 3월 3일‘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김영란법’이 통과됐다.

기사 내용

김영란법에 대해 말하다

지난 3월 3일‘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김영란법’이 통과됐다. 김영란법은 기존의 부정부패 방지법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한국에서는 100만원, 즉 5700위안만 받아도 형사 처벌된다. 선물을 받는 것도 포함된다”며 이 법을 극찬했다. 하지만 우리는 법 통과 이후에도 위헌 소송이 제기되는 등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과 김영란법을 제안했던 김영란 전 대법관,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 등 각계 오피니언리더들과 대담 및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영란법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김영란법의 핵심 내용

첫째 공직자가 제공받은 금액이 100만원을 넘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해졌다. 100만원이하의 금품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위반 행위별로 1천만∼3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둘째 법의 적용을 받는 범위가 국회, 법원, 정부와 정부 출자 공공기관, 공공유관단체, 국공립학교 임직원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원과 사립학교 재단이사, 언론인까지 확대했다. 또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금품을 주는 것도 공직자에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된다. 여기서 말하는‘금품’은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까지 모두 해당된다. 부적절한 청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는다.

 

김영란 전 대법관

원안에서 일부 후퇴한 부분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당초 원안에는 부정 청탁, 금품 수수, 이해 충돌 방지 등 3가지 규정이 있었지만 공직자의 사익 추구를 금지하는 이해 충돌 방지 규정이 빠졌습니다. 사실 이 법안은 제3자의 청탁 풍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원안은 공직자가 먼저 시작해보고 차츰 민간으로 확대하자는 의도였고요. 언론과 사립학교가 포함돼 깜짝 놀랐지만 위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해서는 깊이 고려할 여지가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언론의 자유는 특별히 보호돼야 하는 중요한 민주적 가치이자 필수적인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적용 대상 중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로 축소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적용 대상으로 한 것은 사적 자치에 대한 과잉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부당하게 개입할 수는 없지요. 분명히 위헌 소지가 있습니다.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보완 입법은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과거 종합부동산세법처럼 김영란법도 국회 손을 떠나 헌법재판소에 넘겨져 위헌 결정을 받고 기능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가 정작 국민들이 원했던‘합헌’인 어린이집 CCTV법은 로비 논란 속에 부결시키고, 위헌 논란이 있는 김영란법은 통과시킨 꼴이 됐습니다.‘(헌법 소원 청구 대상자의 적절성과 관련해) 어떤 사건이 발생한 뒤 검찰이 기소하면, 기본권을 침해 받은 사람이 헌소를 청구해야지 잠재적인 처벌 대상자가 헌소 청구를 할 수 있느냐’ 하는 이런 문제들은 헌소 대상이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

적용 대상에 언론과 사립학교가 포함된 부분,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 수수 등에서 위헌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의 논의를 거쳤으므로 법 제정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응해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우리 사회 근본을 바꿔보자는 법이기 때문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시행도 하기 전에 다시 수정한다? 이건 정말 안 될 일 아닐까요?

 

 

국회 법사위원장 이상민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회 법사위원장 이상민 의원

‘김영란법’이 제정됐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세요?

한국 사회에 고착화된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 삶이 행복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세월호 참사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맞이할 수 있는 위험한 사회로 갑니다. 우리 사회가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이루려고 편법, 탈법, 비정상으로 압축 성장을 해서 그런지 도처에 지뢰밭들이 놓여 있어요. 국가 운영의 중심 세력인 공직자들의 비리가 고착화되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른바 ‘김영란법’ 입니다.

 

어떻게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을까요?

이번에 김영란법 파동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 법 하나면 부정부패를 다 척결할 수 있다는 법률 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표 못지않게 중요한 절차의 정당성과 언론 출판의 자유 같은 공익 가치가 무시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략적이고 정밀한 수단과 방법을 잘 마련하여 한 명의 무고한 시민도 만들지 말라는 숭고한 가치를 받들면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목표 지향적으로만 갔어요. 마치‘때려 잡자 공산당’ 식으로 목표에만 매몰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심각한 수준입니까?

어느 사회건 무균상태의 인간 세상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인간 생태계에 바이러스 균이 침투해도 건전한 이유는 내성, 대응 체제가 건실하기에 그렇습니다. 꼭 바이러스를 잡아야 강건한 것이 아니고 그에 대응하는 능력, 역량, 내성을 갖췄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의‘정실 문화’가 양면성이 있어요. 서로 돕고 품앗이하는 것은 좋은 점입니다.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도움을 얻기 위해 이런 문화가 작용한다면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권력자들이나 가진 자들이 지위를 유지하거나 보강, 대물림하기 위해 끼리끼리 문화를 고착시키는 것은 큰 문제가 있어요. 이런 면에서 김영란법의 초점은 고위직이어야 합니다. 포인트가 분명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포인트가 분명해야 한다?

