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기사 요약글

얼마 전 고령인 재벌 총수의 성매매가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기사 내용

도대체 남성의 성기능은 몇 세까지 가능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노익장? 아니면 주책?

“저 나이에 주책도 유분수지. 강 박사님, 제발 저 영감 성욕 좀 없애버리세요.”
70대 J씨 부부, 아내는 남편이 칠순을 넘은 나이에도 시도 때도 없이 성행위를 요구한다며 하소연했다. 이미 폐경기가 지난 지 20년, 남편의 성 충동을 다 받아들이기엔 아내로서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내가 이 나이에 건강하면 고마운 줄 알지. 딴 데 눈 안 돌리고 부부끼리 하자는데 왜 난리여.”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기능은 나이가 들면 다소 감퇴할 뿐이고 심각한 건강 문제가 없는 한 유지될 수 있다. 발기력을 도와주는 약도 없고 건강 상태나 영양 상태가 부실했던 과거에도 노익장을 과시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작가 괴테와<좁은 문>의 작가 앙드레 지드도 70대 백발이 되어서 정열적인 애정 행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설적인 록 밴드 롤링 스톤스의 보컬 믹 재거(72세)의 네번째 아내 멜라니 햄릭(29세)이 임신을 해서 내년에 출산한다고 하니 노익장은 끝이 없다. 이들은 유명 인사라서 회자되지만, 일반인도 나이 들어 상당한 성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고는 많다. 젊은 세대와 비교해 성생활 횟수나 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건강을 잘 돌본 사람의 절반 이상이 성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헤이데이>와 강동우성의학연구소에서 올해 연구했던 ‘대한민국 성인 남녀 성생활 보고서’의 내용을 훑어보면, 예전과 달라서 시선을 끄는 결과가 있다.
 

과거에는 젊은 성인일수록 성생활을 더 많이 하고, 나이가 들수록 성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30대나 60대나 성생활의 빈도가 비슷하고 부부 성생활은 월평균 2~3회 유지하고 있다는 제법 놀랄 만한 통계가 나왔다. 이는 개인화된 젊은이들이 예전에 비해 성생활을 덜하는 부분도 있지만, 60대 이후에도 청년, 중년에 못지않는 성생활 빈도를 보였다.

과거 국내의 한 보고에서도 60대 후반의 남성 중 성욕이 없다고 답한 경우는 20% 미만에 불과했다. 또한 미국의 조사를 보면 어떤 자극을 줘도 전혀 발기가 되지 않는 남성이 60대 16%, 70대 37%로, 노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성적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2016년 대한민국 성생활 연구’에서도 60대 이상에서 약간의 발기력 저하는 35.3%, 심각한 발기력 저하는 4.4%인데 반해, 여전히 발기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응답한 남성이 60.3%였다.

 

세상이 많이 바뀐 요즘에도 노년의 성생활을 주책이라고 여기는 것은 젊은 사람들의 오만과 텃세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물론 나이 들어 없던 성욕이 갑자기 생기고 이를 주체할 수 없다면 병적인 문제로 봐야 할 때도 있다. 평소에 성욕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과도한 성욕을 보인다면 조울병, 우울증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노인성 치매나 중풍 등으로 혈관성 치매를 겪는 노인이 갑자기 성욕이 상승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습관성 음주 때문에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욕이 생기는 경우가 있고, 충동을 억제하는 뇌의 전두엽이나 측두엽에 종양 등의 문제가 생겨도 그럴 수 있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다

우리 주위에는 40대 중반인데도 성욕이 거의 없고 성생활을 ‘연중행사’로 치른다는 사람이 많다. 최근 보도된 필자의 연구에서 한국 부부의 35.1%가 섹스리스다. 그런데 찬찬히 훑어보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대다수가 ‘남들도 그렇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자신의 성기능 저하를 합리화한다. 나이가 들면서 성기능이 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아예 성생활을 하지 않거나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이런 남성들은 대개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30대는 일주일에 몇 번, 50대는 몇 번’ 이런 식의 말이 있는데 이는 남들과 비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기는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다만, 실제 성생활 시 성기능이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고 성생활 빈도가 매우 적다면 심신의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성기능 감퇴는 노화뿐 아니라 질병, 약물복용, 술·담배, 부부 갈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 문제가 없는데도 성기능이 위축된다면 40대 중반 이후 흔히 나타나는 남성호르몬의 감퇴에 따른 갱년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범일 수도 있다. 성기능은 되면 확실히 되고 안 되면 아예 안 되는‘모 아니면 도’의 문제가 아니다.

‘80대 노인이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섹스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틀린 얘기는 아니다. 비록 젊을 때처럼 100점은 아니더라도 70점만 되면 성행위는 가능한데 스스로 위축되는 남성들이 많다. 이들은 100점 이외엔 행복할 수 없다는 불필요한 완벽주의에 빠진 경우다. 인간은 누구나 20~30대를 정점으로 노화 과정에 들어가고 성기능도 마찬가지다. 노화라는 변화가 찾아왔을 때 모든 게 불가능할 것이라며 스스로 위축될 필요는 없다. 성기능 개선을 위해 생활 습관을 바꾸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하고, 며칠 해보고 별 반응이 없어서 쉽게 포기하는 게 문제다.

술, 담배 끊고 몇 주 운동한다고 건강이 금세 좋아질 수 있을까. 성기능의 부실은 건강이 악화되는 시점에 비교적 일찍 나타나고, 건강이 되돌아올 때는 제일 나중에 회복된다. 그래서 성기능 개선을 위한 노력은 꾸준함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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