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디지털 라이프] 오팔세대, 디지털 시장의 새로운 VIP

기사 요약글

인터넷은 젊은이들만의 것? 디지털 소비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세대는 이제 5060이다.

기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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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언택트 시대, 주목받는 디지털 서비스는?

2편. 오팔세대, 디지털 소비 시장의 새로운 VIP

3편. 나의 디지털 생존력은 몇 점일까?

4편. 언택트 시대, 행복한 2라운드의 조건

5편. 50+세대의 스마트폰에 꼭 깔아야 할 앱

 

  

 

 

대다수 사람들에게 나이는 내 삶을 대변하는 모든 것이었다. 8세가 되면 다 함께 학교에 갔고 30세가 넘도록 결혼하지 않으면 다 함께 유통기한이 지난 두부 취급을 받았다. 모든 일이 나이와 맞물려 돌아갔고 나이 자체가 통과의례였다. 꽤 오랜 세월 그랬다. 여전히 나이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나이가 나의 모든 것을 대변하던 시대는 끝났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나이보다는 교육 수준, 경제력, 종교, 취향이나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무리 짓게 됐다. ‘90일 성경통독’ 모임 사람들과 봉사활동을 하는 52세와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바이크 동호회에 참석하는 52세, 핑크색 옷을 입고 송가인 콘서트에 간 52세 ‘어게인’ 회원은 나이가 52세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현실이 돼버린 ‘언택트’.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 세상은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사람과 불가능한 사람으로 나뉘게 됐다. 나이는 당신에 대한 사소한 정보일 뿐이다. 어차피 우리는 만나지 못할 테니까.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대신, 드라이브 스루를 하고 배달 앱으로 저녁 식사를 주문하고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으로 ‘소통’할 것이다.

 

그리고 머지 않아 ‘당신의 일상이 디지털인가 아닌가’가 당신을 대변하는 모든 것이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집 앞 마트를 애용하던 50대가 마트 앱을 설치할 일은 영영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온라인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손’은 단연 5060이다. 지금 당신의 일상은 디지털인가? 아직 아니라면, 오늘이 ‘디지털 일상’을 시작하는 첫날이 되기를.

 

 

 

 

오팔세대 고객님, 어서 오세요

 

 

상업광고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다. TV CF나 지면 광고를 훑어보면 최근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업계가 어디인지(주로 편당 출연료만 10억원이 넘는 스타를 모델로 기용한다)만큼이나 이들 업계가 TV 광고로 호감을 얻고 싶은 고객이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다. 2020년 현재, 각종 상업광고가 열렬히 구애하는 대상은 ‘오팔세대’다.

 

오팔세대(OPAL)는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로 ‘58년 개띠’, 즉 1958년 전후로 출생한 1차 베이비붐 세대를 가리킨다. ‘액티브 시니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6·25전쟁을 겪지 않았고 한국 사회의 고도 성장기에 청년기를 보낸 덕분에 이전 세대보다 경제적 여유와 지적인 능력, 신체적 활력이 넘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오팔세대의 구매력은 무려 72조 8000억원대 규모다. 얼마 전 출시된 올 뉴 아반떼 CF에 은발의 멋쟁이 여성 4인이 ‘광클릭’으로 티켓 예매에 성공한 후 흥겹게 공연을 보러 가는 모습이 묘사된 이유, 코오롱 스포츠가 70대 배우 김혜자를 30대 류준열과 나란히 모델로 기용한 이유, 탑 7이 아이돌처럼 패션화보를 촬영하고 각종 광고를 섭렵하는 이유다. 그리고 일어난 온라인 쇼핑 시장의 지각변동.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간 아날로그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던 이들까지 ‘디지털 월드’로 반강제 유입되자, 오팔세대는 그야말로 디지털 시장의 VIP로 떠올랐다. 오팔세대 중 온라인 쇼핑 이용자의 비율은 전체의 30.6%로, 35%를 기록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와 큰 차이가 없다.