법이 적용 대상을 무분별하게 넓히면 실효성을 거둘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 장차관, 판검사 등 우리 사회 요직에 있는 이들의 비리를 철저하게 틀어막아야 합니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이 맑아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대상을 공직자 전원으로 했어요. 감당할 능력이 있습니까. 있더라도 자칫하면 검찰・경찰국가가 되는 것이에요. 고위직은 빠져나가고 미운 사람 타깃 삼는 수사, 잔챙이 수사가 횡행하지는 않을까 우려가 돼요.

 

미흡한 부분이 있음에도 법이 통과됐습니다. 천천히 보완을 해도 될 텐데 왜 서둘러 이 법을 통과시켰나요?

한마디로 포퓰리즘이죠. 장그래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상징화된 법들이 있어요. 좋은 이름으로 되어 있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르죠. 정치인들은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보다는 표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또 4월 재보선이 바로 다가오니 더 바빠진 것이죠.

 

이미 강령에 있는데 왜 문제냐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강령을 위반했다고 형사 처벌되지는 않죠?

김영란법은 경우가 완전히 다릅니다. 어떤 경우는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애매모호해요. 내 행동이 범죄에 해당하는 것인지 잘 모를 정도예요. 역대 정권에서 벌어진 일들을 돌아보면 사회를 뒤흔든 비리 사건들은 다 고위직에서 벌어진 일 아닙니까. 그들만 잘 감시해도 우리 사회가 깨끗해집니다.

 

대한변협에서 위헌 소송을 냈습니다. 위헌이 될까요?

위헌성이 있다고 봐요. 우선 적용 대상이 자의적입니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정도가 매우 심해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납니다. 불이익 처분을 하는 법률이기에 대상을 분명히 명확히 해야 합니다. 원칙이나 기준이 합당해야지요. 적용 대상에 갑자기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넣었어요. 한국은행원이 들어갔다면 시중 은행원도 넣어야죠. 교원은 들어갔는데 사립학교 재단이사장은 안 넣었어요. 지원을 안 받는 언론은 넣으면서 세금을 지원받는 시민 단체들은 빠졌어요. 국공립 병원은 넣고 민간 병원은 뺐습니다. 넣고 뺀 것의 기준이 자의적이죠. 또 법치주의에서 엄격하게 요구되는 부분이 명확성입니다.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강도, 사기, 절도 등이 나쁘다는 것은 다 압니다. 그런데 김영란법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미담이었던 것이 범죄가 되는 것이에요. 혼란스럽죠. 되는 것, 안 되는 것이 애매모호하고 막연합니다.

 

당의 입장(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시행하고 고쳐가자는 입장이다)과도 다르니 욕도 많이 먹을 것 같은데요.

당내에서는 이상민이 자기 정치 하려고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어요. 아니, 정치인이 당연히 자기 정치 하는 것 아니에요? 제 생각대로 해야 당이 잘되는 것 아닌가요? 많은 의원들이 김영란법에 문제가 있으니 제게 막으라고 했어요. 통과시킨 뒤에도 찝찝하다, 자족감이 안 생긴다고 말하는 의원들이 많았어요. 정치인만 우군이 없는 줄 알았더니 이번에 보니 언론도 우군이 없더군요. 언론도 한 번 손 좀 봐야 한다는 생각들이 강했어요. 언론인들이 어딘가에서 기업인 등과 술 먹을 때 언론인을 미워하는 사람이 신고하면 조사를 받아야 해요. 계좌 추적이나 압수 수색도 받을 수 있어요. 권력에 밉보여 타깃이 되면 언제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자기 검열을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는 월급쟁이로서의 언론인이 아니라 민주주의 수호라는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일단 시행하고 고쳐가면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시행 이후 보완하자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지요. 헌재의 위헌 결정이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는 이들도 있는데 저는 이해가 안 가요. 잘못된 것을 알았으면 인정하고 사죄하고 고치는 것이 도리 아닙니까? 당장 책임 논란이 벌어지니 일단 시행하고 고치자고 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는 누가 책임집니까?

 

위헌 소송 등 문제 제기가 많은데 실제로 김영란법이 바뀔 가능성이 있을까요?

정치권이 이슈가 있으면 ‘와!’ 하다가 잊어먹곤 하죠. 그러지 않기 위해서 위헌 소송을 걸었고 나도 변협이나 민변, 법학자들과 함께 문제 제기를 계속할 것입니다. 이슈가 꺼지지 않도록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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