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참견, 우리도 ‘윤식당’을 창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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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참견, 우리도 ‘윤식당’을 창업할 수 있을까?

기사 내용

기회의 보고, TV 속 창업 아이템 찾기

 

TV는 창업 아이템의 보고다. 수많은 인기 드라마에는 각종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협찬 광고를 하고 있다. 드라마<도깨비> 에서는‘비비큐 올리브카페’가 등장했다.‘써니’ 역을 맡은 유인나 씨가 운영하던 치킨집이 바로 비비큐 올리브카페다. 이곳은 웬만한 카페들도 울고 갈 정도로 세련된 인테리어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제로<도깨비> 방영 이후 비비큐 올리브카페 가맹점 문의가 크게 늘었다. 일반적인 치킨점 창업 희망자가 아니라 고상한 카페 창업을 희망하는 중산층의 문의가 적지 않았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서브웨이’도 요즘 드라마 협찬 장소로 자주 등장하는 브랜드다.<시카고 타자기> 를 비롯해서<귓속말><도깨비> 등 요즘 핫한 드라마들의 감초라고 해도 될 정도다. 심지어 모 드라마에서는“여기 왜 이렇게 장사가 잘돼”라는 대사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예비 창업자들의 주목을 끈<윤식당> 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협찬 브랜드들과는 전혀 다른 창업 정보를 줬다. 드라마에 나오는 수많은 배경 중 하나에 불과한‘창업’이‘주인공’으로 된 것이다.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왜 윤식당이 시선을 끌까?

 

높은 폐업률, 실패 위험성, 인건비 상승, 임대료 상승,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등‘창업’의 연관 검색어를 보면 희망보다는 부정적인 단어가 더 많다. 그런데 그렇게 격렬한 이미지를 가진 창업이 힐링을 만난 게 바로<윤식당> 이다. 파란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에서 욕심 없는 식당업의 일상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적당히 팔면 일찍 문 닫고 들어가고 저녁에는 장사하는 사람들끼리 휴양지를 배경으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손님이 몰려서 땀 흘릴 때조차 그들의 노동은 격무가 아니라 신성한 몸짓으로 보인다. 알바생 신구도, 음료와 서비스를 맡은 상무 이서진도 정중하면서 편안하다. 손님이 없어서 입간판을 손질하고 테이블 정리를 하며 손님을 기다릴 때조차도 아쉬운 게 아니라 느린 삶의 한순간이 조용히 머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드라마 속 PPL로 등장하던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달리‘꼭 성공해야지’라면서 주먹을 불끈 쥐지 않고 돈에 대한 욕심도 없다. 마치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정성껏 맞듯이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차분함, 고객이 만족해 할 때 누리는 잔잔한 기쁨, 바쁘게 노동할 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의 신성함이 느껴질 뿐이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1막 인생을 달려온 이들. 그들이 바라는 2막 인생에서 사업이란‘윤식당’이 보여주는 슬로 라이프가 아닐까? 그런데 창업 시장에서는, 2막 인생 앞에 선 중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죽기 살기로 덤벼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자영업 폐업률이 몇 프로인지 알아’‘손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다 사기꾼들이야’‘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네가 당해’ 우리는 윤식당에서 느낀 조용한 기쁨, 슬로 라이프와 결합하는 그런 창업을 할 수 있을까?

 

어디서 비슷한 사례를 찾을까?

 

일전에 필자의 사무실 인근 건물 지하에 3평짜리 분식점이 있었다. 그 분식점은 음식점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70대 노부부가‘일을 하지 않는 인생 2막은 너무 무료하다’며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들은 도전이 아니라 취미처럼 창업에 도전했다. 콩국수도 집에서 만들던 대로, 떡볶이도 엄마가 아이들에게 해주던 대로, 좋은 재료 쓰고 가족에게 먹이듯 음식을 제공했다. 자녀들은 모두 장성해서 외국에서 잘 살고 있었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그 노부부는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들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노년의 시간을 보냈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지도 않았다.
서울 강남에도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한식당이 있다. 가게 평수는 6평에서 7평 남짓 된다. 부부 모두 은행에 근무했으며 음식점 경력은 전혀 없다. 하지만 대학에서 가정학과를 나온 아내는 원래부터 음식 솜씨가 좋았다. 그 음식 솜씨로 매일 딱 한 가지 메뉴로 손님들을 맞는다. 나중에 1000원이 오르기는 했지만 6000원 하는 백반은 완전한 엄마표 식탁이다. 그 노부부에게 손님들은 모두 자녀가 되었다. 좁아터져서 점심시간이면 옴짝달싹하기 어려운 공간이었지만 손님들은 그 허름한 공간에서 가족의 사랑을 느꼈다. 인근에는 연예인 매니지먼트사가 많았는데 곧잘 유명 연예인들도 그 집을 찾곤 했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작은 주점도 외식업 경험이 전혀 없는 40대가 창업했다. 그는 약 1년 동안 창업 준비를 했고 그 과정을 모두 일기로 썼다. 체 게바라 사진이 많이 장식된 그 식당은 한국식 이자카야다. 메뉴는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작은 주방에서 오너 요리사가 정성껏 해주는 요리는 굳이 유명 호텔 셰프 출신이 만든 것이 아니어도 맛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뜨거운 불에서 조리한, 정성이 깃든 따뜻한 요리는 사실 뭐든지 맛있다.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기분으로 먹느냐에 따라 내 마음이 달라질 뿐이다. 종업원도 많지 않고 간판도 보일락 말락 달려 있고 가격도 싸지 않지만, 음식점 주인장이 자아내는 따뜻한 분위기는 단골을 만들고 입소문을 만들어,‘대박 가게’가 아니라‘지속 가능한 작은 주점’이 생존하는 비결이 된다.

