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명사 - 명사 부부 편

기사 요약글

세월이라는 큰 강물 위, 한 배에 올라 같은 분야에서 일하며 함께 노 저어 나아가는 아름다운 부부 다섯 쌍

기사 내용

국회의원 길정우, 국립중앙의료원장 안명옥 부부

국회의원길정우(夫)
감정이 이토록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존경이 없는 사랑은 오래가지 못해요. 할 수 있는 한 존중하고 배려하며 남은 생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장안명옥(婦)
다름을 인정하고 사고의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야말로 결혼 생활의 핵심인 것 같아요. 늘 같은 생각을 하며 살 수는 없지만 같은 파도를 탈 수 있으면 됩니다.

 

셰프 스스무 요나구니, 푸드 아티스트 오정미 부부

셰프스스무 요나구니(夫)
아름다운 것을 볼 줄 알고 요리를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아내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제 요리의 영감이자 원천이죠.

푸드 아티스트오정미(婦)
요즘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고들 하는데 음식 만드는 남편이 마냥 멋져 보이진 않아요. 제겐 접시에 담긴 고단함까지 보이거든요. 오히려 남편이 자질구레한 고민을 겪는 제게 보헤미안처럼 자유로운 생각들을 툭툭 던져줄 때 정말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건축가 임형남, 건축가 노은주 부부

건축가임형남(夫)
좋은 건축에 대한 생각이 잘 맞았어요. 이 사람이라면 함께 좋은 집을 지으며 살아갈 수 있겠구나, 제가 먼저 알아보았지요.

건축가노은주(婦)
아이디어가 많고 재미있는 남편은 항상 절 웃게 합니다. 하지만 성실함이야말로 가장 놀라운 부 분이에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존경스럽고 무엇 보다 큰 자극이 됩니다.

 

의학 칼럼니스트 홍혜걸, 의학박사 여에스더 부부

의학박사여에스더(婦)
어릴 적엔 의과대학 나온 남자는 사귀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태어나도 이 듬직한 남자를 만나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건강과 의학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세계를 다루고 있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지고 든든하다는 걸 삶이 가르쳐주더라고요.

의학 칼럼니스트홍혜걸(夫)
아내가 드라마에 심취하는 모습이 처음엔 낯설었어요. 지금은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즐거운 취미가 되었죠. 부부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공유하고 공감하는 분명한 스트레스 환기 비책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미디언 윤형빈, 코미디언 정경미 부부

코미디언정경미(婦)
너무 좋은데 눈물이 나는 거, 경험해본 적 있으세요? 어느 날인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데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 사람이 내 사람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싶었지요.

코미디언윤형빈(夫)
아들 준이가 태어난 뒤에 세상이 달라졌어요. 힘들지만 엄마 역할을 멋지게 해내는 아내를 바라보며 더 큰 존경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 표현도 잘 안 하는 타입인데 아이를 보고 있으면 감정이 춤을 춰요. 이 놀라운 변화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길정우와 국립중앙의료원장 안명옥 부부

주파수가 맞는다는 것
국회의원 길정우와 국립중앙의료원장 안명옥 부부

남편이 갑자기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아내를 향해 소리쳤다. “여보, 그러고 보니 올해가 우리 결혼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예요. 나와 함께해줘서 너무나 고마워요!”

10년 전,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그야말로 뉴스였다. 외교관과 언론인, 경영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길정우 의원과 대학교수, 의사, 사회운동가와 정치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해온 안명옥 원장, 존경받는 두 인사의 결합이었고 둘 다 재혼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결혼 전 15년 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서로를 지켜본 세월이 사반세기네요. 아내가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져서가 아니라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태도와 균형 잡힌 시각, 바로 그것에 반했지요.” 남편의 고백에 아내는 들꽃같이 예쁜 미소를 짓는다. “주파수가 맞는 사람이랄까요? 삶을 아름답게 보려는 낙관적인 태도를 가진 남편과 함께할 수 있어 고맙고 행복해요.” 부부는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중에서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기다리고 즐긴다. “어떤 주제로 얘기하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요. 남편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어우러져 지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상대예요.” 어느덧 눈만 마주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금방 알아차리고“이거지?”“응, 바로 그거야!” 맞장구를 치며 웃는다니, 이 부부의 뜨거운 사랑가에 슬금슬금 질투가 날 정도다.

 

셰프 스스무 요나구니와 푸드 아티스트 오정미 부부

그래서 우리가 함께인 것이다
셰프 스스무 요나구니와 푸드 아티스트 오정미 부부

“1999년 결혼식을 올렸지만 우리는 한참 전에 뉴욕에서 만나 함께 살았어요.” 1세대 푸드 아티스트 오정미는 단지 일본 사람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던 친정엄마가 못내 아쉬웠을 것이다. “어머니 세대를 이해하기에 억지로 설득시키고 싶진 않았어요. 스스무 씨의 성품이 좋다는 건 알아주셨으니까요.”

