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길을 걷는 여자들의 걸음걸이를 살핀다. 이게 다 친구 N의 영향이다. 얼마 전 N과 쇼핑몰을 걷는데, 계단을 꽃게처럼 옆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N은 취미로 달리기를 했는데 최근 체중이 불면서 무릎 관절이 나빠졌다고 했다. 아무리 우리가 중년의 나이에 들어섰다고 해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의 ‘옆으로 계단 내려가기’를 목격한 뒤로부터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의식하니 보인다. 세상에 '관절이 불편한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놀랐다. 더 놀라운 건 관절 건강만 걸음걸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르가슴 경험에 대해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걸음걸이와 오르가슴의 관계
성의학저널(The Journal of Sexual Medicine) 2008년 9월 호에 여성의 걸음걸이 관찰을 통해 그 여성의 오르가슴 경험을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영국 서부 스코틀랜드 대학의 스튜어트 브로디 박사팀은 당시 벨기에 여대생 16명의 걸음걸이를 비디오로 촬영하고, 성생활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걸음걸이와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오르가슴 경험이 많은 여성은 척추의 움직임이 많고 크게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디 박사팀은 “골반 근육에 문제가 있는 여성은 거침없이 움직일 수 없어 성관계 시에도 오르가슴이 약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르가슴 경험이 많은 여성은 성적으로 자신감이 높다 보니 이것이 활기찬 걸음걸이에 반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섹스 시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 문제가 있는 여성들에게 걷기나 복식호흡, 근육 운동 등을 동시에 하면 성기능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고 밝혔다.
결국 체력에서 온다
유럽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리서치이나 바다 건너 한국 여성들도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이다. 탄탄한 골반 근육이 걸음걸이와 성생활도 활기차게 한다는 것.
숨쉬기 운동 외에는 운동과 담을 쌓아온 50대 지인이 얼마 전부터 개인 트레이닝를 받았다. 지인은 “예전엔 정신이 몸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 보니 아니더라. 체력이 있어야 열정도 건강한 마음도 유지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적극 공감한다. 오르가슴에 대입해 볼 때, 물리적으로 최대한 많은 감각신경을 자극하면 오르가슴의 강도도 높아진다. 그러려면 삽입 외에도 몸의 감각을 올리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 더불어 섹스 시 집중력과 교감이 오가야 함은 당연지사. 이러한 요건의 바탕이 되는 건 결국 우리 몸, 체력이다.
그래도 못 느낀다면
성의학자들은 오르가슴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누군가에겐 오르가슴이 이부자리가 흠뻑 젖어야 할 정도지만, 누군가는 ‘아!’하고 신음 한 번 내뱉은 걸로도 만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말로 오르가슴을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면 클리토리스를 입술과 혀, 손가락으로 공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삽입 시에는 엉덩이를 높이 드는 게 ‘느끼기’에 유리하고, 전희 시간을 평소보다 배 이상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상대방이 성감대 외에 다른 부위를 애무하고 있다면 정말 좋았던 느낌을 머릿속에 구체화시키는 것도 팁이다. 쉬운 예로 황홀했던 키스의 감각을 이미지화하는 것. 이렇게 “섹스 한 번 잘~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오르가슴을 얻을 확률을 높이는 거다. 물론 체력을 탄탄하게 만든다는 가정 하에.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신체와 관련된 기사들은 확실히 사람의 행동을 교정(?)하게 하는 힘이 있다. 걸음걸이와 오르가슴의 경험에 관한 정보를 들은 이상 발을 질질 끌면서 걷는 건 하지 않으려 노력하듯이. 아무리 피곤해도 길을 오갈 때는 성큼성큼 발을 뗄 테다. 걸어 다니는 오르가슴의 ‘화신’이 된 마냥.
기획 임소연 글 윤수은
[이런 기사 어때요?]
>> [전성기TV] 전신 근력 운동, 밀고 당기기만 기억하세요
>> 툭하면 화부터! 다혈질 아내와 싸우지 않는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