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섹스 - 연애 편

기사 요약글

요즘 '황혼 연애'는 당당히 커플 티 입고 ‘자기 한 입 나 한 입’ 하는 세상이다.

기사 내용

사정이 이렇다 보니 50~80대가 모이는 복지관에서는 여기저기 짜릿한 ‘썸 타기’가 한창이라고. BC가 황혼 연애의 한 모델로 회자되는 요즘. 강남의 한 복지관을 찾아가 ‘아직도’ 연애하고 싶은 남녀 4인을 만났다.
 

기수가 달라 서로 서먹했던 이들은 촬영을 빌미(?)로 다정히 손을 잡기도 했고, 허리 사이즈를 한 번 맞혀보겠다는 핑계로 은근슬쩍 껴안아보기도 했다. 생기발랄한 어머님들과 멋쩍어하는 아버님들의 표정이 20대 청춘 못지않게 반짝거렸다.

 

 


A:60대 초반(남)

성격 차이로 15년 전 이혼.

 

 


B:50대 초반(여)

15년 전 이혼 후 남편과 한집에서 각방을 쓰며 살았음.

 

 


C:60대 후반(여)

두 번의 결혼 실패로 사람에 대한 상처가 큼.

 

 


D:70대 후반(남)

IMF 때 사업 실패로 가정 해체.

 

 

 

01.네 분 모두 싱글인가요?


D:그렇죠. 모두 사별이나 이혼을 겪은 ‘시니어로맨스클럽’ 회원들이죠. 시니어로맨스클럽은 강남시니어플라자 복지관에서 50대 이상 솔로 남녀를 대상으로 마련한 ‘친구 맺어주기’ 모임이에요. 현재 5기까지 진행했는데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공감대가 대단합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애를 기대해볼 수도 있죠. 기수 연합 모임이 있는 날은 MT 갈 때처럼 마음이 두근두근합니다.

 

 

02.그럼 그 속에서 ‘썸’ 타는 커플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C:뭐 그럴 수도 있겠죠?(일동 웃음)

 

 

03.적극적으로 짝을 찾는 분들이신데 전에도 이런 노력을 해보셨어요?


B:나는 이혼한 남편이랑 15년을 한집에 살았어요. 회사에서 남편 체면도 그렇고 애들 결혼 문제도 있어서 각방을 쓰며 남남처럼 살았는데 한 번은 너무 외로워서 재혼 전문 업체를 찾아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회비를 300만원이나 내라고 하더군요. 그 큰돈을 쓰자니 망설여져서 그만뒀어요.


C:나는 한 번 고약하게 덴 적이 있어서 오는 사람도 마다했어요.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종로에서 식당을 했을 때 손님 중에 아주 멀끔하니 꼭 대학교수 같은 사람이 있었어요. 고급 승용차에 값비싼 옷에 참 대단한 사람 같아 보였는데 알고 보니 달동네에서 애를 둘이나 키우는 홀아비였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정이 폭 들어서 결국 재가했는데, 육성회장까지 맡아가며 애들을 키웠더니 자기들 상견례 자리에서 대놓고 새엄마 취급을 하더라고요. 거기다 돈 버는 족족 뜯어 가는 남편까지 아주 지긋지긋했어요. 결국 키우던 개 한 마리 데리고 나와 지금껏 혼자 살았죠.

 

 


04.그런데도 이번에 용기를 내셨네요?


D:여기는 신원보증이 확실하거든요. 가족증명서도 떼 와야 하고요. 말하자면 미리 심의를 거치기 때문에 기혼인데도 미혼으로 속이는 사람, 건강이 나쁜 사람들은 이 자리에 올 수가 없어요. 콜라텍 같은 데서 어중이떠중이 모이는 거랑 다르죠. 트러블을 일으킨다든가 매너 없게 행동하면 바로 제명시킨다는 회칙도 있어요.

C:애초 취지 자체가 연애보단 친구 만들기에 있으니 찾아오기에도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사별, 이혼 같은 사정은 남한테 털어놓기도 뭐한데 다 같은 처지다 보니 언니, 오빠, 동생 하면서 위안을 받거든요. 서로 살아온 얘기하다 울고 그래요.

 

 


05.그동안 혼자 사는 고충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A:이혼한 지 15년 정도 되는데 처음에는 혼자 된 게 너무 편하고 좋더라고요. 한 몇 년은 교회 활동하면서 적적함을 달랬는데 언제부턴가 한겨울에 혼자 집에 들어가 보일러 켜는 게 너무 외로웠어요. 싱크대 앞에 서서 반찬 한 가지만 놓고 대충 끼니를 때울 땐 진짜 울컥하죠. 주변에서 말로는 좋은 짝을 찾으라고 난리인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거 알면 소개라도 좀 시켜주던가(웃음). 어느 순간부터 부부 동반 모임도 꺼리게 되고 참 사람이 작아지더라고요.

