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조언 - 사돈 그 존재의 껄끄러움

기사 요약글

<명심보감> 치가 편에 의하면 ‘혼인의 일에 재물을 논함은 오랑캐의 도’라고 한다.

기사 내용

그러나 사실 우리 나라에서 결혼을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2012년)의 조사에 의하면 평균 결혼 비용은 2억8백8만원. 그중 집값이 1억4 천만원, 결혼식과 신혼여행에 2천4백만원, 혼수 마련에 4천2백만원 이 든다. 사랑의 열병에 눈이 먼 한 커플이 ‘혼인’이란 관을 열고 들어가, ‘자식’이란 못을 관뚜껑에 박을 준비를 하는 데만 2억이 든다는 말. 게다가 그 돈이 누구의 주머니 에서 나오는가? 신랑, 신부의 부모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신랑과 신부의 부모님들, 즉 예비 사돈은 서로 생판‘남’ 이라는 거다. 자식들은 서로 죽고 못 살아 결혼을 하겠다고 들고 일어섰지만, 부모 입장에선 처음 보는 사람과 2억이란 비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을 준비하는 여러 사람들이 결국 오랑캐나 하는 짓에 열중하게 되는 거다.양측이 만나 오랑캐의 도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준비한 첫 번째 자리를 우리는 ‘상견례’라 부른다. 보통 이 상견례에서 앞으로 결혼을 진행하면서 서로 비용을 얼마나 부담할지에 대한 눈치 싸움이 시작되고, 서로의 체면과 헛된 자존심에서 시작된 예비 사돈 간의 치킨게임은 상당수의 커플을 파혼의 길로 인도한다. 그 길을 피하고 내 자식의 결혼식에 꽃가루를 뿌려주고 싶다면 미리 상대방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도대체 오랑캐들의 어떤 횡포가 결혼을 파탄으로 이끄는지 알아보자.

 

 

‘특권 의식’에 중독된 ‘자칭’ 사회 지도층 인사

“상견례 전에 딸에게 사돈네가 부자란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상견례가 끝날 무렵, 안사돈에게 봉투를 전달받았을 땐 좀 놀랐네요. 봉투 안엔 예단 목록과 그 예단을 받을 사람 목록, 그리고 예단 구입비까지 들어있더라고요. 저희더러 아무 준비도 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몸만 오면 된다고 하는데, 그 아무것도 할 필요 없다는 말이 더 무섭네요. 왠지 그 돈에 딸을 파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죠. 게다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해 갔다가 나중에 내 딸이 무시당할 것 같기도 하고.”

 

사돈의 증상
현재 지위와 보유 재산으로 봤을 때, 자신은 일반인들과 다른 계급의 사람이라고 믿는다. 즉, 생각하는 기준 자체가 일반인과 다르다. 현재 지위를 고려했을 때 ‘내 자식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결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그러니 너희들은 나를 따르라.’

이 결혼을 포기해야 할 순간
사돈이 결혼에서 비용을 얼마나 쓰느냐는 별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돈에게 돈이 아니라 ‘싸가지’ 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만약 사돈이 거지에게 적선하듯 ‘결혼 자금’을 하사하는 것 같다면 일찌 감치 이 결혼은 접어라. 내 자식이 사돈집에서 ‘종살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네 자식의 결혼을 허락하라

재산이 많은 쪽의 돈은 쓰면 반드시 그 영향을 받는다. 그래도 내 자식이 이 결혼을 선택하겠다면 그냥 믿고 기다리자.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것보다 사돈이 알아서 내 자식을 인정할 시간이 필요하다. 자식의 결혼생활을 걱정할 순 있어도, 결혼에 대해 간섭하는건 자식의 인생을 빼앗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중대사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몇 년 살아보고 나서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며‘부모님 말씀 들을 걸’이라는 후회를 할 수 있겠지만.

 

 