 

얼마나 사업성이 있을까?

 

그렇다면 윤식당은 사업성이 있을까? 상품 전략에서만 볼 때 윤식당은 요즘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메뉴로 잘 구성돼 있다. 요즘 해외에서 뜨는 한식당들은 거의 퓨전이다.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한식당 메뉴는 국내 젊은 층에게도 어필한다. 요즘 외식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 교체다. 젊은 세대는 양식, 한식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음식에 열려 있다. 밥을 먹어야만 식사를 했다고 생각하는 중년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젊은 층도 한국인이라 중독성이 있는 한국식 메뉴, 한국식 음식을 더 즐긴다. 젊은 층은 반찬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반찬을 이것저것 먹는 게 귀찮다고 말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이들은 빵도 좋고 밥도 좋다고 한다. 밥 몇 번 먹으면 빵 생각이 절로 나는 세대다. 또한 기성세대보다 식사할 때 음료를 훨씬 많이 마신다. 젊은 세대가 즐기는 음식은 패스트푸드도 아니고 슬로푸드도 아니다.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진 음식을 선호한다. 윤식당의 메뉴도 그렇게 구성돼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윤식당은 주방에서 조리하기 간단한 메뉴를 선보이는 밥집이면서 카페이기도 하다. 많은사람이 꿈꾸는 창업 아이템이 커피숍이지만 매출에 한계가 있는 매장이 너무 많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분식점을 운영하려고 하면서도 카페를 꿈꾸는 사람이 많다. 윤식당은 돈을 벌 수 있는 실용성과 카페를 하고 싶은 자만심을 모두 만족시킨다.
가령 윤식당의 과일주스는 그곳이 그냥 밥집이 아니라 카페임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메뉴는 식사 대용이므로 밥집이다. 메뉴는 모두 건강하다. 불고기가 그렇고 불고기와 함께 제공하는 수북한 채소가 그렇고 그곳에서 파는 과일 음료들이 그렇다. 밥도 있고 빵도 있고 고객들은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방송에 나온 대로 조리 과정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미리 준비한 채소와 고기를 볶다가 소스를 붓기만 하면 된다. 원재료도 특별한 게 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불고기 소스도 마찬가지다. 다 알려진 조리법에 양파나 과일을 잘 혼합하면 얼마든지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방송에 나온 것처럼 주방과 음료 파트를 분리해서 음료 파트가 서빙과 음료 만드는 일을 맡으면 된다. 채소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고 불고기 맛이 핵심이므로 고기는 신경 써야 한다. 요즘 젊은 층에게 핫한 일본 가정식 요리점들과 메뉴 콘셉트가 비슷하다. 보통 이런 메뉴 구성이면 우동 같은 국물 메뉴가 하나쯤 들어갈 만한데 불고기버거가 있으니 밥집보다는 캐주얼 카페 같은 분위기에 더 잘 맞아 굳이 국물 메뉴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어떻게 현실에서 적용해볼까?

 

윤식당을 모델로 삼은 슬로 라이프를 누리는 창업이 되려면 작은 평형의 점포가 좋겠다. 실 평수로 10평 전후 매장이면 적당하다.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오르고 있고 직원들의 이직도 잦 으므로 부부가 함께하기를 권한다. 요리가 어렵지 않으니 당신이 오너 요리사가 되기를 권 한다. 음식 가격은 상권 입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6900원에서 8800원 사이가 적당할 것 같다. 가격에 따라서 고기 양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조금 저렴한 가격대로 책정했다면 식재료의 양을 조금씩 조절하라. 부지런히 움직이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식재료를 구매할 수 있다. 첫째도, 둘째도 가성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가성비는 무조건 싼 게 아니라 가격 대비 품질이라는 것을 명심한다. 버거는 빵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꼭 바게트를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약간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글루텐프리 바람이 불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식재료를 선택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음료는 객단가를 고려해서 변화를 줘야 할지도 모른다. 다만 인테리어는 너무 화려할 필요가 없다. 인테리어에 투자할 돈을 메뉴의 가성비에 투자하는 게 낫다. 인건비, 임대료 등의 비중을 낮추고 품질로 승부를 건다. 맛은 고객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자. 외적인 요소보다는 내적인 식당 콘셉트와 브랜드, 스토리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상권 입지는 사무실 밀집 지역이면 무방하다. 주택가도 승산이 있다. 단, 골목상권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SNS에 사진 올리기 좋아하는 젊은 여성들은 단골로 만들기 힘들다. 중장년층이 운영하는 매장에 크게 흥미를 못 느낄 수 있다. 오히려 핫한 업소가 없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곳이 더 유리하다. 골목상권은 요일별 매출 편차가 크고, 장사가 잘돼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한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웬만큼 해도 나보다 훨씬 잘하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은 곳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힐링이 깃든 슬로 라이프에 가까운 창업은 결국 투자비를 줄이고 위험성을 줄이고 욕심을 줄이고 그 대신 고객에게 더 많이 주고, 그들을 더 사랑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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