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엄마를 위해 뭉쳤다! '장금자 프로젝트'

기사 요약글

건강한 집밥 만들기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아들은 공간을 찾고 딸은 기획력을 더하고 아빠는 목공 기술을 보태 엄마의 아지트를 완성했다. 이름하여 '금자네 작은 부엌'.

기사 내용

 

 

 

'금자네 작은 부엌'을 소개합니다

 

 

홍제동에 위치한 좁은 골목길. 오래된 가게 사이로 유독 앳된 모습을 띠고 있는 '금자네 부엌'에서 갓 지은 구수한 밥 냄새가 폴폴 풍긴다. 일주일에 세 번, 장금자 씨는 사람들을 초대해 직접 담근 장으로 맛을 낸 건강식 집밥을 제공한다. 한 끼 비용은 한 사람당 25000원. 사전예약한 사람만 초대받을 수 있는 이곳은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우 수가 3000명이 넘을 정도로 SNS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지금 예약하면 두 달은 기다려야 금자 씨의 집밥을 먹을 수 있다.

 

"현재 4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는데, 제 밥을 그렇게까지 기다리면서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긴 해요(웃음). 그래도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좋아해주면 그동안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어요.

 

저한테 음식을 배우고 싶다는 분들도 계시고, 직접 만든 된장을 사고 싶다는 분들도 계세요. 덕분에 끊임없이 음식 공부를 하게 돼요. 제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게 요리이니까 찾아오는 분들에게 계속해서 음식으로 보답해야 하는 거죠."

 

 

 

 

금자네 부엌 탄생 비화

 

 

오랜 세월 울산에서 살다가 자식을 따라 서울에 온 그녀는 처음부터 음식을 잘했던 건 아니었다. 결혼 후 가정주부로 자연스레 자식 농사에 힘쓰면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시작점이다. 가족들을 위해 '건강한 집밥'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고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점점 일취월장해 서울로 오기 전까지 동네에서 제법 이름 난 작은 식당을 운영할 정도로 깊어졌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그녀의 요리 실력을 무르익게 한 셈이다. 

 

그러다 금자네 부엌을 열게 된 건 서울로 온 후 3년 동안의 무료한 시간이 계기가 되었다. 먹먹한 시간을 요리 공부로 채워가는 걸 보게 된 자식들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바로 장금자만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 마음껏 음식을 만들 수 있고 누구든 초대해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공간, 금자네 부엌은 그렇게 문을 열게 됐다.

 

"제 이름을 건 공간은 처음이에요. 아무래도 이곳에 있으면 덜 심심해요. 예약 손님이 없을 땐 음식을 연구하고, 손님이 오는 날이면 음식 준비에 몰두하죠. 그래도 모든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어요. 제가 만든 집밥이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도 맞을지 걱정됐었거든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다들 좋아해주세요. 지난주에는 젊은 사람이 감사하다며 팁까지 주는데, 괜히 뿌듯하더라고요."

 

 

 

 

금자네 부엌으로 놀러 오세요

 

 

금자네 부엌에서 밥을 먹은 사람들은 그저 맛있었던 음식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뜻깊었던 ‘시간’으로 기억했다. 그래서 ‘맛있다’는 말보다 ‘정성스럽다’라는 말을 먼저하고, 한 끼를 ‘사 먹었다’가 아니라 ‘선물 받았다’, ‘잘 먹었다’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말을 한다. 한 끼를 통해 사람들은 힘을 얻고, 사람들의 반응에 장금자 씨도 힘을 얻는다. 

 

처음 본 사람들과 음식으로 소통하는 일에 행복을 느낀 그녀는 부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집밥+α'를 생각했다. 한 끼 식사 이상의 무언가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식사 교제도 나누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시작한 모임이 '건강클럽'이었고, 장금자 프로젝트의 첫 시작이었다. 

 

“건강의 기본은 음식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건강을 위해 건강한 음식을 먹고 건강과 관련된 책을 읽고 건강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이런 활동을 하는 모임이 건강클럽이에요. 음식을 통해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같았어요.”

 

최근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장금자 친구 클럽’으로, 50대 후반 이상의 사람들끼리 모여 생각을 나누고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이다. 요즘 취향 맞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지만, 중년들은 자신과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는 모임이 아닌, 취향과 꿈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모집한 것이다. 딸이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고를 올리고, 취향이 뚜렷하고 자신의 꿈을 품는 사람들을 추천받았다. 2020년 2월 5일, 6명의 엄마들이 모여 장금자 친구 클럽이 처음 문을 열었다.

 

“제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처음에는 본인의 이야기보다 남편 이야기, 자식 이야기가 주를 이뤘죠. 밥을 다 먹고 차를 마시면서는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제서야 본인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때 좋았던 건 그 꿈에 대해 누구 하나 질타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거예요. ‘무모하다’ ‘이미 늦었다’라고 말하지 않고, ‘멋지다’ ‘잘 할 수 있을 거다’라며 칭찬해줬죠.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면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장금자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 된장 스타트업 투자를 받으려고 정부 사업 과제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을 걸고 하나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연구한 그녀만의 된장 만드는 법을 배우고, 된장 관련 음식들을 만드는 요리 클래스도 열 계획이라고. 

 

장금자 프로젝트는 그녀에게 제2의 따옴표다. 평소에 따옴표 안에 차마 넣지 못한 것들을 넣을 수 있는 따옴표. 이렇게 그녀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녀에게 큰 영향을 미친 한 사람이 있으니,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Moses)’다. 지금도 그녀는 지갑에 모지스의 명언이 적힌 구깃구깃한 종이를 들고 다닌다.

 

“저는 항상 이 종이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나는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죠. 모지스는 75세 늦은 나이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세상을 떠난 101세까지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던 분이에요.

 

이분처럼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고 싶은 것들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워있는 나무에는 열매가 열리지 않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나이 드는 걸 자랑삼지 않고 나이 든 만큼 무언가를 내세울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사는 보람이 있으니까요.”

 

 

'당신의 인생을 책임지는 사람은 당신 자신이다. 도전하지 않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다. 꿈은 아이들만 꾸는 것이 아니다. 꿈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당장 실천하라. 그것이 장수의 비결이며 행복의 지름길이다.' -모지스(Moses)-

 

기획 우성민 사진 이대원(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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