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사람 있으면 카페 창업을 권하세요

기사 요약글

동네 카페 주인으로 2라운드를 시작한 전직 에디터의 카페 창업기 1탄.

기사 내용

 

 

 

“정말 미운 사람이 있다면 카페 한번 해보라고 권해보세요”

 

카페 주인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수다 떠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지금 커피를 내리고 있거나 혹은 카페를 창업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공감되는 위트다. 

많은 이들이 두 번째 인생의 스케치북에 카페 창업이라는 그림을 가볍게 그려보곤 한다. 1년 전 필자가 그랬다. 하지만 스케치북 속의 그림을 현실로 옮기기까지 겪은 시행착오와 노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올인’하지 않으면 금전적 손해를 보기 십상인 사업이 바로 카페 창업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든 인프라가 중요한데, 카페 창업의 핵심이자 기본 인프라는 장소·메뉴·인테리어다. 이 세 가지를 꼼꼼히 준비해놓지 않으면 창업 후에도 골치거리를 머리에 이고 지내야 한다. 카페 경험이 전혀 없다면 우선 자신의 컴퓨터에 3개의 폴더를 만들어 항목별로 자료를 모으길 권한다.

 

 

우선 장소부터 살펴보자

 

역세권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당연히 장사하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이런 목 좋은 곳은 당연히 임대료도 높고 경쟁이 치열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단돈 1500원에 아메리카노를 파는 비영리(?) 카페가 오픈한다. 자신의 가게 옆에 새 카페가 오픈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는 강심장이 아니라면 이런 곳에서 1년을 버티기가 어렵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자신이 거주하고 있거나 잘 아는 지역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다. 필자는 15년째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5분 거리의 동네 수퍼 자리에 카페를 열었다. 

처음부터 이 자리가 마음에 쏙 들었던 건 아니었다. 유동인구도 적고 주변에 자동차 공업사들 외에는 상가도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 또 다른 후보지는 유동인구가 많고 카페, 식당들이 몰려있는 곳이었다. 특히 깔끔한 신축 건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목 좋은 신축 건물 대신 허름한 동네 수퍼 자리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임대료가 절반 수준이었다.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 사장에게 높은 고정 비용은 너무 부담스러웠기 때문.

둘째 동네 수퍼는 친숙한 공간이라 타깃 고객을 예측하기가 쉬웠다동네 카페는 커피를 마시러 굳이 지하철역 근처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주민들에게 선물한다. 초등학교가 바로 앞에 있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엄마들끼리 커피 마시며 수다 떨기에도 딱이다.

이렇게 초기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본인이 잘 아는 지역에 카페를 차리는 것이야 말로 치열한 경쟁과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역세권이나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근처에 회사 사무실이 있는 곳은 대박의 기운이 넘치는 장소이다. 직장인들은 커피와 음료 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진성 단골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필자의 카페도 아파트 주민이 아닌 카페 근처의 오피스 직원들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팔아준다.

 

 

다음은 메뉴 선정이다

 

커피맛도 중요하지만 카페에는 커피 외에 스무디, 프라프치노, 에이드, 티, 라떼, 심지어 빙수까지, 수십 가지 메뉴들이 있다. 그리고 이 메뉴들은 하루 아침에 툭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집 음료는 커피든 뭐든 중간 이상이야.”

손님들로부터 최소한 이런 말을 들으려면 메뉴 교육을 해주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학원을 다닐 수도 있지만 ‘독선생(전문 컨설턴트)’을 추천한다. 스마트한 메뉴 선생님은 메뉴 선정과 레시피 전수뿐만 아니라, 카페 장비와 재료 선택, 심지어 인테리어 진행까지 도와준다.

메뉴 선생님의 메뉴 교육은 보통 3~4일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되며, 오픈 예정인 카페에서 현장 실습처럼 이뤄진다. 메뉴 교육비는 재료비를 제외하고 200만~300만원이 일반적. 얼핏 비싼 것 같지만,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카페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확실히 초보자에게는 도움이 된다. 특히 오픈 직후 2~3일 동안 어리둥절 헤매는 초보 카페 사장을 옆에서 도와주기 때문에 확실히 빨리 장사에 적응할 수 있다.   

 

 

메뉴 선생님은 네이버 카페 ‘프로페셔널 바리스타’와 같은 카페 주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말 실력 있고 믿을 만한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다. 행운이나 우연은 없다. 발품을 팔아 직접 실력을 확인해야 한다.

찜해 놓은 선생님으로부터 메뉴 교육을 받은 카페를 최소 두 곳 이상 직접 찾아가 커피와 음료 맛을 보고 선생님에 대한 평도 들어본다. 만족스럽지 않다면 과감히 다른 선생님을 알아보는 것이 낫다. 

필자 역시 1년 전 카페 창업을 도와 준 고마운 메뉴 선생님을 만나기 전, 에스프레소보다 더 쓴 시행착오를 겪었다. 커피머신 구입부터 메뉴 개발까지 저렴하게 해준다는 포털 광고를 믿고 찾아갔지만 그곳 선생님은 탬핑(Tamping, 바스켓 안에 담긴 분쇄 원두를 일정한 압력을 가해 다지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성의 없이 커피를 내렸다. 한참 망설이다가 결별을 선언했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날렸지만 그때 헤어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장비를 선택하고 구입할 차례

 

수백만원이 훨씬 넘는 에스프레소머신이나 그라인더를 초보 카페 주인이 선택할 수 있을까? 초보일수록 메뉴 선생님으로부터 무조건 조언을 받아야 한다.

