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던 경단녀의 선택은? 글로벌 셀러!

기사 요약글

한때 잘나가던 그래픽 디자이너였지만 경단녀의 현실은 막막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온라인 창업.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보다 해외로 눈을 돌렸더니...

기사 내용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는 한국의 호미들

 

올해 초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한국의 전통 농기구인 호미가 원예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혁명적 제품’이라는 호평과 함께 단번에 화제의 아이템이 된 호미는 우리에겐 시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농기구지만 편평한 원예 삽을 사용해 가드닝을 하는 외국인에게는 엄청난 발견이었던 것. 아마존의 히트 아이템이 된 덕분에 경북 영주의 호미 대장간에서는 철 두드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 온라인 오픈 마켓이란?
국내의 지마켓, 11번가 같은 쇼핑몰처럼 개개의 판매자가 입점한 쇼핑몰이다. 글로벌 셀러가 활동하는 해외 온라인 오픈 마켓으로는 아마존(amazon)이 대표적이며, 동남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라자다(Lazada), 한국 직구족들에게도 익숙한 큐텐(Qoo10), 아시아 최대 쇼핑 플랫폼 티몰(Tmall), 중국 오픈 마켓 제이디닷컴(JD.com), 일본 최대 오픈 마켓 라쿠텐(Rakuten) 등이 있다. 각 쇼핑몰마다 언어는 물론 판매자 정책, 잘나가는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셀러가 되고 싶다면 자신이 들어가고 싶은 마켓을 꼼꼼하게 공부해야 한다. 

 

 

영어 한 마디 못했지만 잘나가는 글로벌 셀러가 되다

박연우 대표

 

육아 때문에 경단녀가 되었던 전직 그래픽 디자이너 박연우 대표는 글로벌 셀러 2년차.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나서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는 없었다. 여기저기 기획서와 제안서를 내보기도 하고, 온라인 쇼핑몰 창업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번번히 자본의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다 우연히 아마존의 글로벌 셀러에 대해 알게 됐고, 실패를 해도 손해는 없겠다는 생각에 미국 아마존에 판매자로 둥지를 틀었다. 주부로서의 안목이 해외에서도 통했을까?

글로벌 셀러가 된 지 세 달쯤 됐을 때 그녀가 판매하는 ‘매직싹싹 고무장갑’이 신제품 랭킹 1위에 오르며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이후 전동 구두솔인 ‘왕의 구두’가 두번째 히트 아이템이 되며 경단녀였던 그녀를 어엿한 글로벌 셀러로 안정 궤도에 올려놓았다. 

 

 

Q 아마존에 제품을 등록하기까지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어떤 상품을 판매할지 찾는 데만 2개월 정도 걸렸어요. 무엇을 팔지 결정한 후에 사업자등록을하고, 한 달 정도 아마존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전부 영어였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아요. 글로벌 셀러 온라인 카페에 다니면서 정보를 얻고, 관련 책을 많이 읽었어요. 주로 어떻게 상품을 올리고 배송하는지 기본적인 것을 공부했고 나머지는 부딪히면서 익혔습니다. 

 

Q 판매할 제품은 어떤 기준으로 골랐나요?

‘뭐 이런 것까지 팔아?’ 할 정도로 아마존에 없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상품 말고 기존에 없던 상품으로, 한국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걸 찾아봤어요.

그런데 아마존에서 판매하기 어려운 상품군이 있거든요. 배터리 들어간 전자제품은 폭발 위험이 있어서 어렵고, 먹는 거나 화장품처럼 피부에 직접 닿는 것도 굉장히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요.

이런저런 제품을 제외하고 제 관심사를 적용해보니 생활용품이 남더라고요. 현재 ‘매직싹싹 고무장갑’을 비롯해서 지금은 90여 가지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Q 창업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요?

우스갯소리로 노트북과 신용카드만 있으면 글로벌 셀러를 할 수 있다고 해요. 근데 그게 사실이더라고요. 저도 집에 있는 노트북 외에 따로 구입한 건 프린터기와 저울 정도라 초기 자본이 20만원 안팎이었어요. 나중에 잘 되면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이 있을 수 있지만 초기에는 정말 돈이 들지 않아요.

 

해외에서 오히려 더 잘팔리는 전동구두솔

 

Q 제품을 올린 지 두어달 만에 대박이 났다고요?

다른 제품은 반응이 다 미비했고 솔이 달린 ‘매직싹싹 고무장갑’이 많이 팔렸어요. 한국에서는 판매하고 있던 제품이었는데 아마존에는 없던 장갑이었죠. 한참 많이 팔릴 때는 하루에 200개씩 나가서 가족 모두가 택배 포장하기 바빴어요. 그리고 지금은 전동구두솔이 많이 나가요. 가격은 저렴하지 않지만 상품 자체가 정말 좋아서 상품평 보고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요. 

 

Q 매직싹싹 고무장갑이 대박이 난 이유가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안 팔려서 외국인에게 인기가 없나 보다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조금씩 판매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판매량이 급증했는데, 알고 보니까 아마존 내에 신제품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 거기에 나오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더라고요.

그러면서 구매한 사람들이 ‘사이즈가 다양했으면 좋겠다’ ‘설거지 할 때 그릇이 미끄러진다’ 이런 평을 남겼어요. 그걸 보고 업체 사장님한테 부탁해 보완한 제품을 올렸더니 더 잘 팔리더라고요. 그때 소소한 불만 글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잘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죠. 