그녀는 ‘평생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주겠다’며 다가왔던 띠동갑 일본인 요리사와 20여 년을 함께하고 있다. 예술적인 요리를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명성을 쌓아온 스스무 셰프는 미술을 전공한 아내를 만나 함께 요리하고 동시에 비즈니스 파트너로 일하며 한국에서의 일상을 즐기고 사랑한다.

“아내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에요. 음식을 이해하고, 고객과 소통하면서 비즈니스를 이끌 줄 아는 사람이어서 더욱 고마운 존재죠.” 광화문에서 레스토랑‘오키친(Okitchen)’을 운영 중인 부부는 다툴 일조차 없다.“우리는 레스토랑 운영을 일이 아닌 인생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습니다. 멋지게 보이기보단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우리가 함께 있는 것입니다.”

 

건축가 임형남과 건축가 노은주 부부

삶이라는 집을 함께 지으며
건축가 임형남과 건축가 노은주 부부

결혼한 뒤‘가온건축’을 열어 함께 일을 해왔으니 벌써 17년이 됐다. 서로의 결정에 대해 토를 달거나 탓을 하지 않고, 되도록 빨리 결정한 뒤 공동 책임을 지는 것이 함께 일하는 부부의 원칙.

“노 소장은 집중력이 높아서 일을 금방, 그것도 멋지게 해냅니다. 건축주들이 무서워할 정도로 똑 부러지고 명쾌한 사람이지요.”

“임 소장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의 보고예요. 한편으로는 매일 꾸준히 노력하는 성실한 사람이지요. 시간을 정해서 매일 드로잉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듣고 보니 서로의 장점을 높이 사고 부족한 점을 메꿔주는 완벽한 콤비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함께 해낸 일들은 그야말로 한국 건축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도산서당의 철학적 개념을 현대적으로 풀어내 한국공간디자인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금산주택’ 등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깃든 집들을 짓고 있다.

“저희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진짜 집을 짓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에요. 앞으로도 부동산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을 꿈꾸는 분들에게 몸에 맞는 집을 지어드리고 싶습니다.”

 

의학 칼럼니스트 홍혜걸과 의학박사 여에스더 부부

다시 태어나도 당신 곁에서
의학 칼럼니스트 홍혜걸과 의학박사 여에스더 부부

결혼 전 여자는 500미터를 걷는 것도 싫어했다. 그런 그녀가 아이들을 낳은 뒤 남편 손에 이끌려 양재천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5분 걷는 것도 힘들었는데 15년 넘게 매일 한 시간씩 걷다 보니 산책은 부부에게 가장 행복한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

남자는 의대 시절부터 한 여자 선배를 마음에 품었다. 하지만 여자는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고 도서관만 오갔다. 그녀가 레지던트이던 시절에 후배 인턴으로 잠깐 스친 것이 인연의 전부였다. 그러다가 남자가 군대에서 허리를 다친 뒤 새롭게 선택한 의학 전문기자를 하며 그녀와 우연히 다시 만났다.

프레스센터 꼭대기 커피숍이 문 닫을 때까지 둘만의 이야기를 쏟아 냈다. 시청역에서 헤어지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3주 만에 프러포즈를 했고 이후 21년을 함께하고 있다. 의학 칼럼니스트 홍혜걸은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결혼하겠다는 아내에게 질색하듯 손을 내저으면서도, 내일 죽더라도 후회 없이 함께 살아줘 고맙다는 말을 넌지시 보탰다.

 

코미디언 윤형빈과 코미디언 정경미 부부

너는 나의 웃음이다
코미디언 윤형빈과 코미디언 정경미 부부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봐 걱정하시는 PD님과 면담을 하는데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둘 중 한 명이 그만둬야 한다면 제가 나가겠습니다. 아, 남자다 싶었지요.” 그뿐이랴. 윤형빈은 코너가 끝날 때마다 “정경미 포에버!”를 목청 터져라 외치며 전 국민 앞에서 사랑을 고백할 줄 아는 상남자였으니, 둘은 8년의 공개 연애 끝에 지난 2013년 드디어 부부가 됐다. 정경미는 뭔가 해낼 것 같은 눈빛을 가진 윤형빈을 한눈에 알아봤고, 윤형빈은 우스꽝스런 분장 아래 감추어진 정경미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렸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웃음을 만드는 일’을 함께한다는 끈끈한 동료애가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들었다.

이제는 서로를 향한 인정과 존경이 큰 힘이 되어준다. “아내의 개그는 저보다 한 수 위예요. 혼자 코너를 짜서 이끌어갈 정도로 아이디어가 좋고 센스도 있고 연기력도 뛰어나지요. 한편으론 남편의 꿈을 지지해주는 속 깊은 아내이기도 하고요.” 윤형빈이 격투기 선수로 변신해 통쾌한 KO 승을 거두며 대한민국 남자들을 열광시킬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이름을 딴 극장을 열어 새로운 공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아내의 응원과 지지 덕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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