아침 출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손님이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3그룹(에스프레소 추출구가 셋) 머신을 선택한다. 그렇지 않다면 2그룹 머신만으로도 충분하다. 에스프레소머신과 그라인더는 조금 비싸더라도 유명 브랜드의 최신 모델, 수동보다는 자동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제품들은 작동이 편해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고장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런 실용적인 정보들은 메뉴 선생님을 귀찮게 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사용 후기는 카페 주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종종 올아오는데 검색해서 참고하면 좋다.

또한 카페에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머신, 그라인더, 온수기, 냉장고, 냉동고, 쇼케이스 등은 거의 24시간 전원을 켜놓고 사용하는 제품들이다. 그만큼 고장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장비의 고장은 하루 장사를 망칠 수도 있으므로 보증기간과 AS 정책을 꼼꼼히 체크한다.

 

 

마지막으로 인테리어 공사가 남았다

 

카페 창업을 앞둔 많은 이들이 소꼽놀이 하듯 인테리어 공사를 최우선으로 두고 서두르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의 경험으로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장소를 정한 후 메뉴를 정하고 레시피 교육과 장비 선택 등을 하다보면 주방을 어떻게 설계할지, 기기 배치는 어떻게 할지, 홀 공간은 어떻게 꾸밀지 등 실제 카페 운영에 필요한 세부 사항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것들을 충분히 반영하려면 인테리어 공사는 뒤로 미룰수록 좋다.

인테리어 업체 선정도 매우 중요하다. 공사대금만 받고 인테리어를 100% 마무리 하지 않은 채 소위 ‘잠수 타는’ 업체들이 종종 있어 초보 사장님들을 울린다. 업체는 한 곳에서 오랫동안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거나, 아는 동네에 사무실이 있는 곳이면 믿을 만하다. 블로그에 올린 블링블링한 포트폴리오 사진의 유혹에 빠져 실체가 없는 업체를 선택해서는 절대 안 된다.

함께 일할 인테리어 업체가 선정되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카페의 톤과 컨셉트를 공유한다. 이를 위해서 평소 이미지 공유 사이트나 인테리어 블로그, 카페 등에서 공간별로 시안을 모아 정리해놓는다. 시안이 구체적일수록 인테리어 업체는 더 긴장감 있게 작업하기 마련이다.

 

 

본격적인 인테리어 시공 전 메뉴 선생님의 경험과 도움이 또 필요하다. 주방의 동선, 에스프레소머신, 냉장고, 냉동고, 제빙기 등의 위치 결정, 필요한 전력 산정과 전기 코드 위치, 상하수도 배관 등을 결정하려면 수많은 카페를 경험해본 메뉴 선생님의 노하우를 전수받아야 한다. 인테리어 업체가 놓칠 수 있는 세세한 부분들을 메뉴 선생님의 경험으로 채워나간다고 보면 된다. 

카페에는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장비들이 많아 승압 공사를 따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상하수도 배관 작업도 카페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팁이 필요하다. 물바다를 겪고 나서 후회하기보다는 배관 작업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것이 좋다.

가성비 좋은 장소를 선택하고, 친절한 메뉴 선생님을 만나 특급 레시피를 배웠다. 인테리어도 마음에 쏙 들게 빠졌다. 군생활 중 훈련소 시절이 가장 마음 편할 때이듯 카페 창업자에게는 오픈 준비할 때가 가장 즐겁고 신날 때이다. 하지만 카페 주인들은 안다. 전쟁은 지금부터라는 것을.

 

 

<카페 커뮤니티 100배 즐기기>

 

네이버 카페 ‘프로페셔널 바리스타’는 카페 주인, 업체, 교육기관 관계자들이 모이는 카페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멤버 수가 14만 명이 넘는 이 커뮤니티는 카페 교육, 기기 구입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카페 창업자에게 매우 유용하다.

이밖에도 원두 공급업체, 장비 판매업체 등이 운영하는 커뮤니티도 많이 있다. 커뮤니티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종업계 종사자들끼리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들어주는 힐링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다른 카페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메뉴나 트렌드를 배울 수 있어 좋다.

 


카페 창업 도전기 2편도 기대하세요!
다음 주제는 <카페 창업 성공 족보>입니다

 

 

기획 이인철 글 안용호(1년차 카페지기, 전직 에디터) 사진 이대원(스튜디오 텐)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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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실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해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카페 창업할 수 있는 노하우를 이렇게 알려주는 기사라니~ 알콩달콤 카페지기님 감사합니다. 카페가 아니더라도 다른 창업을 준비하더라도 꼭 봐야할 기사네요.~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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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눈동자
직접 경험한 분들의 노하우는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실패를 줄이는 요소이기도 합니다.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차린다 해도 요즘 살아 남기 힘들어요.성공하신 분들의 창업 도전기를 보면 괜히 더 힘이 납니다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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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
카페 창업의 좋은 아이디어 참 고맙네요~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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