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으로 병원에 간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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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에 접어든 A 씨. 요즘 그의 소원은 ‘잠 한 번 푹 자보는 것’이다. 벌써 3개월째 불면증에 시달려 피곤함에 잔뜩 절어 있는 얼굴로 아침을 맞고 있다. “피곤해 죽겠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막상 자리에 누우면 잠이 오질 않으니 참 난감한 노릇.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에 매일 밤 9시만 되면 침대에 눕지만 야속한 잠은 매번 달아나기 일쑤다. 말똥말똥해진 정신으로 쓸데없는 생각을 늘어놓다 결국 TV를 켜거나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시간을 죽이는 게 그의 일과다. 겨우 잠이 들었다 하더라도 거실에서 울리는 식구들의 말소리, 위아래 층에서 나는 물소리 등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 잠이 깬다. 잠이 부족하다 보니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줬다. 늘 몽롱한 정신 상태에 빠져 있는 데다 의욕이 생기질 않으니 업무 능력도 자꾸만 떨어졌다. 술을 마시면 그런대로 잠이 들기는 했지만 얼마 못 가 눈이 떠지는 데다 다음 날 더 큰 피로감을 느끼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는 양파즙이나 검은콩 달인 물을 꾸준히 마셨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A 씨의 경우처럼 불면증은 50대 이상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나이가 들어 잠이 줄었나 보다 ’ ‘곧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증상이 오래가면 기억력, 집중력 감퇴는 물론이고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해 전문가들은 1개월 이상 불면증이 지속될 경우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불면증 자가 진단

 

□ 시계 소리나 작은 소리에 신경이 쓰인다
□ 침실이 조금만 더워도 가슴이 답답하고 잠을 이루기 어렵다
□ 잠자리에 들면 정신이 맑아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 잠들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수면제를 복용한 적이 있다
□ 불을 켜고는 잠을 자지 못한다
□ 잠들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
□ 잠드는 데 30분 이상 걸리는 일이 자주 있다
□ 수면 중에 2번 이상 잠에서 깬다
□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깬다
□ 자다가 중간에 깨면 다시 자기가 어렵다
□ 꿈을 자주 꾸고, 꿈 내용을 대체로 기억한다
□ 잠에서 깨면 무겁고 정신이 맑지 않다
□ 자고 나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 낮에 졸음이 많이 오고 쉽게 피곤하다
□ 수면 부족으로 감정 조절이 잘 안 된다

 

아니요 0점 / 약간 1점 / 보통 2점 / 매우 3점으로 점수를 매겨 이를 합산 해본다. 1~7점 심각하지 않은 상황, 약간의 안정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8~15점 약간의 수면장애가 의심되는 상황.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16~23점 수면장애로 일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계.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 24점 이상 심각한 수면장애로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Step 1. 설문지 작성

불면증으로 수면 전문 클리닉을 찾게 될 경우 먼저 수면질환 설문지를 작성하게 된다. 이는 환자의 수면패턴을 살펴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인데 잠들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잠에서 깨는 빈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 불면증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기존 병력의 유무나 복용 중인 약 등 환자의 전반적인건강 상태에 대해 묻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문제점을 찾기 위해 수면의 양이나 리듬 등 자신의 수면 습관을 주기적으로 기록하는 수면 일지를 쓰기도 한다.

 

Step 2. 의사의 진찰

수면질환 설문지를 참고해 의사는 본격적으로 환자의 불면증 특성을 파악한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원인이나 지속 기간, 수면제 복용 여부 등이 다르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에따라 검사 방법이나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 불면증의 원인이 우울증, 불안증과 같은 정신적 어려움에 기인한 것인지, 단순히 잠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를 미리 추론하고 구체적인 검사를 실시한다.

 

Step 3. 수면다원 검사

수면에 관한 가장 기본적이고 종합적인 검사. 몸에 여러 가지 센서와 호흡 모니터, 코골이 마이크 등을 부착한 뒤 하룻밤을 자는 형식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뇌 기능 상태를 보여주는 뇌파 검사, 눈 움직임을 보기 위한 안전도 검사, 근육 상태를 알기 위한 근전도 검사, 심장 리듬을 보기 위한 심전도 검사 등 수면 중 일어나는 몸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관찰한다. 모든 불면증 환자에게 시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가 50세 이상이거나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몽유병 등 기타 다른 수면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을 때 시행한다.

 

Step 3-1. 고밀도뇌파 검사

불면증은 뇌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잠을 자야 할 시간임에도 깨어 있을 때 나오는 빠른 뇌파가 많이 관찰된다. 뇌의 지나친 각성이나 기질적 이상이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머리에 뇌파 전극을 붙인 뒤 뇌의 각 부위의 활성도를 측정하고 어느 부위의 기능이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수면다원 검사와 고밀도뇌파 검사를 함께 실시할 수 있다.

 

Step 4. 약물치료

불면증 치료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눌 수 있다. 만일 그 원인이 호르몬이나 신경계 이상이라면 벤조디아제핀 등의 수면제와 함께 진정제, 항우울제 등의 약물 처방이 불가피하다. 약물은 신속한 효과를 보이긴 하지만 내성과 의존성, 금단증상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수면제는 깨어 있는 뇌세포를 강제로 잠재우는 역할을 해 기억력, 판단력, 집중력 등 중요한 기능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Step 4-1. 광치료

잠을 유도하는 수면 리듬이 늦게 찾아와 불면증을 겪는다면 자연광과 비슷한 빛을 내뿜는 장치를 사용해서 기상 직후 3,000룩스(Lux) 이상의 밝은 빛을 쐬는 광치료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치료를 2주일 이상 반복하면 몸의 생체리듬을 정상화해 수면 장애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밝은 빛에 노출되면 기분이 좋아져 특히 우울증을 동반한 불면증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Step 4-2. 인지· 행동치료

불면증의 원인이 정신적 어려움이 아니라면 수면 전문의는 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인지치료와 잠에 방해되는 행동을 바로잡는 행동치료로 불면증을 치료한다. 인지치료는 상담을 통해 수면과 관련된 비합리적인 생각들, 예컨대 반드시 몇 시에 잠을 자야 한다거나, 밤에 잠을 못 잤으니 낮잠으로 보충해야 한다는 식의 강박에서 벗어나게 한다. 행동치료는 침대에서 TV를 보거나 책 읽는 행위를 금할 것, 침대에 누웠는데 2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다른 곳에 가서 활동하다 다시 침대로 돌아올 것, 매일 아침마다 같은 시각에 일어날 것, 낮잠은 피할 것, 따뜻한 물에서 몸을 이완시킬 것 등 잠을 유도하는 행동을 습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두 가지 치료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수면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치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며, 재발도 잘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면증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신홍범 원장(사진)

신홍범 원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국제수면 전문의 자격을 갖췄다.<기면증, 졸음에 대한 모든 것>을 비롯해 2권의 수면 관련 책을 집필했으며 현재 대한수면의학회 보험이사, 서울대병원 겸임교수로 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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