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공부하면, 치매 발병을 5년 늦춘다?

기사 요약글

치매 명의로 알려진 서울아산병원 이재홍 교수는 치매도 조기에 치료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치매에 영향을 주는 위험인자는 무엇인지, 예방과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봤다.

기사 내용

 

*의사가 말하는 치매 시리즈*

1편. 서울아산병원 이재홍 교수, 치매를 예방하는 여섯 가지 습관

2편. 가천대 길병원 박기형 교수, 충분한 숙면이 치매에 도움되는 이유

3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최호진 교수, 치매에 차분히 맞서는 방법 '뇌세포 활성화하기'

4편. 분당차병원 김현숙 교수, 치매가 찾아오기 전에 지켜야 할 미리미리 치유법 

5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배종빈 교수, 치매환자 보호자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

 

 

이재홍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치매학회 국제협력 이사. 치매클리닉에서 노인성 우울증과 기질성 정신장애를 주로 진료한다.

 

 

 

 

치매는 어떤 병인가요? 

 

 

치매는 특정 진단명이 아닙니다. 치매는 뇌신경세포가 손상돼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증상 또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치매 상태를 초래하는 원인 질환은 무수히 많은데,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가 대표적입니다. 우리가 흔히 치매로 알고 있는 증상은 기억력 감퇴를 보이는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 치매로 전체 환자의 70~80% 정도가 여기에 속합니다.

 

 

치매 의심 증상을 보이면 어떤 검사를 하나요?

 

 

우선 기본적인 병력 조사를 하고 신경학적 검사와 내과적인 혈액검사,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신경심리검사, CT와 MRI 같은 뇌영상검사를 진행합니다. 특히 MRI를 통해 어느 부위에 뇌손상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지요. 요즘에는 PET 촬영으로 뇌신경세포를 파괴시키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여 있는지 여부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매도 진행 정도에 따라 기수나 경중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경도 인지장애, 경증 치매, 중등도 치매, 중증 치매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경도 인지장애는 본격적인 치매의 전단계로 기억력만 떨어질 뿐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상태를 말합니다. 돈 관리나 대중교통 이용을 독립적으로 하지 못하면 경증 치매 단계, 망상과 환시 등 이상행동이 나타나면 중등도 치매 단계로 봅니다.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안 되며 침상에만 누워 있을 만큼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라면 중증 치매라 볼 수 있습니다.

 

 

 

 

치매 위험을 높이는 위험인자가 있나요? 

 

 

65세 이상 고령,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 심혈관질환, 뇌졸중 병력, 가족력 등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뇌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가하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 항히스타민제나 수면제같이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약을 오래 복용한 것도 치매 위험을 높입니다. 잇몸질환 같은 만성 염증도 뇌신경세포 손상에 깊이 관여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습니다.

 

 

외상도 치매에 영향을 주나요? 

 

 

외상성 치매가 있습니다. 권투나 럭비 등 격렬한 운동으로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교통사고로 두부가 손상돼서 생기는 경우입니다. 권투선수에게 주로 생긴다고 해서 ‘권투선수치매’라고도 합니다. 뇌진탕 같은 중등도 이상의 뇌손상을 반복적으로 입으면 비정상 타우 단백질이라는 일종의 독성물질이 뇌에 쌓여 훗날 치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독거노인을 치매 위험 대상으로 보는 이유가 있나요? 

 

 

사회적으로 고립돼 자극 없는 일상을 사는 노인들은 뇌활동이 떨어져 치매에 취약해집니다. 혼자 오래 있다 보면 우울증도 생기죠. 우울증이 생기면 스트레스호르몬이 증가하고, 이는 뇌 구조와 기능에 손상을 줍니다. 노인성 우울증은 치매의 중요한 원인이므로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시 반드시 우울증 검사를 거칩니다.

 

 

 

 

직계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을 경우 더 조심하게 되는데요. 치매도 유전이 되나요?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서로 복잡하게 작용해서 발생합니다. 치매의 경우 대체로 환경적 요인이 크지만, 직계가족에 치매 환자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2배가량 높으니 미리 검사를 받길 권합니다. 간혹 집안 내력으로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겨 치매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40~5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발병해 빠르게 진행됩니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젊은 주인공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런 조발형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체의 1% 정도에 그칩니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한치매학회에서 만든 치매 예방 캠페인 구호가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 없이 담배를 끊고, 사회활동·대뇌활동을 많이 하고, 천박하게 술 먹지 말고,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자”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문구죠. ‘진인사대천명’을 실천하면 뇌의 저항성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교수님은 치매 예방을 위해 어떤 것을 실천하고 계신가요?

 

 

저는 진인사대천명 중 대뇌활동에 주목해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영어 외에도 중국어를 취미 삼아 독학하고 있죠. 모국어 외에 한 가지 이상 외국어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를 5년가량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치매 환자나 가족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치매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관리가 가능합니다. 치매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과 절망에서 벗어나 올바른 사회 인식이 필요합니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자세로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니 사회와 의료 인력이 나눠 지고, 간병 기술과 제도 혜택에 대한 상담도 받아서 적극적으로 이용하시기를 바랍니다.

 

 

기획 문수진 사진 채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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