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조언 - 우아하게 화내기 편

기사 요약글

당신은 얼마나 자주 컴플레인을 하는가?

기사 내용

식당에서 찌개를 시켰는데, 체모로 추정되는 다량의 성분이 검출되어도 자애로운 미소를 띄우며 그저 숟가락을 내려놓지는 않는가? 미용실에서 당신 머리를 호섭이처럼 잘라놓아도 오히려 헤어 디자이너의 가위질을 칭찬하고 오지는 않는가? 세상을 살다 보면 종종 내 맘 같지 않은 순간에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럴 때 ‘괜히 소란스럽지는 않을까’ ‘나이 들어서 주책으로 보이지 않을까’란 걱정 때문에 쿨한 척 넘어가지 마라. 나중에 혼자서 화를 삭히지 말고 당당히 내 몫의 권리를 요구하란 말이다. 물론 이왕 불평을 할 거라면 우리에게는 사회적 체면이라는 것이 있으니 어른답게 제대로 하자.

 

 

널 보고 있으면 내 가운데 손가락이 몇 개 더 있었으면 좋겠다.


컴플레인을 하기 전 고려해야 할 사항


‘라면상무’나 ‘땅콩회항’도 일종의 컴플레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컴플레인은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이는 그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제멋대로 질러대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컴플레인할 일이 생겼다면 먼저 ‘왜’ 컴플레인을 하는가 생각해보자.

 

사소한 일인가?


무엇이든 컴플레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일로 내가 받는 불편함이 정말 부당한 대우인지 말이다. ‘단지 마음에 거슬린다’ 정도의 이유로 컴플레인을 하기에는 너무 치사하지 않은가? 무엇이든 불평할 수는 있어도 안 하느니만 못한 불평도 있으니 말이다.

 

지속적인 일인가?


물론 말하기 구차하고 쪼잔해 보이는 일이라도, 몇 차례 같은 불편함이 반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재테크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감정도 쌓이면 분노의 쓰나미처럼 커지는 법이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일의 경중에 따라 당신이 해야 할 컴플레인의 정도도 달라지는 게 옳다. 찌개가 잘못 나왔다면 처음 주문한 찌개로 다시 요청하고, 음료수 한 병을 서비스 받는 정도로 타협할 수 있다. 그러나 택배로 주문한 아이패드가 두 동강 나서 왔다면 그때는 법적 절차를 밟을 수도 있으니까.

 

답이 나오는 일인가?


소송에 승소하면 300만원의 보상을 받는 재판에서 변호사 수임료가 300만원이라면 당신은 그 소송을 진행하겠는가? 어차피 불평도 다 자기 좋자고 하는 일이니, 내가 컴플레인을 해서 얻게 될 이익과 그 일에 들이게 될 노력을 따져보라는 말이다.

 

언 발에 오줌을 누고 있지는 않은가?


10년째 다니는 단골 식당에서 서비스가 엉망인 직원에게 화를 내 단골 식당 주인과의 관계가 어색해져 다른 식당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 근처에서 유일하게 맛있는 집이었는데 말이다. 이처럼 잠깐의 이익을 위해 한 일이 장기적인 불편함을 야기할 수도 있음을 알아두자.

 

 

분노의 온도를 재보자


정말 제대로 된 컴플레인을 하고 싶다면, 화를 내고 큰소리를 칠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즉, 감정은 배제하고 부당한 사실과 요구할 사항만 확실히 정리하는 게 좋다. 그러나 자기 감정을 다스린다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럴 땐 한 템포를 늦춰서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돌아 보자. 그것만으로 감정적인 불평불만이 이성적인 컴플레인으로 바뀌게 된다.

