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가 - 도심 속 조형물

기사 요약글

익숙한 일상 곳곳에 숨어 있던, 지나치게 예술적인 서울의 거리.

기사 내용

작년 10월, 대형 고무 오리 ‘러버덕’을 보기 위해 약 500만 명이 석촌호수를 다녀갔다. 미술이 일반인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일례인 셈. 하지만 흔히 사람들은 예술 작품이란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고, 돈 있는 일부의 취미라 생각한다. 또한 본인은 미술을 배운 적도 없고, 제대로 볼 줄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미술은 생각보다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있다. 그동안 보려고 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을 뿐. 이제 다시 주변을 둘러보자. 그럼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마차>
옛것의 아이디어를 현대 예술로 만들어 내기를 즐기지만, 이를 현대적인 아이디어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성향으로, 중세 바로크 시대의 마차를 모던하고 감각적인 느낌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과 같은 시리즈인 보라색 컬러의 <마차>가 2009년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 전시되어 많은 찬사와 지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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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자비에 베이앙. 새로운 기술과 기법으로 간결하면서 역동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현대미술가(베르사유 궁전이 제프 쿤스에 이어 두 번째로 궁을 전시 장소로 내어준 아티스트다).
위치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226
상식 더하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가’, ‘현대미술의 군주’ 등으로 불리는 이 시대 가장 핫한 예술가 ‘제프 쿤스’. 신세계 본관 트리니티 가든에서 그의 작품 <세이크리드 하트>를 볼 수 있다.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들>
그의 작품은 크고 쉽고 간결하다. 보롭스키가 서울에 두 번째로 세운 공공조형물인 이 작품 또한 30m의 높이 때문에 전체 작품을 감상하려면 반드시 하늘을 보게 된다. 왜 하늘로 올라가는 걸까? 작가는 기둥 위의 사람들은 인류를 상징하고 그들이 함께 미래로 걸어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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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나단 보롭스키. 세계 여러 도시에 만화 같은 이미지의 작품을 설치해온 미국의 설치미술가(흥국생명 앞에 서 있는<망치질하는 사람(해머링맨)>을 만든 작가).
위치 서울 강서구 화곡6동 1094
상식 더하기 공공미술 기금으로 동일한 작품이 미국 맨해튼에 전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카르마>
‘카르마’는 산스크리트어로‘업(業)’이라는 의미다. 타임스퀘어 광장의 상징적인 조형물로, 눈을 가리고 무등을 탄 사람들을 통해서 모든 사람은 수많은 타인들과 연결되어 있고, 과거에 행했던 사람들의 모든 행동이 미래와 연결된다는‘인과응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쉽게 말해서‘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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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서도호. 인연, 관계, 공간 등을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 세계적 설치미술가(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 이래 최초로 살아 있는 국내 작가의 개인전을 열었을 정도로 ‘대단한’ 작가).
위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4가 타임스퀘어 441-10
상식 더하기 아버지가 현대 한국화의 구심적 역할을 한 동양화가 서세옥 씨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작품들도 한국적 감성에서 기초적인 영감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꿈>
키치적이면서 밝고 경쾌한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작가의 경향이 잘 드러난 설치 작품. ‘꿈’이라는 글자가 마치 춤을 추듯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모든 사람의 ‘꿈’이 자유롭게 펼쳐지길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반대편에서도 꿈이라는 글자가 보이도록 제작했다. 공공미술이란 이름에 걸맞게 대중이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 역할도 하는데 앉기에는 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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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영호. 소통과 상호작용 등 주로 휴머니즘적인 주제를 다루는 조각가(<인사하는 사람> 시리즈로 전 지구적 인지도를 확보한 유명 조각가).
위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
상식 더하기 보통 조각은 완성한 뒤 어울리는 곳을 고려해서 옮길 수도 있지만, 설치 작품은 설치된 공간과 함께 이루어진 작품이기에 자리를 옮기는 건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조용한 증식>
‘나팔’처럼 보이지만, 꽃의 암술과 수술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사회적 이념, 개인적인 철학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꽃이 ‘조용하게’ 번식하는 모습이 삶의 본질과 닮았다고 생각해서 이러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잘 들리지는 않지만, 작가가 고안한 장치를 통해 작은 새소리가 흘러나오니 잘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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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병호. 삶의 본질, 인간 본성에 대한 주제를 탐구하는 조각가(금속 소재로 만든 조각에 사운드 장치를 접목시켜 사운드 조각이라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위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
상식 더하기 김병호 작가는 자연재해나 전쟁 속에서도 ‘예술은 영원하다’는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단단한 금속 재질의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일신 여의도‘91>
1992년 문화관광부 ‘도시환경문화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회색 빌딩 숲 사이에 자리 잡은 빨간 악센트. 마우로 스타치올리는 작품이 설치될 장소를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받은 느낌을, 직접 현지에서 작품에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딸아이가 퇴근 후에 지친 아빠를 반길 때 활짝 펼쳐 드는 양팔의 모습’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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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우로 스타치올리. 20세기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조각가(올림픽공원에도 유사한 형태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고, 그 작품의 이름이 바로 <88서울올림픽>이다).
위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5-15
상식 더하기 건축물 제작 시 미술 작품을 설치해야 한다는 ‘건축물 미술 작품 제도’가 의무화된 것은 1995년. 이 작품은 1991년 작품이다. 즉, 일신방직 회장의 선견지명? 불타오르는 예술혼?

