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연 13% 수익률 ELS, 지금 들어가도 될까?

기사 요약글

최근 주가 추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며 국민 재테크상품에서 국민 걱정거리가 된 ELS. 그렇다면 주가가 하락한 지금 투자하는 것이 기회일까?

기사 내용

 

최근 들어 일부 증권사들이 연 6%~10%, 최고 13% 선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팔기 시작했다. 과거 기껏해야 4~5% 수익률을 놓고 발행되는 것에 비하면 배 이상이 높다. 호주머니에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들이야, 눈길이 확 가겠지만, 지금은 ELS라고 하면 자다가도 화들짝 깨는 분들이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소위 ‘원금손실 가능 구간(녹인• Knock-In)’에 진입한 ELS가 많기 때문이다.

 

눈감고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백전백승의 금융상품’, ‘온 국민의 재테크 상품’ 등으로 불리며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는 분이 없을 정도인 ELS가 왜 이렇게 걱정덩어리가 됐을까.
ELS는 미국•유럽•일본•홍콩•한국 등 주요국의 주가지수 2~3개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계약 기간  모든 지수가 정해진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보다 2~3배 높기 때문에 지난해 말 기준 발행액이 100조원에 육박했다. 현재 ELS에 남아있는 미상환 투자금도 48조860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ELS를 팔면서 가장 크게 내세우는 게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가입시점보다 기초자산이 30~40%가 하락해야 원금손실이 난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극히 낮아 약속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고 투자를 권한다. 실제 10여년 동안 그랬다. 대부분이 손실 없이 가입 후 짧으면 6개월, 길어봐야 3년이 채 되지 않아 약속한 수익률을 챙겼다. 

 

그러나 1998년과 2007년에 그랬듯, 세상에는 흑색의 백조, 블랙스완은 나타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즉, 절대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30~40%의 주가 폭락이 현실화돼 내 돈의 원금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ELS는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이 설정돼 있다. 만기 전에 이 구간(대체로 가입 시점의 40~50%) 밑으로 지수가 한 번이라도 떨어지면, 만기 때 지수 수준에 따라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 대부분 만기 때 지수가 가입 시점 지수에서 하락한 비율만큼 투자 원금도 깎이는 식이다. 가령 S&P500에 연계된 ELS에 가입해 최근 녹인 구간에 진입했고, 만기 시점에 가서 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30% 낮다면 원금 손실률이 30% 수준으로 확정될 수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공지한 ELS는 총 503개로, 투자 금액은 6247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상품은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만기 시점에 지수가 가입 당시의 80% 정도를 회복하면 손실을 피할 수도 있다.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이 확실’하다던 ELS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첫 번째 원인은 당연히 주가 폭락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 폭락 뒤에 ELS 상품이 갖는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먼저, 과거엔 ELS가 삼는 기초자산이 1~2개였지만, 최근엔 3~4개씩에 달한다. 한 곳만 무너져도 손실 위험이 생기는 셈이다. 특히 유로스톡스50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홍콩H 등 해외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둔 상품이 대거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 3월 11일 기준 ELS 미상환 규모는 유로스톡스50이 35조6740억원으로 가장 많고, S&P500이 32조4150억원이다. 

 

두 번째, 최근 발행한 ELS는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지수 하락률이 예전보다 작아졌다. 2016년만 해도 손실 구간에 들어가는 지수하락률은 -40~-50%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35~-40%가 보통이다. 그만큼 손실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바로 투자금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니다. 6개월마다 찾아오는 ‘조기 상환’ 시점이나 2~3년 뒤로 약정한 만기 시점에 다시 약속한 지수 수준을 넘어서면 원금과 이자를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조기 상환을 기대했던 투자자는 의도와 달리 자금이 묶일 수 있고,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투자자는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ELS보다 발행 규모는 작지만 DLS(파생결합증권) 손실 위험도 ELS에 못지않다. DLS는 ELS와 구조는 비슷한데, 주가지수 외에 유가, 금리 등 기초자산의 폭이 넓다. 특히 최근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유가에 연계된 DLS가 직격탄을 맞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작년 말 배럴당 61달러에서 30일 현재 20.09달러까지 67%가 폭락했다. 30일 현재 증권사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알린 DLS는 574개로, 미상환 투자금은 8847억원이다.
DLS역시 ELS처럼 손실 ‘폭탄’이 터지느냐 마느냐는 앞으로 증시와 유가의 회복 속도에 달렸다.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자. 최근 증권사들이 최고 13.2% 수익률을 내걸고 ELS를 판매하고 있다. 수익률이 높은 만큼 이 수익률을 거머쥘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롭다.
니케이225, HSCEI, S&P500의 지수가 △3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일에 최초 발행 시점 대비 92.5%~80% △만기에 75% 수준을 넘으면 이 수익률을 보장한다. △3년 동안 3개 지수가 한 번도 발행가 대비 55%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도 연 13.2%의 수익을 받는다.

 

최악의 경우 앞으로 3년 동안 지금보다 55%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3년 후 약속된 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 현재 이들 지수가 이미 평상시 대비 20~30%가 빠진 점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아직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점, 유럽의 경제적 위기가 예상보다 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 번 더 투자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기획 이인철 장광익(MBN경제부장)

 

 

[ 이런 기사 어때요? ]

 

 

>> 불안한 주식시장, 이럴 땐 채권투자가 답이다!

 

>> 연4~6% 수익률, 주식보다 안전한 '리츠'를 아시나요?

 

>> 5년째 인기몰이 중인 부동산펀드,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