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이렇게 산 거야? 은퇴 후 알게 된 아내의 살림

기사 요약글

은퇴 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아내의 허술한 살림 실력이 눈에 띤다. 모른 척 해야 함을 알지만, 입이 가만히 있질 못한다.

기사 내용

 

 


몇 달 전 은퇴한 P씨.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다. 비로소 보이는 것들 때문이다. 아내가 이렇게 지저분하게 사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집안일을 모른 척하자니 눈에 거슬리고 직접 하자니 일이 커진다. 아내 K여사도 스트레스를 받는 건 마찬가지다. 처음엔 남편이 가정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반겼다.

 

그러나 하나하나 관여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남편이 부엌만 들여다봐도 심기가 불편하다. 정리해둔 그릇까지 마음에 안 들어 사사건건 따라다니며 잔소리 하고, 다시 정리를 하는 남편. 남편과 함께 보내는 공간과 시간을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말 없이 집안일을 도와주면 고마웠을 법도 한데 잔소리를 폭격하며 이곳저곳 누비고 다니니 고마운 마음도 일절 생기지 않는다.

 

 

 

 

Case 이제 와서 말로만 거들어?

 

 

남편: “당신, 이렇게 지저분하게 해놓고 사는 줄 정말 몰랐네. 그 동안 아무 말 안 하려고 노력했는데 오늘은 한마디 해야겠어. 다른 곳은 몰라도 냉장고는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잖아.”
아내: “아니, 이제 하다 하다 냉장고까지 검사하는 거예요? 당신 퇴직 후 매일 집에서 하는 일이 내가 살림을 제대로 하는 지 검사하는 거라고요. 직장 다닐 적 평일엔 바쁘다는 핑계로 거들떠도 안보던 살림, 주말엔 피곤하다, 골프 모임을 간다 갖은 술수로 집안일은 피해 다니더니 이제 와서 왜 그러는건데요.”
남편: “다른 얘기 하지 말고. 냉장고는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는 게 맞잖아.” 
아내: “그 동안 나 혼자 어머님 모시면서 시동생, 시누이 결혼시킬 때까지 전전긍긍하면서 내 새끼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도맡아 살림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살았어요. 나 건드리지 말라고요. 내가 죽을 만큼 힘들었을 땐 집안일에 관심도 없었으면서...”
남편: “또 또 딴소리! 오늘은 냉장고를 정리해야겠다고. 눈이 있으면 와서 좀 보라고.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를 음식들이 왜 이렇게 쌓여있냐고? 이거 먹을 수나 있는 건가 좀 와서 보라고.”
아내: “그렇게 잔소리 하려면 당신 혼자 해요.”

 

 

원만한 부부생활은 부부간에 적절한 역할을 수행해야 가능하다. 부부간의 역할도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특히, 퇴직 후에는 부부역할에 대한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누구의 남편, 아내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삶의 목표나 능력에 따라 원하는 역할을 선택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역할공유형(role sharing)이나 역할전환형(role reversal)으로 역할 전환이 가능해야 이 시대에 ‘괜찮은’ 부부로 살아남을 수 있다.

 

위 사항을 전제로, 다음의 것을 기억하자.


첫째, 각자 영역을 나누고 자율권과 재량권을 줄 것.
둘째, 마음에 안 들어도 모른 척 할 것.
셋째, 잔소리 하고 싶으면 대신 행동으로 도울 것.

 

다시 대화를 시도해 보자.

 

 

 

 

Solution 바꿔 살기 대환영!

 

 남편: “오늘로 내가 퇴직한지 3개월이 됐네. 3개월 집에서 당신과 지내보니까 여러 가지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살림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한소리 하게 되고... 당신 입에서 졸혼 얘기도 나오고 했지? ”
아내: “3개월동안 당신과 함께 붙어 지내는 시간을 적응하느라 정신 없었어요. 오늘은 차분히 서로 이야기 좀 해요.”
남편: “그 동안 당신 혼자 살림 꾸려가느라 고생 많았어. 당신이나 나나 일주일에 2~3회씩은 파트타임으로 나가서 일을 보게 되니 집안일은 함께 나누어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청소와 빨래는 당신이, 부엌일과 음식은 내가 맡는 게 어때?” 
아내: “그래요. 내가 원하는 바예요. 부엌일을 당신이 더 깔끔하게 잘 하고 음식 하는 것도 재미있어 하는 것 같고요. 그 전에도 음식 하는 것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함께 있으면서 당신 음식을 맛 보니 보통 실력 아니던데요?”
남편: “고마워. 그럼, 이제 자기 역할에 대해서는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하기로 하고 적어서 거실에 붙여놓자고. 자꾸 잊어버리니까 잔소리를 하게 돼서 말이야.”
아내: “여보, 그런데 꼭 약속을 지켜야 할 게 있어요. 각자 역할에 대해 위임했으면 참견하지 않고 맡겨두기, 마음에 안 들어도 모른 척 해주기 예요. 알았죠?”
남편: “그럼, 약속하지. 오늘 나는 냉장고 청소부터 할거니까 당신, 잔소리 하지마.”

 

 

퇴직부부에게는 역할의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부부간에 새로운 방식으로 바꿔 살아 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쉽게 만 보이던 서로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다른 점을 온전히 인정하고 상호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함을 깨달을 때, 비로소 잔소리도 멈춘다.

 

 

기획 임소연 김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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