상견례 뒷담화를 방지하는 기본 에티켓

  1. 1“그 양반은 어떻게 상견례 장소에 레깅스 치마를 입고 올 생각을 했지?” 상대방 사돈보다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사람이 옷을 입을 땐 기본적으로 ‘TPO(시간, 장소, 목적)’라는 걸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상견례를 갈때 남성은 무난한 정장, 여성은 예비 신부보다 화려하지 않은 선에서 잘 어울리는 옷이면 충분하다.
  2. 2“내 자식이 어때서 ‘잘 키워주셔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 하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칭찬’은 후해도 돈이 안 드는데 아끼면 ‘빚’은 된다. 예비 사돈네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 자식 잘 컸다는 칭찬을 받고도 입을 싹 닦으면 그게 다 마음의 빚이다. 칭찬 한마디를 들으면 두 마디로 갚아줘라. 아니, 먼저 칭찬을 해줘라.
  3. 3“정말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건지,아니면 우리 집이 맘에 들지 않는 건지?” 상견례도 신경 쓸 일이 여럿 있다. 장소선정, 음식값 계산 같은 문제. 하지만 우린 어른이다. 어른의 아량을 보여라. 그냥 예비 신랑, 신부에게 맡겨라. 예비커플들이 결혼에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문제까지 어른의 눈치를 봐야 하나? 상견례 장소가 정해지면 가서 그냥 ‘웃어라’.>
  4. 4“사돈댁이 너무 말이 많네. 상견례 자리에서 결혼식 마무리 지으려는 줄 알았네.” 상견례 자리에서 너무 많은 걸 얻으려고 하지 마라. 그냥 사돈 얼굴이나 익히고 온다고 생각해라.요즘은 상견례 자리가 불편하다고, 차만 마시거나 아예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자리에서 예물, 예단의 구체적인 비용까지 확답을 받으려는 자세야말로 ‘진상 사돈’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비교질과 자랑 심리에 중독된 ‘팔랑귀’

“사돈이 집값으로 1억을 내고, 저희는 예단비 천만원과 TV, 그리고 안사돈에게 250만원대 명품 백을 선물하기로 했죠. 그런데 얼마 뒤에 딸로부터 어이없는 얘기를 들었어요. 안사돈이 L이나 G에는 맘에 드는 디자인이 없으니 C 브랜드로 받고 싶다는 거예요. 그런데 알고 보니 디자인이 문제가 아니라 안사돈 친구들이 옆에서 ‘아들 보내면서 G와 L이 웬 말이냐? 적어도 C는 받아야 한다’고 부추겼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말을 바꾼 사돈도 어이가 없고, 그 친구들도 누군지 한 번 보고 싶대요.”

사돈의 증상
사람인 이상 누구나 주위 사람의 말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다. 주위 사람들의 말만 믿고 그냥 따라 하는 마음,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평생 자식을 키웠으니 이 정돈 괜찮겠지’란 보상 심리가 뒤섞이면 평범한 주부도 괴물이 된다.

이 결혼을 포기해야 할 순간
친구들 말에 혹한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주변 친척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혼수를 요구한다거나 혼수로 가져올 이불의 색깔, 소재, 공정 과정까지 읊기 시작하면 막장 시작이다. ‘예단 이불로 친환경 소재의 오가닉한 뉴질랜드의 모 브랜드 빨간색 이불을 가져오라’는 얘기가 나오면 상견례장을 박차고 나와도 좋다.

 

 

네 자식의 결혼을 허락하라

자식의 행복을 위해 부모가 형편에 맞지 않은 과도한 결혼 비용을 부담하는 건 미친 짓이다. 투자로 따지면 마치 1996년도에 ‘시티폰’ 관련 주식에 재산을 올인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의 노후 자금을 허물어 자식의 행복을 사줄 순 없다. 그러니 결혼 준비 예산 산출표를 작성하고, 혼수 품목을 세분화 해라. 그다음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혼수를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는 게 가장 좋다. ‘팔랑귀’라니까 당신의 설득이 분명 효과를 볼 수 있다.

꾸밈비의 진실
대한민국 결혼 문화에서 최고, 최악의 부끄러운 허례허식 중 하나. 경상도 어느 종갓집에서 새로 며느리를 들일 때 가문의 품위에 맞게 꾸며 입으라고 며느리 집안에 주는 돈이라는 ‘설’이 있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 원래 ‘꾸밈비’는 유흥업소에서 ‘성매매’ 여성이 새로운 업소에 취직할 때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선불로 받는 업소 지원금에서 나온 말이다. 그럼 이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꾸밈비’를 주는 것이 얼마나 웃긴 일인지 이해가 되려나?

 

 

결혼도 ‘장사’로 보는 ‘냉철한 사업가’

“사돈이 결혼 준비는 간단하게 하자며, 자신은 강남에 10억짜리 신혼집을 준비할 테니, 그에 맞춰 2억 만 마련하라고 하더라. 물론,신혼살림을 강남에서 시작한다는 건 좋은 일이지. 하지만 10억 집에 2억의 혼수면 이미 ‘간단한’ 결혼 준비가 아니잖아? 자식의 행복을 위해 준비를 해야겠지만 무리를 해도 그럴 형편이 못 되니, 미안한 마음에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사돈의 증상
결혼을 일종의 인수 합병이나 재테크로 생각한다. 즉, 상대방을 나와 자식을 나눠 갖는 ‘사돈’이 아니라 나와 재산을 나눠 갖는 ‘거래 대상’으로 본다. 주는 것이 확실한 만큼, 받는 것도 철저하다. 자선사업가도 아닌데 손해 보는 장사를 싫어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닐까?

