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의료봉사, 라파엘 클리닉

기사 요약글

라이나전성기재단은 우리 사회에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함께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사회공헌단체들을 지원해왔다. 그 중 이주노동자를 위한 의료봉사를 실천하는 라파엘 클리닉을 탐방했다.

기사 내용

 

 

 

4월의 어느 일요일. 휴일의 여유를 대변하듯 문 닫은 상점들이 즐비한 가운데, 홀로 활기를 띤 건물이 하나 있다. 성북동에 자리한 라파엘 클리닉이다. 매주 일요일(치과는 1주일에 3번)마다 이주노동자들을 무료로 진료해주는 이곳은 접수가 시작되는 오전 9시 30분부터 문전성시를 이룬다. 산부인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치과 등 20여개 과에서 오후 5시까지 진료를 보는데 필리핀, 중국, 몽골, 방글라데시 등 찾아오는 환자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안산에서 왔다는 조선족 곽근호 씨(72세)는 20여 년 전부터 라파엘 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했다. 과거에는 위염을 고쳤고, 지금은 고혈압을 치료받고 있다는 그는 “의료진이 환자의 얘기를 친절히 들어줘 몸보다 마음의 위로를 받고 갈 때가 더 많다”고 너스레를 떤다. 외국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더라는 것.

5년 전부터 양주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방글라데시 청년 역시 지난번에는 무릎 타박상으로, 오늘은 눈 부기 때문에 찾아왔다며 서툰 한국어로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처럼 라파엘 클리닉은 소외받기 쉬운 이주노동자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었다.

 

 

 

 

故 김수환 추기경의 애정이 깃든 라파엘 클리닉

 

 

라파엘 클리닉은 故 김수환 추기경이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은 한 이주노동자의 편지를 받은 데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깨닫게 된 김 추기경이 그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강조하고 나섰고, 서울대 의대 가톨릭교수회와 학생회가 힘을 합쳐 혜화동 성당에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가톨릭대학교, 동성고등학교를 거쳐 2014년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에 자리를 잡은(서울대교구의 무상 임대) 라파엘 클리닉은 주말 하루 평균 300명 이상, 연평균 1만8,000명 이상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2007년 문을 연 동두천 분소와 2009년부터 시작한 이동 클리닉 역시 라파엘 클리닉에서 확장된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설립 이후 몽골, 네팔 등 의료 소외 지역에 방문해 진료를 하거나 현지 의료진의 역량 강화를 돕고 있는 라파엘인터내셔널은 국내 의술이 어떤 방식으로 제3국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의료진과 봉사자들이 만들어가는 기적

 

 

2018년까지 274,297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치료했을 만큼 라파엘 클리닉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건, 나눔에 뜻을 더한 봉사자들의 힘이 컸다. 황금 같은 주말을 반납한 채 기꺼이 환자를 돌보는 인원만도 하루 100여 명. 의사,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의 의료인은 물론 의대 학생들, 고등학생 봉사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현재 의료진 약 500여 명. 봉사자 1,000여 명이 돌아가며 이주노동자 진료를 돕고 있으며, 이들은 종교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1년 반 넘게 이곳 환자들의 혈압을 체크하고 있는 간호사 오혜원 씨는 봉사활동의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한 이주노동자 부부가 어머니를 살려 달라며 다급히 찾아온 적이 있어요. 이미 의식이 없었고 거의 사망에 가까운 상태였죠. 결국 큰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는데 경황이 없던 그들에겐 도움을 구할 곳이 이곳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런 절박한 사람들에게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다행스럽더라고요.”

 

 

 

 

2003년부터 라파엘 클리닉과 인연을 맺은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 역시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이곳의 필요성과 가치를 실감하게 된다고 했다. “이주노동자들의 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아프다고 얘기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병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숨기려 들면 전염병처럼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의 안전망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업, 단체, 개인 등의 지원에 힘입어 무료 진료를 실시하고 있지만, 진료 수준은 여느 대학병원 못지않다. 일일 진료소장 명찰을 달고 병원 곳곳을 살피던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팽진철 교수는 “암 같은 중증질환을 발견할 만큼 꼼꼼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며 “2011년부터 운영된 당뇨 클리닉과 심장 클리닉 같은 경우에는 환자에 대한 집중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먼 타국에서 어쩌면 몸과 마음을 모두 다칠 뻔한 이주노동자들은 이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기꺼이 자신을 내준 봉사자들 덕분에 조금은 더 수월하게 한국 땅에 발을 붙이며 살고 있다.

 

이주노동자에게 힘이 되어주세요

라파엘 클리닉에서는 매년 2회(1월~2월, 7월~8월) 신규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봉사자는 안내 및 접수, 타 병원 의뢰, 통역, 행사 지원 등 원활한 진료를 위해 활동하며 20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후원 및 문의 02-764-7595 홈페이지 raphael.or.kr

 

 

 

기획 장혜정 사진 김필순(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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