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바로 우리의 헤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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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헤이데이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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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인프라그룹 하영준 상무

하나인프라그룹 하영준 상무
홈런을 꿈꾸며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1월의 어느 추운 일요일 밤, 난방도 전혀 안 되는 일산의 우리인재원 실내야구장에 사람들이 모여 야구 연습을 하고 있다. 딱 봐도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사회인 야구 리그가 지난 11월에 끝나고 다들 한 달 넘게 쉬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할까요? 이들의 야구에 대한 마음이야말로 전성기죠.” 일산 자이아파트 내 야구동호회 ‘네이보스’에서 나이로 따지면 두 번째, 실력으로 따지면 ‘타격을 치고 1루까지 가장 열심히 달리는 사람’이라는 하영준 씨(52세)는 창단 당시 가장 나이가 많아서 단장이 됐다고 했다. 1루에서 3루까지 달려갔을 때 숨소리가 너무 커서 상대방 3루수에게 미안한 적은 있지만 그가 야구를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에게 주말은 원래 드러누워 있거나 TV 보는 게 전부인 시간이었다. 아파트 내에서 야구동호회 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그가 용기를 낸 건 늦둥이 아들 때문이다. “막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에요. 근데 제가 학부모로 학교에 갔을 때 나이 들어 보이면 싫어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운동도 하고 피부 관리도 하게 됐죠.” 로션도 안 바르던 그는 요즘 아내가 알려준 대로 화장품을 6개나 바르고 옷도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는다고 했다. “젊게 행동하니까 마음도 젊어지고 실제로 몸도 젊어졌어요. 자신감도 더 생기고요.” 그럼 건강도 좋아졌을까? “그건 좀… 체력은 더 좋아졌지만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술을 많이 마셔요.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마시니까 해롭지는 않겠죠?”

 

 

 

서울시 주거재생과 김장성 주무관

서울시 주거재생과 김장성 주무관
환상의 호흡

김장성 씨(47세)는 작년 12월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제1회 서울시 달인·고수 선발대회’에서 고수로 선발됐다. 공인 패러글라이딩 장시간 국내 신기록(7시간 52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6년 서울시장배 승마대회 통과장애물 종목에서 우승했기 때문. 승마, 패러글라이딩, 사격, 스쿠버다이빙, 스키, 암벽등반 등 못하는 게 없는 그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무슨 운동을 할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오늘은 승마장을 찾았다. “모든 스포츠는 장비와 자연과의 싸움이지만 승마는 유일하게 동물과 교감하는 스포츠예요. 서로 믿고 호흡을 맞춰 나가는 게 재밌어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즐긴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2003년까지만 해도 그에게는 그 흔한 등산화 하나 없었다. 그러다 평소 아버지처럼 따르던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나서 인생과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됐고 그때부터 후회 없이 삶을 즐기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온 가족이 다 함께 스쿠버다이빙, 승마, 스키, 암벽등반을 즐긴다. 김장성 씨는 다른 이들에게도 그가 하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면 말 위에 올라가 보조를 맞출 수 있다고. “나이가 많은데 이런 운동을 할 수 있을까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조금이라도 해보고 싶은게 있다면 일단 시작해서 인생을 즐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델(Dell) 솔루션사업본부 김동욱 상무

델(Dell) 솔루션사업본부 김동욱 상무
중년의 아이언맨

‘철인 3종 경기’라 불리는 트라이애슬론 중 아이언맨 코스가 있다. 코스는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다. 지난 2008년 이 코스를 완주한 김동욱 씨(50세)는 믿기 힘들겠지만 2006년까지 수영도 할 줄 몰랐고, 대학 입시 체력장의 오래달리기에서 꼴찌를 했던 사람이다. 모든 건 2007년 1월 5일 시작됐다. “번듯한 회사와 가정이 있는 중년으로서 부족함은 없었어요. 신년이 돼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데 갑자기 답답해지면서 위기감을 느꼈어요. 인생이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옆집 가족과 다 같이 수영장에 갔을 때 자신만 빼고 모든 사람이 수영을 했던 창피한 기억이 마침 떠올라 그는 매일 새벽 6시에 수영을 하기로 결심했다. “처음 한 달은 죽기보다 싫었어요. 3개월이 지나니까 재밌어지더라고요.” 그해 9월 아마추어 수영대회에 나가 자유형과 접영에서 꼴찌를 했지만 그간의 변화된 여정을 거치며 느낀 벅찬 만족감은 그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그리고 그해 9월 마라톤을 시작, 그다음 해 3월 마라톤을 완주, 5월부터 사이클을 연습해 7월에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나가기 시작했다. “쳇바퀴에서 나오고 보니 세상이 살 만한 거예요. 스스로 변화했다는 생각에 삶에 충실하게 되고요.” 하지만 어떻게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는 트라이애슬론을 할 수 있을까?“정말 ‘진이 빠진다’라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근데 그 순간,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기록보다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손정준스포츠클라이밍연구소 손정준, 윤경임 부부

손정준스포츠클라이밍연구소 손정준, 윤경임 부부
함께 가는 험난한 길

암벽등반이라는 취미로 만나서 그런지 손정준(50세), 윤경임(50세) 부부는 모험과 도전에 관해서라면 누구도 못 말리는 부부다. 종종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암벽등반을 다닌 그들은 차를 팔고 아이들과 함께 2달간 태국에 가기도 했다. 그들은 어떤 부부보다 말 그대로 ‘험난한 길’을 함께 이겨내왔다. 손정준 씨가 국내 최초로 설악산 적벽을 맨손으로 올라가는 ‘자유 등반’에 성공한 것도 아내 덕분이다. 암벽등반은 적막 가운데 고독하게 바위를 올라가는 혼자만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최소한 두 명이 함께해야 하는 협동의 운동이기도 하다. “제일 중요한 건 서로 간의 믿음이에요. 밑에서 줄을 잡아주는 사람이 조금만 불안하거나 다른 데 신경을 쓰고 있으면 집중이 안 되고 내 몸이 굳죠. 그래서 어려운 등반은 꼭 아내와 함께해요.” 젊었을 때 취미로 시작했다가 국내외 여러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선수 생활을한 그들은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 하는 암벽이 더 재밌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힘으로 하는 운동 같지만 사실 기술 의존도가 높아 중장년층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 윤경임씨는 말한다. “젊었을 때는 제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면 지금은 함께 등반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게 돼요.” 아무리 자신이 뛰어나더라도 비가 오거나 동료를 믿지 않으면 등반이 힘들어진다는 경험에서 인생에 대한 철학까지 배울 수 있다. “결국 세상은 같이 가는 것, 우주 안에는 모든 만물이 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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