 

지난 2월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후 네이버 쇼핑의 핵심 고객층이 기존 2030에서 전 연령대로 확산됐는데, 그중에서도 50대 이상이 53%나 증가했다. ‘고기는 내 눈으로 확인하고 사야 한다’ ‘인터넷으로 물건 사는 건 왠지 불안하다’ ‘비싼 건 백화점에서 사야 한다’고 믿던 50+ 세대가 울며 겨자 먹기로 마트 앱을 설치하고 모바일 결제 방법을 배웠는데… 어라?

 

생각보다 쉽고 편리하며 심지어 물건의 품질까지 좋았던 것이다. 2명 이상 모여야 거래가 성사되는 카카오톡 ‘톡딜’이 지난 1분기 거래액 1000억원 돌파, 톡딜 주문 성공률 90% 이상을 기록하며 급성장한 배경에는 모바일 결제에 눈을 뜬 50+가 있었다. 

 

 

 

 

e북 읽는 60대, 넷플릭스 보는 50대 

 

 

유튜브 이용자 중 50대 이상의 점유율(94%)이 가장 높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새로운 뉴스는 50+가 디지털 콘텐츠에도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세대로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0대와 60대가 2020년 디지털 콘텐츠에 결제한 금액은 2017년 대비 각 2.9배와 3.2배 증가했다.

 

50대가 영상 콘텐츠 서비스에 결제한 금액은 2017년 대비 9배, 60대가 전자책 서비스에 결제한 금액은 무려 21배나 늘었다. 이제 50+의 상당수가 종이책을 사는 대신 ‘밀리의 서재’와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을 읽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려고 황급히 귀가하는 대신 ‘넷플릭스’나 ‘티빙’으로 원하는 장소, 원하는 시간에 드라마를 본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 기종과 통신사 데이터 요금제도 덩달아 중요해졌다. 60~64세의 60%, 65~69세의 54%가 5G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대답했고, 통신 3사는 ‘시니어 전용 상담사’를 따로 배치하고 자사 IPTV 채널에 50대 이상 고객 전용관을 만드는 것으로 이에 화답했다. ‘휴대폰은 글자 크고 전화만 잘 걸리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60대는 이제 거의 없다.

 

결국 관건은 디지털 접근성. 최신 기종 스마트폰에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장착하고 갖가지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는 50+와 스마트폰이 있어도 카톡과 전화 통화만 하는 50+,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를 구경하기조차 여의치 않은 50+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인생도 디지털도 60세부터 

 

 

여전히 ‘디지털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줄 만한 이야기 하나. 2017년 7월 애플에서 매년 개최하는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애플 CEO 팀 쿡이 직접 인터뷰한 사람이 있다. 바로 당시 만 82세였던 와카미야 마사코. 그녀는 노인용 게임 앱 ‘히나단’을 개발하며 세계 최고령 앱 개발자이자 ‘노인들의 스티브 잡스’로 세상에 소개됐다.

 

놀라운 사실은 이 대단한 개발자가 환갑에서야 처음으로 컴퓨터를 샀고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웠다는 것이다. 60세까지 컴맹이었던 와카미야 마사코는 퇴직 후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외출을 할 수 없게 되자 컴퓨터를 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컴퓨터를 산다고 갑자기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설치부터 인터넷 접속까지 무려 3개월이나 걸렸지만, 와카미야 마사코의 실력은 나날이 늘어 엑셀의 셀에 색을 입히고 도안을 만드는 ‘엑셀아트’를 출시하고 전 세계 개발자들이 모이는 테드(TED)에까지 참가하기에 이른다. 어느 날 한 젊은 프로그래머에게 “나이 많은 사람들도 쉽게 즐길 만한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어주세요”라고 제안했다가 “마짱(마사코 할머니)이 만들면 되죠!”라는 명쾌한 대답을 들은 것을 계기로, 장장 6개월간 책을 읽고 자문을 구하며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게 된다.

 

그렇게 출시된 ‘히나단’ 앱은 일본 전통 축제를 무대로 고유 의상을 입은 인형을 각자 위치에 배열하는 게임으로, 현재 8만 명이 넘는 유저와 평점 별 5개 만점이라는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 와카미야 마사코는 이렇게 말한다.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못 하겠거나 싫증이 나면 그냥 그만두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컴퓨터에 호기심을 가졌더니 60세부터 인생이 즐거워졌어요!”

 

 

 

 

기획 신윤영 일러스트 조성흠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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