 

Q 영어를 잘해야 상품 설명도 올리고 상품평도 볼 수 있지 않나요?

영어를 잘하면 설명을 더 잘 써서 빨리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아니니까 더 시간이 들어요.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썼는지 찾아보고 번역기 돌려보면서 단어를 고르고 골라 문장을 만드는 거죠.

영어 잘하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그 글을 샘플처럼 활용하기도 했어요. 처음 아마존에 물건 하나를 올리는 데 하루 종일 걸렸던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이 쌓이니까 요령도 생기고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하고 있어요. 뭐든지 공부하면 다 되는 것 같아요.

 

 

Q 재고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국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아마존에 올려서 판매가 되면 그때 제가 사서 배송을 하는 걸 리셀링이라고 해요. 처음엔 리셀링으로 시작해서 부담이 없었어요.

그런데 매직 싹싹이 많이 팔리면서 지금은 잘 나가는 몇가지 아이템을 미국 내 아마존 창고에 제품을 가져다 놓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요. 일종의 사입인데 아마존 창고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따로 사람을 두지 않아도 아마존에서 알아서 배송을 해줘요. 미국 내 다른 업체와 경쟁할 때 배송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그만큼 재고 부담이 있어요. 많이 갖다 놓을지, 적게 갖다 놓을지 전적으로 판매자에게 달렸는데, 처음에 잘 팔리겠다 생각한 제품을 놓고 전혀 팔리지 않아서 고스란히 제 부담이 된 아이템도 있어요. 

 

Q 같은 제품을 파는 판매자가 있지 않나요?

사전에 공급업체와 북미 아마존 판매는 독점한다고 약정을 맺었어요. 그래서 저랑 같은 물건을 파는 판매자는 없는데 비슷하게 다른 제품은 많아서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발굴해야 해요.

 

Q 글로벌 셀로로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자금이 바로바로 돌지 않는 점이에요. 판매가 되고 나서 아마존에서 돈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유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기다리는 시간이 좀 힘들어요. 그리고 아마존 창고에 제품을 많이 보내놨는데 팔리지 않아서 다시 빼올 때 돈이 많이 드는 것도 글로벌 셀러의 어려움이죠. 

 

Q 글로벌 셀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해외 배송 시스템을 잘 아는 게 중요해요. 직접 배송하면 아무래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대량으로 아마존 창고에 가져다 놓으면 배송비를 줄일 수 있죠. 하지만 반품이 쉬워서 자칫하면 대량으로 손실이 날 확률도 커요.

또 오픈마켓마다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하게 알아봐야 해요. 외국은 그 정책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바로 계정이 정지돼요. 시작하기 전 이 두 가지를 꼼꼼하게 공부하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오픈 마켓 창업 Q&A]

 

Q 영어를 잘 못해도 할 수 있을까? 

YES

해외 쇼핑몰에서 글로벌 셀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 중 외국어에 능통한 이는 의외로 적다. 간단한 인사말 정도만 아는 수준에서 시작해 번역기 등을 사용해 하나하나 공부하며 시작했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어느 쇼핑몰에서 어떤 물건을 판매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다른 판매자가 올려놓은 글과 사진을 보며 공부하면 언어를 잘 몰라도 판매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물론, 인터넷 번역기를 돌렸을 때 그것이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영어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어야 한다. 

 

Q 글로벌 셀러 교육을 꼭 들어야 할까?

NO

인터넷에 글로벌 셀러를 검색해보면 ‘글로벌 셀러되는 법’과 같은 강의가 많다. 온라인 마켓에서 직접 운영하는 강의도 있고 글로벌 셀러 경험이 있는 개인이 하는 강의도 있는데 본인 의지만 있다면 굳이 돈을 들여 강의를 듣지 않아도 글로벌 셀러가 될 수 있다.

또 현재 활동하는 글로벌 셀러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카페에 가입하면 각종 정보를 얻고 궁금한 점은 물어볼 수 있다. 요즘엔 유튜브에서도 글로벌 셀러 관련 채널이 많아 약간의 검색만 해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Q 전업으로 가능할까?

NO

어느 분야나 그렇듯 성공한 사람은 극소수다. 온라인 창업도 초기 진입은 쉬울 수 있지만 유지 및 수익을 내기까지는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특히 글로벌 판매의 경우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찾는 것도 힘들고, 찾았다 한들 다른 판매자가 이미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을 확률도 높아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다수의 글로벌 셀러들은 전업보다는 투잡 혹은 부업으로 시작해 먼저 ‘간’을 보라고 조언한다.

 

 

기획 서희라 사진 박충렬(스튜디오 텐),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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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실
우리나라의 호미, 호랑이담요 등이 아마존의 히트아이템으로 작년에 소개되던 게 기억나는데... 박연우대표님 같은 글로벌셀러들이 있어서 가능했었나봐요. 영어를 꼭 잘하지 않아도 글로벌셀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소개를 보니 관심이 가네요. 전업보다는 처음엔 투잡이나 부업으로 먼저 '간'을 보라는 조언을 새기면 도전해볼만한 일인 것 같아요.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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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눈동자
글로벌셀러로 활동할 수 있다는것도 알게 되었네요.넘처 나는 국내 인터넷 쇼핑몰을 뒤로하고 아마존 문을 두드린 대단한 용기가 부럽습니다.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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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마존 셀러가 되고 싶어요. 쵝오~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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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
남보다 한발 앞서가는 분들 멋지십니다.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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