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 홍성국 '민초의 힘' vs 윤창현 '과대 포장'

기사 요약글

최근 주식시장은 꿈의 코스피 지수로 불리던 3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역사적인 고점을 찍은데는 동학개미들의 활약이 컸다. 그러나 너도 나도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어느 때보다 금융소비자 보호장치가 절실한 시기이기도 하다. 여야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기사 내용

 

 

 

 

Q 두 분 모두 국회 입성 전부터 대표적인 경제전문가로 활동했는데,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 어떤 점이 다른가요?

 

 

홍성국 국회 밖에 있었을 때는 경제를 시장 중심으로 봤는데, 국회에 들어와서는 법률과 정책 중심으로 본다는 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시장이 변하니 어떤 정책을 써야 하고, 어떻게 법을 고쳐야 하는가’를 고민하죠. 경제에 접근하는 관점의 차이라고 봅니다.

 

윤창현 국회에 들어오니까 아무래도 말조심을 해야 되더라고요(웃음). 대학교수로 있을 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는데 국회에 들어온 뒤로는 당의 입장이나 발언의 파장 등을 생각해가면서 말해야 되더군요.

 

 

홍성국 의원. 제21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세종특별자치시갑) 

 더불어민주당 경제대변인,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사장

 

 

Q 코스피가 3000포인트 넘어섰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즉 동학개미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홍성국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해요. 과거 주식시장을 보면 주가가 의미 있는 지점을 돌파할 때는 항상 민초의 힘으로 올랐어요. 1000포인트, 2000포인트 때도 개인투자자가 밀어 올렸죠. 3000포인트를 돌파한 지금도 똑같습니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먼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연말 연초를 지나면서 조정도 없이 짧은 시간에 급박하게 올랐잖아요.

 

이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시장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어요. 두 번째로 걱정스러운 점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학습이 필요한데, 지수가 너무 빨리 움직이다 보니 학습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했다는 것보다 3000포인트가 우리 시장의 저점이 되고, 이를 통해 동학개미들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는 거잖아요. 지수 3000포인트 시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없애는 게 중요합니다. 시장을 더 투명하게 만드는 거죠.

 

시장이 투명해지면 기업에는 규제가 될지 모르지만 투자자에게는 훨씬 좋죠. 투자자들이 주식을 단기매매하지 않고 장기로 보유하는 것도 3000포인트 시대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합니다. 그래서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이 대표적이죠. 연 2000만원 납입 한도 안에서 예적금·펀드·파생결합증권과 같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는 방안입니다.

 

세 번째로 걱정스러운 점은 급등장이 개별종목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간접투자상품은 위축됐다는 점입니다. 자본시장 발전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죠. 간접투자 활성화를 위해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을 주는 방안을 연구 중인데요.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근로자들의 무관심 속에 원리금 보장 상품에만 투자하거나 아예 방치되기 쉬운 퇴직연금이 ‘전문가가 알아서 굴려주는’ 운용 방식으로 바뀔 수 있죠. 그렇게 되면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고령화시대에 적합한 현상이죠.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이런 것들을 해주는 게 개인투자자, 동학개미들을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윤창현 의원. 제21대 국회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윤창현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단어나 그 현상이 좀 과대 포장된 느낌입니다. 주식투자는 자신의 돈 혹은 외부 조달 자금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내는 걸 목표로 하는 극히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행위인데, 이를 ‘운동’이라고까지 불러도 되는 건지 의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와 비교해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인데, 이 둘은 엄연히 다릅니다.

 

금 모으기 운동이야말로 말 그대로 나라가 어려워지니 개인들이 자발적, 희생적으로 나선 것이지만, 지금 주식시장에서 개인은 부동산 값이 너무 오르니까 주식으로 목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선 거잖아요. 그러나 과거와 달리 개인들이 대형주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식투자는 자기책임하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를 애국적 행위인 양 하면 마치 정부가 이를 후원하는 것처럼 비쳐져 오해를 살 수 있어요. 만약 주가가 하락해 손실이 나면 정부가 보상을 해주거나 책임질 문제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움직이는 데 부정적입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주가지수 3000포인트 달성이 마치 현 정권의 공로인 양 의미를 부여해 활용하고 있는데, 좋지 않아요. 지수가 하락해 개인투자자들이 손실 나면 어떻게 할 겁니까?