<인사하는 사람>
인사하는 사람의 인사 각도는 15도다. 뻣뻣하지도, 가식적이지도 않은 각도를 찾다가 15도로 정했다고 한다. 용산구청의 <인사하는 사람>은 자연 파괴에 대한 반성과 함께 모든 만물에 경의를 표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인사하는 사람> 시리즈로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 평화, 사랑, 화해, 만남 등을 표현하는데, 특정 인종을 떠올리지 않게 하려고 이 작품을 ‘파란색’으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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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영호(독일 유학 시절, 동양식 인사 영상을 선보였는데, 이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동양식 인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사하는 사람>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위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34-87번지
상식 더하기 <인사하는 사람>은 우루과이에도 설치되어 있는데, 우루과이의 지원 없이 제작되어 현지인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덕분에 이 작품 주변이 ‘대한민국 광장’이라 불리게 되었다.

<건축가의 손수건>
흔히 접하는 사물의 크기를 반전시키는 작가 특유의 성향이 잘 반영되어 있다. 작은 손수건을 초대형 사이즈로 제작해서 보는 사람들이 익숙한 물건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환기시키고, 신선한 재미를 준다. 그의 작품 앞에서는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앨리스’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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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클래스 올덴버그. 스푼, 망치 같은 평범한 사물을 압도적인 크기로 제작해 초현실적 작품을 선보여온 팝아티스트(청계천에 설치된 34억원짜리 소라 조형물 <스프링>의 작가이기도 하다).
위치 서울 중구 충무로1가 52-5
상식 더하기 클래스 올덴버그는 단단한 철이나 플라스틱, 나무 제품을 가죽이나 천으로 제작하는 일명 ‘부드러운 조각’의 창시자로, 그의 작품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빛을 든 사람>
몸체는 마치 분자나 세포 구조들처럼 연결되어 있다. 이는 다양한 문화적, 환경적 요소가 결합된 신인류를 나타낸다. 즉 우리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들어 올린 ‘빛’은 희망과 꿈, 밝은 미래 등을 나타내는데, 흰 구체 안에 조명이 내장되어, 낮과 밤의 느낌이 서로 다르다. 밤의 모습은 직접 가서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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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영호
위치 서울 마포구 공덕동 471
상식 더하기 ‘해머링맨’의 영향 때문인지 서울시에는 ‘서 있는 남자’들이 많다. 비슷한 작품으로 CJ그룹 신사옥 앞에 조각가 신치현의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도 있다.

<장독대>
이 작품은 눈 덮인 크고 작은 장독의 모습에서 겨울나기를 하는 가족을 떠올리며, 작가 친구의 가족들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찌그러진 인물들은 장독의 펑퍼짐하면서도 편안한 형태를 띠며 가족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도 이 작품을 만들고 나서“따뜻해서 좋았다”고 평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보면 약간 어지럽기도 하고, 마치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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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환권. 대상을 왜곡하고 변형해서 시각적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상을 주로 제작하는 작가(덕수궁 돌담길에서 <가족> 시리즈를 선보이며 거리 개인전에 나선 적도 있다).
위치 서울 중구 정동 5-1 덕수궁 돌담길
상식 더하기 이 작가의 <복사집 아들내미 딸내미>가 2008년 한 경매에서 추정가(3천만원)를 훨씬 넘는 700만 홍콩달러(약 1억1천만원)에 낙찰되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생존은 역사다>
신촌역에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빨간 굴뚝 모양에 커다란 거울이 달린 이 구조물은 지하철역에서 가깝고, 특이하게 생겨서 사람들이 약속 장소로 많이 언급하고, 주로‘빨간 잠수경’이란 닉네임으로 불린다. 육근병 작가의 작업은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눈이자 시선이란 평가처럼 이‘빨간 잠수경’도 신촌을 거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치 등대처럼 사람들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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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육근병.‘시선’‘바라봄’에 대한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사람의 눈을 중요시하는 미디어 설치미술가(세계 최초로 눈과 무덤을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시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예술가).
위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1 일대
상식 더하기 육근병 작가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 행사 ‘카셀 도큐멘타’에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초대되어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국내에서는 ‘제2의 백남준’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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