 

 

불평의 기술


01. 목표를 정확하게 하라


대안 없는 불평불만은 직원의 감정만 상하게 한다. 아무리 좋은 말로 한다고 해도 말이다. 사실 직원들은 손님이 ‘왜’ 화가 났는지가 아니라, 그 화가 ‘어떻게’ 해야 풀릴지가 더 궁금하다. 합리적인 어른으로서 우리는 원인 제공자가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를 줘야 한다. 화가 나고 상대를 비난하고 싶겠지만, 컴플레인의 최대 목적은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방의 실수를 물어뜯는 데 혈안이 되어 붉게 물든 눈으로 달려들지 마라.

 

이제는 이렇게!
“미디엄 스테이크가 너무 바싹 구워졌네요. 스테이크 대신 와인 한 병을 서비스로 받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어떤 이유’가 있는 부탁에 거절을 잘 못한다. 그럼에도 정당한 보상을 주지 않는다면 공격적이지는 않되 정확하게 자기주장을 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설득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인지부조화’가 발생해 주변의 강한 의견을 따라가는 성향을 보이니까.

 

어디까지 보상받아야 하나?

보상의 범위는 상식적으로는 ‘손해를 본 만큼’이고 법적으로 보자면 ‘소비자기본법’ 16조와 동법 시행령에 의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참고하면 좋다.한국소비자원 사이트(www.kca.go.kr)에서 열람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소비자 상담전화(1372)를 비롯해 다양한 피해 구제 신청과 분쟁 조정 참가 및 관련 사례 조회 등을 할 수 있다. 또한 품목별로 피해 구제 사례도 검색할 수 있으니 방문해보자.

 

 

02. 책임자를 불러라


아르바이트생을 아무리 들들 볶아봐야 나올 것이 없다. 쥐꼬리만 한 시급과 열정 페이의 희생자인 그들에게 인정을 베풀어라. 그들은 당신의 컴플레인에 대한 보상을 책임질 위치가 아니다. 일개 직원에게 화풀이해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은 순간적이다. 당신의 행동은 직원의 부정적인 인식만 키울 뿐 서비스를 개선시키지는 못한다. 게다가 주변의 시선을 고려했을 때도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다. 따질 일이 있으면 최소한 매니저급 이상과 대화를 하자.


이제는 이렇게!
“실례지만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상급자 좀 불러주세요”


이름이 뭐냐는 질문만으로 당신의 말은 힘을 가지게 된다. 왜냐면 더 이상 익명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급자를 만나면 직원을 탓하지 말고, 상황 설명에 집중해라. 그럼 자연스럽게 당신의 꽤 괜찮은 품격이 돋보이게 된다.



구입한 물건에 대해 불평하기

증거를 모아라:상품의 경우, 살 때의 계약 조건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증거가 필요하다. 전화상으로 구매 행위를 하는 항공 회사, 홈쇼핑, 신용카드사 등에서는 반드시 녹음을 하게 되어 있다. 혹시 모르니 우리도 녹음을 하는 것이 좋다. 영수증을 모아놓는 것도 중요한 습관이다. 즉, 당신이 구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수집해라.


논리를 모아라: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지 먼저 알아본다. 관련 제품의 보상 규정이나 교환 또는 환불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지 알아두어야 한다. 내가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어야 자신의 체면도 지키면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으니까.

 


 

이제 어른답게 제대로 불평하자


03. 결론을 반드시 내라


체면 상실의 위험까지 무릅쓴 당신이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 보통 사람들이 컴플레인을 할 때 어중간하게 말하는 이유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 자신이 헷갈리고 있으면 상대방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확실하게 보상을 약속받고, 즉각적인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이를 문서로 남겨라. 구두 약속은 입증하기 어려워 지켜지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채찍을 잡았으면 절대 마지막까지 손을 늦추지 마라.
 

이제는 이렇게!
“이렇게 좋은 가게라면 직원 교육이 더 잘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결론을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도 사람이다. 좋은 감정으로 대화를 마무리하는 게 좋다. 이때 프로이트가 말한 ‘반동의 형성’을 이용하자. 사람은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화가 났을 때 정중하고 점잖게 존댓말을 사용해 자신의 화를 억제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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