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손주 맡기는 자식들, 어떡하죠?

기사 요약글

A씨 부부는 요즘 손주 2명을 돌보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혼한 딸과 아들이 ‘조부모찬스’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참다 못한 A씨 부부는 오늘 딸과 아들 부부를 소집했다.

기사 내용

 

 

코로나19 여파로 회식과 모임이 줄어든 대신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가족이 화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한편으로는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각자의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일정 시간 떨어져 있던 배우자, 자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이 쌓인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집콕이 불러온 가족의 가치와 변화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시점이다.

 

아들과 딸을 모두 결혼시킨 후 오붓하게 노후를 즐기고 있던 A씨 부부는 코로나19로 계획에 없던 황혼 육아를 하고 있다. 손주들이 다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기약없는 휴원에 들어가면서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딸이 SOS를 청했기 때문. 그러나 대책없이 길어지는 황혼 육아 탓에 몸은 말이 아니고, 이제 ‘당연히 부모님이 돌봐주시겠지’ 하는 태도가 영 마뜩찮다. 

 

 

CASE 애들 언제까지 우리한테 맡겨놓을거니?

 

 

남편: “벌써 3달째다. 언제까지 아이들 우리한테 맡겨놓고 지낼거니? 네 엄마는 애들 챙기느라 정신 없고, 괜한 잔소리만 늘었다. 집안에 먼지 날린다, 손소독했냐, 애들 깬다. 말도 못하게 해. 알다시피 요즘 집안일은 다 내 차지고. 네 엄마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물리치료 다니고 있는 거 알지?” 
아내: “그래. 너희들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의견 좀 듣자. 한 달만 맡아달라고 해서 ‘그러마’ 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어떤 계획이 있니?”  
딸: “나도 힘들어요. 가족돌봄휴가, 재택근무기간도 다 끝났고, 직장 사람에게 계속 피해주고 싶지 않아 당분간 아이 좀 맡아달라고 부탁드린건데… 회사 관두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요. 경력단절 5년 만에 재취업 기회를 겨우 가진 건데 1년도 안돼 또 퇴사를 고민하는 제 입장은 어떻겠어요?” 
아들: “(자기 아내를 쳐다보면서) 당신이 이야기 좀 해봐. 어쩔거야?”  
며느리: “(자기 남편을 향해서) 나 혼자 애 키워? 나에게 물어보면 어떻게 해? 이 사태를 내가 만들었냐고?”  
사위: “아이를 유치원 보내고 싶어도 ‘다른 애들 안 오는데 왜 나만 가냐? 친구가 없어 심심하다’고 이렇게 생떼를 쓰니 시간이 길어졌네요.”

 

 

위 대화를 보면 고충이 깊어지고 가족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편과 아내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 시누이와 올케 사이에서 드러나는 감정마찰이 불안불안하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아내의 건강을 생각해서 아이를 더 이상 맡을 수 없다고 했고, 자녀 입장에서는 ‘그럼 어쩌란 말이냐’고 말하고 싶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한 채 부모님의 의견이 서운하기만 하다. 타협점을 찾기 힘든 문제를 두고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 바로 이때 필요한 것이 가족회의다.

 

 

 

 

가족회의를 거창하게 생각하고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가족회의는 가족구성원의 생각이나 의견을 잘 들어보는 일이다. 단순히 모여서 하는 대화와는 달리 가족이 다 함께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족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면 미리 준비하고 유념해야할 것이 있다.  

 

첫째, 사전 공지다. 논의할 안건을 사전에 공지해 가족들이 회의 전에 생각해보고 올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원활하게 회의를 할 수 있다. 

둘째, 가족회의가 심판의 장이 되면 오히려 불만이 생겨 갈등관계로 번질 수 있으므로 가족구성원을 몰아붙이는 지적이나 비난 섞인 대화는 피한다. 

셋째, 각자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자기 생각과 의견을 말하되, 들을 때는 상대 말을 듣고 반박하지 않고 공감하거나 서로 감사함과 미안함 등을 전한다. 

 

 

Solution 서로 의견을 들어보자

 

 

남편: “며칠 전 내가 단톡방에 공지했듯 오늘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는 벌써 세 달째 우리가 손주를 돌보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에 대한 부분이다. 각자 허심탄회하게 생각과 의견, 계획을 공유했으면 좋겠어.”
아내: “그래. 너희들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의견 좀 듣자. 엄마가 무리했는지 손목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일주일에 두 번 물리치료 받으라고 해서 치료받고 있어. 우리는 너희들 의견을 듣고 함께 좋은 쪽으로 방법을 찾아가려고 해”  
딸: “엄마, 아빠. 많이 힘드시죠? 제가 육아도우미를 못 구해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을 때, 흔쾌히 아이 데려오라고 했을 때 정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 컸어요. 가족회의한다는 단톡방 보고 며칠 동안 우리 부부 생각 많이 하고 반성했어요. 부모님께 의지만 하고 신경을 미쳐 못쓴 것 같아요.”
사위: “어머님. 아버님. 감사합니다. 저희가 서로 잘 상의해서 부모님 신경쓰이지 않게 잘 돌보도록 노력할게요. 일단 회사에서 쓸 수 있는 휴가가 더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아들: “사실 아버지가 보내신 공지 보고 생각이 많았어요. 죄송해서 할 말이 없네요. 애 엄마와 상의해 봤는데 회사에 알아보니 제가 재택근무 신청을 할 수 있어 다음달부터 유치원 보내면서 제가 집에서 돌볼 수 있을 거 같아요. ”  
며느리: ”저도 생각을 해봤는데요. 우리 힘든 것만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이달까지는 퇴근 후에 매일 들려서 제가 아이들 씻기고 밥 먹이고 재우도록 할게요.” 
A씨 부부: “그래.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구나. 고맙다. 오늘 이렇게 너희들 이야기를 들으니 그간 서운한 마음이 풀리는구나. 서로 협력해서 이 고비를 잘 넘겨보자!” 

 

 

학교에는 학급회의, 회사에는 부서회의 등 여러 종류의 회의가 있듯이 어떤 조직이든 회의는 필수적이다. 가정에서도 가족 구성원 간의 원만한 이해와 타협을 위해 가족회의가 필요하다. 가족회의는 완벽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문제로 인해 생겨난 가족간 감정의 균열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과 표현, 친밀성과 자율성의 균형이 중요하다. 가족 구성원 간의 분리와 연결성이 조화로울 때 건강한 가족으로서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는 요즘, 가족 내 미묘한 갈등이 있다면 가족회의를 열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회의를 열기로 했다면 다음을 기억하자. 

 

첫째,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거나 강요하지 말 것. 

둘째, 다른 사람 말을 끊거나 비판하지 말 것. 

셋째, 발언권은 골고루, 가족 구성원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게 할 것. 

 

 

 

 

기획 서희라 김숙기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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