이 결혼을 포기해야 할 순간
결혼에 큰돈이 드는 건 사실이니 꼼꼼하게 따져볼 순 있다. 그러나 집의 ‘명의’를 따지기 시작하거나 휘발성 재산(예단, 혼수 등)과 환금성 재산(집, 패물 등)을 구분하기 시작한다면, 이 결혼은 접는 게 옳다. 이런 걸 따진다는 뜻은 이미 상대방은 이혼할 의 재산 분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네 자식의 결혼을 허락하라

결혼을 부모인 내가 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 비용도 부모가 부담하려고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런 계산적인 기준이 생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결혼을 해야 한다면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형편에 맞는 혼수와 예단비를 산출한 뒤 다시 미팅 날짜를 잡아라. 단, 강남의 10억짜리 신혼집은 포기해라. 포기하면 편하다.

난 사돈 때문에 이런 일까지 했어
상견례 전 사돈에게 기죽기 싫은 마음으로 명품 렌털 숍에 가서 명품 백과 옷을 빌리는 것까진 이해한다. 그런데 집안 재력을 속이기 위해 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짜리 도곡동 타워팰리스로 단기 이사를 하는 건 좀 심하지 않을까?

기 싸움도 수준이 필요해
상견례가 정해진 뒤 시작되는 첫 힘겨루기가 바로 ‘장소 선정’이다. 양가의 위치를 고려해서 서로 손해 보지 않는 쪽으로 정해야 한다. 두 집안이 같은 도시에 산다면 양가의 가운데 위치한 동네. 도시가 다를 경우, 결혼식을 신부네 도시에서 한다면 상견례는 신랑네 도시에서 하는 게 좋다.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한 커플 매니저에 의하면, 상견례 장소가 사돈댁에서 10m 더 가까워서 자신이 손해 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넥타이 부대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예비신랑, 신부의 아버지들끼리 벌이는 암묵적 자존심 대결. 두 사돈 중 한쪽은 아직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른 쪽은 이미 은퇴를 한 상황에서 은퇴한 사돈이 상대방 집안에 기죽기 싫다는 이유로 결혼식 당일 ‘넥타이 부대’를 하객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아버지의 지인인 양 축의금을 전달하고 간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 중독된 ‘자식바보’

“상견례 전에 안사돈이 장장 2년간 제 딸을 반대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매일 제 딸에게 전화해서 ‘자기 아들을 만나지 마라’며 닦달했더군요, 심지어 ‘애 만들어서 발목 잡을 생각하지 마라’는 말까지 했다는 겁니다. 제 딸을 무슨 꽃뱀 취급한 거죠. 예비 사위가 워낙 바른 사람이라 상견례까지 하긴 했는데,그런 시어머니 밑에 곱게 자란 제 딸을 보내려니 걱정이네요.”

사돈의 증상
금이야 옥이야, 불면 날아갈까, 마른자리와 진자리를 갈아 뉘시며 키워주신 부모님 은혜가 태산과도 같지만 그 관심이 도를 넘으면 자식에 대한 애정이 자식의 배우자에 대한 질투로 이어진다. <사랑과 전쟁>에나 나올 법한 너저분한 삼각관계가 현실에서 펼쳐지게 된다.

이 결혼을 포기해야 할 순간
자식바보 ‘부모’가 키운 그 ‘자식’이 혹시 마마보이, 파파걸이라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가? 상견례란 결혼 준비의 시작이다.그런데 벌써 자식의 자식 계획부터 노후 부양 계획까지 거론하는 예비 사돈을 만났다면? 당신 자식은 잠자리 횟수까지도 사돈에게 보고하게 될 거다.

 

 

네 자식의 결혼을 허락하라

이 문제 해결의 모든 열쇠는 내 자식의 예비 ‘배우자’가 쥐고 있다.<사랑과 전쟁>만 해도 결국 고부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남편 아니었던가? 그(또는 그녀)의 균형 감각이 믿을 만하다면 큰 문제는 없다. 남자에게 ‘치질’과 ‘무좀’은 국민 질병인 것처럼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에게 중독된 상태니까.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 뭐, 자식이 웬수라고? 그래도 안 보면 보고 싶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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