 

 

06.그래서 지금이라도 새로운 사랑을 하고 싶은 건가요?


C:아마 다들 같은 마음을 갖고 있을 걸요. 나이가 들어도 이성을 보면 설레고 떨리는 건 똑같아요. 다른 복지관 문예창작 교실에서 본 70대 커플은 둘이 똑같은 티를 맞춰 입고 집에서 싸 온 과일을 먹여주더라고요. 솔직히 부러웠어요.

B:지하철역에 가보면 애틋한 커플이 한둘이 아니에요. 나란히 벤치에 앉아 뭘 그렇게 쑥덕이는지(웃음). 기둥 뒤에서 끌어안고 있다 지하철 문이 닫힐 때까지 서로 손을 흔드는 커플도 봤는데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잠깐씩 누굴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면 밤에 빨리 해가 떠서 그분을 만나러 갔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더라고요 제가.

 

 

07.정말 마음에 드는 분을 만나면 동거할 계획도 있으세요?


A:못할 거 없죠. 동네 사람들이나 애들도 다 알게 되겠지만 우리 나이에 뭐가 무서워서 하고 싶은 걸 못하겠어요. 지금은 내 사람이다 싶은 확신만 있으면 공격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08.재혼까지도 생각하세요?


B:앞으로 살날이 구만리인데 재혼까지 생각하죠. 그런데 경제문제를 생각하면 약간 걱정이 돼요. 연애할 때는 통 크게 선심 쓰던 사람이 막상 살림을 합치면 하다못해 시장 가방을 얼마 주고 샀는지까지 신경 쓴다고 하잖아요. 한 달 생활비가 아니라 일비를 주면서 치사하게 구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러면 정말 싫을 것 같아요. 서로 큰 재산은 침범하지 않되 생활비 정도만 남자가 고정적으로 해결해주면 문제없을 것 같아요.

 

 

09.성생활도 중요한 문제잖아요. 아직도 활발한 욕구를 느끼세요?


C:그럼요. 그건 나이랑 상관없이 중요한 문제예요. 부부가 성격이 안 맞는다고 하죠? 그건 관계할 때 서로 안 맞는다는 얘기일 수도 있거든요. 내 친구는 한 달에 두 번씩 남편이랑 여행을 가는데 둘레길 좀 걷다 저녁에 술 한잔하면서 분위기를 잡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대요.

D:올해 79세지만 몸은 30~40대 못지않거든요. 나도 충분히 활력이 넘치는데 나이만 듣고 지레 거리감을 두니 안타까워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나는 그 노래 가사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A:혼자 생활하다 보니 건강에 무척 신경을 쓰는데 그래서인지 일주일에 한 번씩은 성욕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때마다 동영상을 보거나 아니면 뉴스, 영화, 산책으로 관심을 돌리죠. 혼자 보낸 15년 동안 돈 주고 성을 산 적은 없어요. 좋은 분을 만나면 만족스러운 관계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10.황혼 연애를 ‘주책’으로 보는 일부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제가 이런 모임에 나온다고 하니까 대부분 “너 많이 늦었어 임마. 지금이라도 잘 해봐” 하는 식으로 격려를 해줘요. 하지만 개중에 ‘그 나이에 주책이다’ 하는 친구도 있죠. 그럼 제가 물어봐요. “그럼 내가 계속 이렇게 혼자 사는 게 좋아 보이냐?” 대부분 그건 또 아니래요.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면 자기 행복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연애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C:친정어머니가 92세인데 낼모레 70세인 저한테 매일 전화하셔서“좋은 사람이 우리 딸을 좀 데려가야 한다”고 걱정이세요. 황혼 연애는 부모가 보기에도 당연한 거예요.

 

 

11.두 번째 프러포즈는 어떤 분에게 하고 싶으세요?


D:나 같은 경우에는 IMF 때 운영하던 사업이 부도나면서 가정이 깨졌어요. 혹자는 ‘자살하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할 정도였는데 버팀목은 신앙이었죠. 다른 것보다 나랑 같이 교회를 다녀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A:이혼한 아내가 상당히 미인이었는데 마음 씀씀이는 아름답질 못했어요. 그래서 마음이 넓은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네요.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또래는 늘 희생을 강요당하는 세대가 아니었나 싶어요. 부모가 정해준 배필이랑 결혼해서 가족 부양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살다 보니 행복이 뭔지, 사랑이 뭔지 알 겨를이 있었겠어요. 이제부터라도 진짜 가슴 떨리는 사랑을 만나고 싶어요. 백년해로? 그건 지금부터 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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