 

 

 

 

Q 정부가 3월에 종료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까지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홍성국 우리나라는 시장 사이즈에 비해 공매도 규모가 많지 않아요. 또 우리나라가 자본시장에서 선진국이 되고, 홍콩을 대체할 아시아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계획이 있다면 공매도는 유지돼야 합니다. 그러나 불법 공매도는 없애야 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나아가 자신들도 공매도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하는데, 물론 기관은 가능하지만 개인은 안 된다는 형평성 문제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공매도를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어요. 그만큼 개인이 공매도에 나서면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 때문이겠죠.

 

일단 개인투자자들이 기관의 공매도에 의해 피해를 보지 않는 장치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은 제가 해야 할 것 같고요. 좋은 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홍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하는 등의 불법 공매도에 대해 처벌 수준을 현행 최대 1억원의 과태료에서 주문 금액 범위 내 과징금으로 상향하고,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윤창현 이미 국회가 불법 공매도 등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끝냈어요. 그러므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공매도를 금지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주식시장에서 패닉셀링(공황매도)이 벌어질 때 매도 물량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인데, 지금은 매도세가 아닌, 매수세가 과도하게 강한 상황이잖아요.

 

이 시기에 공매도를 금지하는 건 공매도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아요. 국회에서 지난해 12월 불법 공매도 근절 방안을 만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이번 3월에 공매도를 재개시키기로 이미 합의했어요. 영구히 금지할 게 아니면 이제 풀어야죠. 그리고 기관들의 공매도를 허용하면 기관만 유리하다고 주장하는데, 공매도를 한다고 주가가 다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공매도한 사람이 손해보는 경우도 많고요. 기관에게만 유리하다는 주장이 틀렸을 수도 있는 거죠. 개인에게 공매도를 허용하는 문제는 개인의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위험을 관리하는 차원이죠.

 

 

 

 

   

Q 우리나라 상속세가 세계적으로 유독 높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성국 상속세 문제는 그 나라가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오늘이 있기까지 정부의 도움, 직원들의 노력 그리고 소비자들의 희생이 바탕이 됐잖아요. 그런 점에서 한국에선 상속세가 좀 높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을 보십시오. 3~4세까지 내려온 기업이 많잖아요.

 

전 세계, 특히 미국의 굵직한 기업 중에서 손자까지 내려온 기업은 정말 드물어요. 상속에 관한 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상속세는 재벌 문제와 연결되는데 우리나라는 갈수록 불평등,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서 섣불리 상속에 대해 관대해지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윤창현 부동산이나 그림 등은 세금을 높게 매겨도 좋은데, 장기보유 주식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했으면 합니다. 다양하게 면세 혜택을 주자는 것이죠. 기업 경영주가 장기보유한 주식이 자식들로 내려가면서 회사도 지키고, 기업의 일자리도 유지되는 건 국가에도 좋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경영권을 전제로 한 장기보유 주식만이라도 현재 50%에 육박하는 상속세율을 낮춰주자는 생각입니다.

 

그 많은 상속세를 내고 기업을 물려받았으나 회사가 어려워지면 주식은 휴지 조각이 돼버리잖아요. 다시 말해 물려받은 주식은 상당히 위험한 자산인데도 거기에 50% 세금을 부과하는 건 너무하다는 것이죠. 상황이 이러니 좋은 회사라도 세금을 내지 못해 사모펀드(PF) 등에 매각되거나 중국에 팔려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기보유 주식을 상속세라는 잣대로만 보지 말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Q 올해 상임위 활동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정책은 무엇입니까?

 

 

홍성국 소비자 금융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험사 중 라이나생명에서 시니어 금융 교육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히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 교육이 중요합니다. 금융에 대해 제대로 알고 금융상품 투자를 해야 하는데, 피상적으로만 알고 투자하는 게 문제입니다. 제일 좋기로는 수능시험에 몇 문제만 나오면 되는데(웃음) 그게 안 되니 정부 말고도 금융회사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윤창현 저는 3000만 명이 가입한 실손보험 간소화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막상 보험금을 타야 할 때 일일이 진단서 등을 떼어 보험회사에 청구해야 합니다. 전자상거래가 이렇게 잘 발달한 나라에서 말이 안 되는 절차입니다. 병원 진료 서류가 자동으로 보험회사에 전송되면 실손 가입자는 얼마나 편리하겠습니까. 현재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잘 풀어서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겠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강화하고, 어릴 적부터 금융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방법 등을 담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안 개정안을 발의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이해 노령인구가 늘면서 신탁이 매우 중요해졌어요. 신탁제도를 강화, 보완해서 금융소비자도 보호하고 수익도 높여 노령인구가 안정적인 노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기획 이인철 장문식(정치 전문기자) 사진 지다영(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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