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스릴러다? <나의 위험한 아내> <거짓말의 거짓말>

기사 요약글

결혼은 현실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로맨틱한 부부, 화목한 가정은 모두 낭만일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드라마는 결혼을 해피엔딩을 장식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그런 틀을 깬 드라마의 시대가 왔다.

기사 내용

 

 

 

 

<나의 위험한 아내>, 섬뜩하지만 현실적인 결혼 이야기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부부가 있다. 재력을 갖춘 아름다운 아내는 살림 장인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 준수한 외모에 위트를 갖춘 남편은 카페를 운영하며 서로 사랑한다. 모든 이가 부러워하는 결혼의 전형이다. 하지만 그 속사정은 어떨까.

 

남편은 카페 매니저와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레스토랑의 경영 상태는 최악, 사채까지 얻었다. 결국 남편은 내연녀와 함께 아내와 마실 와인에 독을 타 살해할 계획까지 세운다. 그런 마음으로 집에 온 순간, 현관 바닥에 고인 핏자국. 그리고 사라져버린 아내. MBN 월화 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의 도입부이다. 

 

 

 

 

<나의 위험한 아내>는 2016년 일본 간사이 TV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2012년 베스트셀러이자 2014년에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미국의 스릴러 <나를 찾아줘 (원제: Gone Girl)>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던 이 작품은 인간의 이중적 모습과 결혼의 섬뜩한 의미를 파헤쳐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전율을 주었다.

 

한국 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는 어두운 방 안, 결혼식 비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위에 오버랩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변하지 않는 사랑을 약속한다. 결혼 서약을 지키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뿐이다. 사랑의 시간을 늘리거나 사람의 수명을 줄이거나.” 

 

 

 

 

결혼의 비극에서 시작되는 <거짓말의 거짓말>

 

 

채널 A의 금토 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은 영원할 수 없는 결혼의 비극, 한쪽의 수명이 끝난 후에서부터 시작하는 드라마이다. D.O 코스메틱의 유능한 팀장으로 회사의 후계자와 결혼한 은수, 그러나 결혼 이후부터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그의 행복한 결혼에 대한 꿈은 산산이 깨어지고 만다.

 

결국 임신한 채로 그로부터 도망쳐서 숨어있던 은수는 추적해온 남편을 피하다가 실신하고 깨어난 후에는 피투성이인 남편의 시체와 마주하게 된다. 졸지에 살인자가 되고 교도소에서 아이도 빼앗긴 은수는 출소 후 딸만이라도 다시 찾으려 하는데, 전 시어머니인 김 회장은 이조차 방해한다. 결국 은수는 딸을 입양한 남자에게 접근해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딸의 새엄마가 되려는 계획을 세운다. 

 

 

 

 

결혼의 문제는 통속극의 가장 주요한 주제였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로맨스의 소재가 된다면, 결혼한 이후에 형성된 관계에서 일어난 갈등은 또 다른 가족 드라마를 만들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최근 종편에서는 연초에 방영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JTBC의 <부부의 세계> 이후, 결혼의 속성과 스릴러적 요소를 결합한 작품들을 연이어 방영하고 있다. 

 

이는 가정 스릴러 (Domestic Thriller)라는 특정 장르의 인기의 다른 한 면이다. 이 또한 새로운 현상은 아니고, 아내의 목숨을 노리는 남편이라든가 하는 설정의 소설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나를 찾아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후에 이런 작품들이 더 활발히 논의되고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즐거운 나의 집'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피부로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이 가정이 하나의 격전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집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곳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에서 가정 스릴러 장르가 부상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드라마는 더이상 NO!

 

 

결혼과 가정에 대한 인식의 전 지구적 변화와 깊이 맞물려 있을 것이다. 만혼과 비혼, 저출산은 특정 국가만의 현상이 아니다. 여전히 결혼이 사회적 선인 것처럼 자연스레 여겨지는 사회도 있지만,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이제 결혼 제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퓨 연구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1960년에는 18세 이상의 미국인 중 72%가 결혼했지만, 2016년에는 오직 50%만 결혼한 상태라고 한다. 

 

한국 통계청 발표로는 2019년 한국의 혼인 건수는 23만 9천 2백 건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했지만, 이혼 건수는 11만 8백 건으로 전년 대비 2.0% 상승하였다. 2010년 이후로 결혼 건수는 계속 감소하고, 초혼 연령은 상승하였다. 결혼은 또한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 결혼율과 사회 경제적 지위가 정비례 관계라는 통계자료들이 나오자 자본주의적 결과물로서 결혼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다.

 

거기 더해 한 사람이 한 사람만을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다는 일부일처제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이들은 늘 있었다. 영원한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라는 환상에 대한 현실 인식이 날카로워지면서, 점차 결혼 제도에 의문을 던지는 이야기들이 서사로서 인기를 얻고 있다.

 

 

 

 

동시에 여성주의의 발달로 결혼 제도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숨기고 있었던 폭력들이 드러난 것도 이런 장르가 강력해진 이유 중 하나이다. 명백한 형태의 가정 폭력은 물론, 불균형한 가사 노동 배분이라든가 가부장적 제도에서 야기된 억압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서 “위험한 아내” 같은 여성상이 등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종합편성 채널의 시청자 특성을 생각하면, 가정 스릴러는 한국적 맥락에서 또 다른 형태를 띤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선호하고, 어떤 부부 관계든 타협을 끌어내서 유지하는 게 목적인 결혼 생활 상담 유의 프로그램이 많은 종합편성 채널에서도 결혼에 비관적 태도를 내포하고 있는 드라마들을 방영하는 추세라는 건 이제 결혼 제도의 한계는 그 누구도 쉽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뜻일 수 있겠다.

 

 

 

 

결혼은 로맨스가 아닌 스릴러

 

 

역설적으로는 아직 많은 드라마가 그래도 연애와 결혼에 있는 낭만성을 강조하고, 마지막에는 모든 이들이 함께 가족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는 엔딩을 선호한다는 것이 이런 장르가 부상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타인과 완전한 연결을 추구하고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그래도 결혼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우리 사회에서도 아직 유효하다.

 

하지만 이상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각자가 느끼는 현실은 이런 이상과는 달랐다. 영화<나를 찾아줘>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건 서로에게 화낸 게 전부였어. 서로 조종하려고 하고 상처 주려고 했을 뿐이잖아!”라는 남편 닉의 말에 에이미는 냉정하게 이렇게 대답한다. “그게 결혼이야.”

 

 

 

 

결혼이란 과연 이런 것이기만 할까? 그 대답은 결혼하든 하지 않았던 모두에게 다르게 존재할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일본 드라마 원작과 달리 어떻게 결말을 낼지는 모르지만, <나의 위험한 아내>에서처럼 결혼의 허위를 인식하면서도 이어가는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거짓말의 거짓말>처럼 한 번의 결혼에서 큰 상처를 받았지만 그것은 대상의 문제일 뿐, 다른 대상을 만나면 이번에는 행복한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부부의 세계>와 같은 드라마에 열광했던 이유는 결혼은 그렇게 낭만적일 수 없고 때로는 전투적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이제 냉정하게 인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결혼에 머무르든, 결혼을 거부하든, 결혼을 떠나든 간에 우리는 이제 결혼이 해결책이 아니며, 가장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무서운 스릴러가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있다.

 

 

사진 MBN, 채널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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